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트워크 세계사·세상을 연결한 여성들

▲ 불안한 승리 = 도널드 서순 지음. 유강은 옮김.
자본주의는 어떻게 세계를 지배했을까? '자본주의의 세계사 1860~1914'를 부제로 한 이 책은 1860년 무렵부터 1차 세계대전에 이르기 전까지의 시기에 초점을 맞춰 자본주의 역사를 기술한다.

런던대 퀸메리 칼리지의 비교유럽사 명예교수인 저자는 이집트 카이로에서 태어나 프랑스, 이탈리아, 영국, 미국 등지에서 수학했다.

저자는 자본주의의 첫 번째 세계화가 이뤄진 이 시기 이후 양차대전을 거치면서 잠시 세계화의 흐름이 주춤했다가 20세기 후반에 두 번째 세계화와 더불어 현대 자본주의가 등장했다고 본다.

자본주의의 긴 역사 중에서도 오늘날의 세계와 판박이인 19세기 말에 주목한 것은 이 때문이다.

책은 세계 역사에서 되풀이해 등장하는 신화적 황금기인 '벨에포크('좋은 시절'이란 뜻의 프랑스어)'의 시절을 다루며 경제만이 아니라 정치와 사회, 여러 제도와 일상생활까지 샅샅이 훑는다.

그러면서 산업혁명의 중심지인 서유럽은 물론 동유럽과 아프리카, 남북아메리카와 동아시아까지 포괄해 자본주의의 역사를 총체적으로 서술한다.

책에서 그려지는 자본주의 역사는 민주주의이자 제국주의이며 민족주의의 역사다.

역설적인 것은 자본주의의 승리가 그 미래를 위협하며 끝없이 불안을 불러일으킨다는 사실. 책의 제목이 함축하듯 불안한 승리다.

여기서 저자는 '승리'보다 '불안'에 방점을 찍는다.

오늘날 공산주의를 옹호하는 이들은 거의 없지만, 그렇다고 자본주의를 좋아하는 사람들 또한 그리 많지 않은 이유이기도 하다.

뿌리와이파리. 1천88쪽. 5만5천원.
[신간] 불안한 승리
▲ 네트워크 세계사 = 민유기·정지호·홍용진 지음.
경희대 사학과 교수와 고려대 역사교육과 교수인 저자들은 고대부터 현대까지 인류 문명을 성찰하며 시공간을 넘나드는 세계여행에 나선다.

인류가 어떻게 소통하고 교류해왔는가를 학술적으로 되돌아보는 것이다.

'인류의 기원과 고대 문명', '지역 문화권의 발전과 중세 사회' 등 총 5부로 구성된 이 책은 인류의 기원부터 세계 각지의 문명 형성을 다룬 데 이어 동아시아·서아시아·지중해 문화권의 성장과 중세 사회를 살핀다.

이와 함께 교류와 충돌이 만들어낸 근대의 시작을 들여다보고, 격변의 근대를 통해 발생한 미국과 프랑스의 시민혁명, 이탈리아와 독일 등의 국민국가와 자유주의·민족주의의 성장에 따른 서구의 발전을 고찰한다.

마지막 5부에서는 현대세계와 지구촌의 미래를 탐구한다.

책은 세계를 무대로 펼쳐지는 인간과 지역의 상호작용에 초점을 맞춘다.

지역과 지역, 나라와 나라가 단순히 병렬돼 있기보다는 지역적 구분을 넘나들며 특정한 시대에 어떤 나라와 지역이 서로 영향을 주고 받으며 공존하고 있었는지 보여주는 것. 더불어 세계사의 서구중심주의나 중국중심주의의 해석을 경계하며 중앙아시아, 중동, 서남아시아, 동남아시아, 아프리카, 중남미 등 세계 각 지역의 문화와 역사에도 두루 관심을 기울인다.

자유의 길. 264쪽. 1만6천원.
[신간] 불안한 승리
▲ 세상을 연결한 여성들 = 클레어 L. 에반스 지음. 조은영 옮김.
최초의 전기기계식 컴퓨터 마크 I, 최초의 전자 컴퓨터 에니악, 인터넷의 전신 아파넷 등 관련 정보를 찾다 보면 남성 기술자 중심으로 기술된 역사를 만나게 된다.

하지만 좀 더 자세히 들여다보면 여성 또한 역사의 한 부분을 차지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책은 이 여성들의 흔적을 발굴해 그들의 이름을 복원해낸다.

최초로 컴퓨터 프로그램을 작성한 에이다 레브레이스, 컴파일러를 만들어 컴퓨터 조작을 대중화한 그레이스 호퍼와 같이 비교적 잘 알려진 여성 선구자를 비롯해 에니악을 도맡아 프로그래밍한 '에니악 6총사', 처음으로 여성을 위한 소셜 네트워크를 구축해 여성의 인터넷 접근성을 높인 스테이시 혼 등 기술 발전의 중요한 물결마다 나타난 여성들의 이름으로 컴퓨터와 인터넷의 역사를 찬찬히 돌아본다.

저자는 책의 '들어가는 말'에서 "여성이 기술의 역사에서 중요한 물결이 시작되는 순간마다 나타났다.

우리는 보조 장치가 아니다.

우리는 중심이다.

그저 평범함 속에 가려져 있을 뿐이다"며 집필의 취지와 의미를 들려준다.

아무도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은 일을 그것이 중요해질 때까지 몇 번이고 반복했던 여성이 있었다는 거다.

해나무. 464쪽. 1만6천800원.
[신간] 불안한 승리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