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로 어수선한 틈을 타 중국 기업의 국내 기술인력 빼가기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는 소식이다(한경 12월 7일자 A1·4면 참조). 반도체에 이어 OLED(유기발광다이오드) 등 첨단기술 전체가 대상이 되고 있다. 삼성디스플레이, LG디스플레이 등 아예 기업 이름까지 못 박아 퇴직자와 재직자를 대상으로 최소 10배 연봉에 무제한 항공권 서비스, 주택 제공 등 파격적인 조건을 내걸며 유혹하고 있다는 게 헤드헌팅 업체들의 전언이다.

중국의 첨단기술 확보는 미국과의 충돌을 계기로 더욱 강화되는 모습이다. 미국이 중국의 첨단기술 접근을 막고 유럽연합(EU)과 일본도 ‘중국 경계령’을 발동하자 한국이 공략 대상이 된 것이다. 중국이 OLED로 타깃을 옮긴 것도 미국이 중국의 반도체 굴기를 집중 통제한 데 따른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LCD(액정표시장치)에서 세계 1위에 오른 중국이 차세대 전략사업으로 노리는 것은 삼성전자가 세계 1위인 스마트폰용 OLED, LG디스플레이가 독점한 TV용 OLED로 알려졌다.

국내 기업들이 느끼는 위기감은 더 커질 수밖에 없다. 산업기술유출방지법에 따라 정부가 국가핵심기술에 대해선 기술 유출을 엄격히 제한하고 인수합병(M&A)도 승인을 받도록 했지만, 직업 선택의 자유를 침해하는 인력 이동까지 막을 수는 없기 때문이다. 노하우, 영업비밀 등의 경우 인력 이동이 곧 기술유출이 된다는 점에서 기업들은 전전긍긍하고 있다. ‘경쟁사 2년 이직 금지’ 등을 채용계약 조항에 넣고 있지만 국경을 넘어가는 인력 이동까지 막기엔 역부족이란 평가다.

대기업·중소기업 할 것 없이 비상한 자구책을 마련해야겠지만 정부도 중국 경계령을 발동해야 한다. 중국 기업들이 유령 계열사를 설립해 한국 기술자를 영입하는 사례가 빈발하는 만큼 불법적인 산업스파이 또는 간첩 행위로 간주해 엄하게 처벌하지 못할 이유가 없다.

기업과 정보 및 연구교류를 하는 대학의 보안 강화도 발등에 떨어진 불이다. KAIST의 전자연구노트 시스템이 해킹된 사건을 가볍게 봐선 안 된다. “식별 불가능하도록 조치해둬 안전하다”는 해명은 보안 불감증을 그대로 보여준다. 중국인 유학생과 연구원의 접근 제한 가이드라인 제정이 시급하다. 정부는 지금이라도 미국·일본 수준의 기술유출 방지책을 세워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