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10명 중 9명은 의료인 면허관리를 강화해야 한다고 보고 있지만 국회에서 관련 법안 논의는 지지부진한 것으로 나타났다. 의료계 출신 의원들이 여야할 것 없이 법안 통과에 제동을 걸고 나서면서다. 공익에 대해 고민해야 할 국회의원들이 일부 직능단체의 이권만 대변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11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가 리얼미터에 의뢰해 지난 3~8일 실시한 여론조사(95% 신뢰수준·오차범위±3.10%p)에 따르면 의료인의 면허 관리를 강화해야 한다는 데 응답자의 90.8%가 찬성했다. 수술실 CCTV 설치에 대해선 응답자 89.0%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냈다.

하지만 해당 내용을 담은 4건의 의료법 개정안은 지난달 26일 보건복지위원회 법안소위에서 '논의가 더 필요하다'는 의료계 출신 의원들의 의견 개진 끝에 계류됐다. 해당 법안들은 강력범죄를 저질러도 의사 면허가 유지되고, 금고 이상의 형을 받아도 3년 이내에 면허가 재교부되는 현행 의료법을 보완하는 내용이다. 현재 대한의사협회 등 직능단체들은 의료인 면허 관리 강화안이 직업 선택의 자유를 침해한다며 반대하고 있다.

의사이자 의협 대변인 출신인 신현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의료인과 변호사의 성격은 다르게 봐야 한다"며 "의료인은 환자의 대리인이 아니라 치료를 위한 능력과 자격을 국가가 보장한 것이기 때문에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해당 법안 통과에 부정적인 의사를 밝혔다. 변호사의 경우 성범죄나 강력범죄를 저질렀을 때 영구 면허취소가 가능한데 의료인은 이 경우와 다르다는 것이다.
사진=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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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여약사회 회장 출신인 서정숙 국민의힘 의원도 "의사들도 국민인데 상습적이지 않고 일시적인 일탈의 경우 구제해야할 경우도 있다"며 "보건의료계가 자영업이긴 하지만 국민 생명을 다루는 전문직인데 거기에 대한 세금 혜택 등은 별로 없는 상황을 고려해야 한다"고 했다. 간호사 출신인 최연숙 국민의당 의원은 "선의의 피해자가 나올 수 있는 부분이 있어서 재논의해야 한다"고 했다. 결국 이 법안은 법안소위 문턱을 넘지 못했다.

CCTV 수술실 설치 의무화 조항도 비슷한 논의 끝에 보류됐다. 서 의원은 "자칫 졸속으로 만들면 악법이 된다"며 "취지는 공감하지만 구체적인 사례수집 등을 통해서 근거를 마련해야 한다"고 했다. 최 의원도 "수술하는 때마다 (촬영) 동의서를 받아야하는데 굉장히 복잡해질 것"이라며 해당 법안 통과에 부정적인 뜻을 밝혔다.

고은이 기자 kok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