투기과열지구로 지정된 창원 의창구 매물 쌓이며 가격·호가 '뚝'
아산·원주·구미·양산 등은 반사이익 기류…한발 앞서가는 시장

정부가 지방으로 퍼지는 부동산 풍선효과를 막기 위해 최근 전국 37곳을 무더기로 규제지역으로 지정하자 해당 지역은 매물이 쌓이며 아파트값이 하락세로 접어들었다.

이들 지역은 규제지역 지정 발표가 있던 지난 17일 막판 계약서를 쓰려는 매수세가 몰리기도 했다.

지정 효력이 18일 0시부터 발생했기 때문이다.

정부의 전방위 핀셋 규제에도 투자 세력이 비규제지역 틈새시장을 찾아 이동하는 풍선효과는 여전한 것으로 파악된다.

◇ 규제지역 집주인들 호가 수천만원 낮추며 매물 던져
이번에 투기과열지구로 지정된 창원 의창구의 북면 감계리 창원감계 아내에코프리미엄2차 전용면적 59㎡는 지정 효력이 시작된 지난 18일 2억4천만원(5층)에 매매 계약서를 썼다.

같은 면적 종전 최고가(2억6천만원)보다 2천만원, 약 한 달 전 같은 층 매매가(2억5천만원)보다 1천만원 빠진 금액이다.

의창구 용호동에서 신축 아파트 대장 격인 용지아이파크 전용 84.7312㎡는 지난 4일 9억9천만원(8층)에 역대 최고가를 갈아치우며 10억∼12억원에 호가가 형성됐지만, 규제지역으로 묶인 직후 매물이 쌓이며 호가가 수천만원 낮아진 상황이다.

이 단지 근처에서 영업하는 A 부동산 중개업소 대표는 "호가를 5천만∼7천만원 낮추며 매물을 던지는 집주인들이 늘고 있다"면서 "그래도 거래가 이뤄지지 않고 매수 문의조차 뜸하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조정대상지역으로 지정된 곳들도 상황은 엇비슷하다.

부산 강서구 명지동 명지두산위브포세이돈 전용 84.9791㎡는 지난 17일 3억4천만원(3층)에 매매돼 같은 면적이 닷새 전에 거래된 4억3천만원(6층)보다 9천만원이나 떨어졌다.

같은 면적, 같은 층이 지난달 21일 3억5천만원에 거래된 것보다는 1천만원 하락한 금액이다.

인근에 있는 B 부동산 중개업소 사장은 "집주인이 규제지역 발효가 시작되기 직전에 내놓은 급매물"이라며 "명지동 아파트값이 최근에 비정상적으로 많이 오른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조정대상지역 지정 전후로 매물이 나오기 시작했지만, 손님 방문도 없고 매수세가 붙지 않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대구 달서구 상인동 송현주공3단지 전용 66.56㎡는 지난 17일 7억원(14층)에 매매 계약서를 쓰면서 이 면적 역대 최고가를 기록했다.

이 거래를 중개한 C 부동산 중개사는 "매도인과 매수인 모두 다주택자인 상황이어서 규제 발표 직전에 거래가 성사된 사례"라며 "집주인이 애초 7억3천만원에 내놓은 물건이었지만 고민 끝에 3천만원 낮춘 급매물"이라고 밝혔다.

조정대상지역 지정 발표 이후인 현재 이 면적 매물의 호가는 6억8천만원으로 하락한 상황이며 6억5천만원까지 떨어진 급매물도 곧 나올 것으로 보인다고 이 중개사는 귀띔했다.

광주 광산구 수완동 광주수완6차대방노블랜드 전용 115.9435㎡와 84.8545㎡도 지난 17일 각각 8억6천만원(19층)과 6억7천만원(6층)에 매매돼 지난달 기록한 종전 최고가인 9억3천만원(24층)과 6억7천500만원(13층)보다 가격이 하락했다.

이 단지 안에서 영업하는 D공인 중개업소 사장은 "9월 중순부터 외지인 매수세 붙으면서 가격이 급격하게 올랐다"며 "조정대상지역으로 묶인 지금은 상황이 완전히 바뀌었다"고 말했다.

울산 동구 일산동 삼성힐스파크 전용 83.28㎡도 조정대상지역 지정 효력이 발생한 지난 18일 3억900만원(13층)에 팔려 지난 9월 말 기록한 종전 최고가인 3억2천만원(3층) 대비 1천100만원 떨어졌다.

경기 김포시가 조정대상지역으로 묶이며 풍선효과를 봤던 경기 파주시도 조정대상지역으로 묶인 직후 분위기가 반전했다.

목동동 힐스테이트운정 전용 60㎡는 조정대상지역 발표가 있던 지난 17일 6억9천만원(22층)에 팔려 이 면적 역대 최고가를 경신했지만, 현재는 호가가 하락하고 매수 문의도 이전보다 줄었다.

단지 내 위치한 E 부동산 중개업소는 "전용 60㎡의 현재 시세는 6억5천만원 전후로 사정이 급한 집주인은 금액을 1천만∼2천만원 깎아서 내놓는다"면서 "전용 64㎡의 경우 7억3천만원에 나온 물건이 지난 18일 1억원 낮아진 6억3천만원에 계약이 성사되기도 했다"고 전했다.

◇ "2∼3주 전부터 쓸어가"…비규제지역으로 부푸는 풍선효과
정부의 규제지역 추가 지정으로 조정대상지역은 111곳, 투기과열지구는 49곳으로 늘었으나 비규제지역으로 매수세가 몰리는 풍선효과는 계속되고 있다.

충남에서는 천안시뿐 아니라 논산시와 공주시까지도 이번에 조정대상지역으로 편입됐다.

반면 천안과 인접한 인구 30만명의 아산시는 비규제지역으로 남았다.

충남 아산시 탕정면 명암리 탕정삼성트라팰리스 4단지 전용 83.4986㎡는 지난달 말부터 매매가가 4억2천만원까지 뛰었다.

삼성디스플레이 본사 인근에 있는 이 단지 해당 면적의 전셋값은 꾸준히 오르며 지난 16일 3억8천만원에 이르렀다.

매맷값과 전셋값의 격차가 불과 4천만원에 불과한 셈이다.

탕정면에 있는 F 중개업소 대표는 "천안이 규제지역으로 지정된 직후 매수 문의가 쏟아지고 있지만, 거래 가능한 매물이 없다"며 "이런 상황을 먼저 예상한 외지인 투자자들이 이미 2∼3주 전부터 들어와 전세를 끼고 사는 갭투자 물건을 모조리 쓸어갔다"고 전했다.

제주도와 더불어 비규제지역으로 남은 강원도에서도 풍선효과가 나타날 조짐을 보인다.

강원도 원주시 지정면 가곡리 'EG-the1 아파트' 전용 59㎡는 지난 18일 1억9천500만원(19층)에 팔려 지난해 입주 이래 최고가를 기록했다.

강원도 원주시 지정면 가곡리 호반베르디움더리버 전용 59㎡도 지난 18일 2억800만원(7층)에 매매 계약서를 썼다.

지난달 중순 1억9천900만원(8층)까지 떨어진 이 면적은 이달 들어 오름세를 지속하고 있다.

경북에서는 삼성전자 사업장이 있는 구미의 아파트값이 들썩일 기류가 엿보인다.

2023년 11월 준공 예정인 구미시 원평동 구미아이파크더샵은 이달 들어 13건의 입주권·분양권 거래가 이뤄져 지난달 거래량(5건)의 약 3배에 달했다.

또 전용 84.5812㎡의 입주권은 지난달 18일 4억6천941만원에서 이달 1일 6억641만원으로 가격이 크게 올랐다.

경남에서는 양산이 인기 지역으로 떠오른다.

양산시 동면 석산리 e편한세상남양산2차 전용 84.831㎡는 지난 17일 2억8천만원에 매매돼 지난달 대비 최대 3천만원 올랐다.

양산시 물금읍 가촌리 양산대방노블랜드8차 로얄카운티 전용 84.9935㎡는 지난달 30일 매맷값이 처음으로 5억원(7층)을 돌파한 데 이어, 이달 15일 1층이 5억8천500만원에 매매 계약서를 썼다.

물금읍 G중개업소 직원은 "물금읍은 양산에서 아파트가 밀집해있고, 부산 도심으로 접근성이 뛰어나다"며 "부산 대부분의 지역이 조정대상지역으로 묶이자 이 지역 집주인들이 아파트 호가를 높이고 있다"고 전했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시중의 부동자금이 넘치고 전세난이 전국적으로 확산하고 있어 지방 비규제지역으로 풍선효과가 계속될 것"이라며 "지방 대도시 아파트값이 껑충 뛰면서 강남이 오히려 싸 보이는 심리적 착시까지 생겨 일부는 상경 투자로 선회할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