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이승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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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디포스트는 무릎골관절염 치료를 위한 줄기세포 치료제 ‘카티스템’에 대해 2012년 1월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품목허가를 받았다. 무릎골관절염은 무릎뼈의 연골이 닳거나 손상돼 염증과 통증이 발생하는 퇴행성 질환이다.

노화가 주요 원인인 퇴행성 질환에 대해 사람들은 쉽게 치료를 포기한다. 관련된 치료법도 많지 않다. 양윤선 대표는 모든 세포의 근원이 되는 줄기세포에 주목해 무릎골관절염 치료제를 고안했다. 줄기세포가 연골을 재생해 근본적인 치료를 할 것이란 가능성을 발견한 것이다.

카티스템은 수술적 방법을 통해 투여한다. 마취 후 무릎 부위를 절개하고 연골이 결손된 부위에 줄기세포에서 유래한 카티스템을 주입하면 연골이 재생되는 방식이다.

카티스템의 차별점은 최초로 제대혈에서 유래한 줄기세포를 활용했다는 것이다. 제대혈은 출산 후 탯줄에서 나온 혈액이다. 양 대표는 인체의 모든 곳에 줄기세포가 있지만 성능 면에서 제대혈을 따라올 수 없다고 말한다. 제대혈은 출생 직후 그 어떤 면역원에도 노출되지 않아 순수하고 초기화된 상태의 세포이기 때문이다.

카티스템은 자가 유래가 아닌 동종 유래라는 점도 특별하다. 자가 유래란 환자 본인의 것이란 의미다. 동종 유래는 다른 사람에게서 나온 것이다. 자가 유래 줄기세포 치료제는 즉시 필요하거나, 줄기세포가 건강하지 않은 환자에게는 사용할 수 없다는 한계가 있다. 보편적인 약물로 개발해 보급하기 위해서는 대량 생산이 필요하다는 생각도 동종 줄기세포치료제 개발의 계기가 됐다. 자가 줄기세포는 사람마다 편차가 있어 기준 이상의 효능을 검증하기 어렵다. 규격화된 제품으로 개발하기 어렵다는 의미다.

카티스템 승인 8년, 4년 연속 매출 100억원 달성

카티스템의 최종 제형은 병원 환경에 맞춰 결정됐다. 2001년 개발 당시에도 냉동된 세포를 병원에서 해동하는 기술은 존재했다. 하지만 대부분의 병원에 보급된 것은 아니었다. 무릎골관절염 수술은 대형 병원뿐 아니라 전문 정형외과에서도 많이 한다. 당시에는 정형외과에서 냉동 상태의 치료제를 일일이 해동해서 사용하는 것을 기대하기 어려웠다.

메디포스트는 고심 끝에 사전에 주문받아 바로 수술이 가능하도록 해동해서 보급하는 것을 최종 제형으로 선택했다. 지금은 일반 정형외과에서도 해동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됐다. 하지만 의약품 특성상 개발 이후 제형 및 보급 방식을 변경할 수는 없다. 메디포스트는 차세대 줄기세포치료제는 냉동 상태로 보급하는 방식을 채택했다. 유효기간이 길어져 유통이 용이해지는 잇점 때문이다.

메디포스트의 첫 제대혈 유래 줄기세포 치료제 카티스템은 사용된 지 8년이 지났다. 처음 임상 시술을 받았던 환자를 기준으로는 15년이 흘렀다. 카티스템 투여 후 5년 장기 추적 결과는 기존 치료법인 미세천공술(Microfracture)와 비교해 긍정적이다. 양 대표는 “카티스템 치료는 1년까지는 미세천공술과 비슷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효능 유지 측면에서 미세천공술보다 좋은 결과를 보였다”고 말했다.

카티스템의 매출은 꾸준히 성장하고 있다. 2014년 거스 히딩크 전 대한민국 축구 국가대표팀 감독도 카티스템 수술을 받았다. 2017년 이후로는 4년 연속 매출 100억원을 달성했다. 양 대표는 “새로운 치료제를 개발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이미 승인받은 치료제의 가치를 증명하고 성장시키는 것이 제일 큰 목표”라고 했다.

전문의약품이라 대중 광고는 금지돼 있다. 이 때문에 메디포스트는 의사들이 카티스템 수술을 수행한 경험을 공유하고 논문 작성으로 이어지도록 독려하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다소 주춤한 상태지만 앞으로 학회 등 경험 공유의 장을 꾸준히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해외 진출을 위한 노력도 꾸준히 기울이고 있다. 카티스템의 미국 임상은 2018년 1·2a상을 마쳤다. 미국 식품의약국(FDA)과 앞으로의 임상에 대한 회의(EOP)를 작년에 진행했고, 바로 3상에 진입할 수 있다는 의견이 나왔다. 국내 시판 후 안전성 조사 결과 및 장기 추적 결과가 충분히 반영됐다는 설명이다.

일본 시장 진출도 시도하고 있다. 일본 VICX테라퓨틱스와 설립한 합작사 에바스템을 통해 두 건의 임상을 진행하고 있다. 특히 일본은 줄기세포 치료제 등 재생의료 지원에 적극적이다. 혁신적인 줄기세포 치료제는 조건부 허가를 받을 수 있다. 임상 2상 후 조건부 판매 허가를 받고 7년 이내에 3상 결과를 바탕으로 정식 허가를 신청하는 방식이다. 빠르게 시장에 진입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일본의 의료보험 정책상 조건부 허가 기간 동안에도 보험 급여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카티스템의 일본 첫 임상은 근위경골절골술(HTO)이 함께 이뤄져야 하는 골관절염 환자가 대상이다. HTO는 퇴행성 관절염의 원인이 될 수 있는 ‘O’자형 다리를 교정하는 수술이다. 다른 국가에서 이미 출시된 치료제는 일본에서 혁신적인 신약 조건에 해당하지 않기 때문에 HTO 수술 요법을 결합했다. HTO를 동반한 카티스템 임상 2상은 지난 9월 시작했다.

일본에서의 또 다른 임상은 HTO 수술이 필요 없는 환자를 대상으로 카티스템을 단독 투여하는 것이다. 조건부 허가 조건에 해당하지 않기 때문에 임상 3상 시험계획 신청을 앞두고 있다.
사진=이승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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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세대 줄기세포치료제 플랫폼 스멉셀

메디포스트는 카티스템 외에 다양한 후속 줄기세포 치료제를 가지고 있다. 기관지폐이형성증(BPD) 치료제 뉴모스템은 한국에서 임상 2상을 진행 중이다. 미국에서는 희귀의약품 및 신속심사(패스트트랙) 대상으로 지정됐다. 현재 임상 1·2상이 종료된 상태다. 알츠하이머 치료제 뉴로스템은 지난 1월 한국 임상 1·2a상이 종료됐다. 미국에서는 임상 1·2a상을 승인받았다.

이 회사는 현재 보유한 각 후보물질의 향후 해외 임상은 현지 협력사와 공동으로 추진할 계획이다. 카티스템의 미국 임상 3상도 기술이전 계약을 체결해 협력사와 공동으로 진행한다는 방침이다. 해외 임상은 국내 임상과 규모가 비슷해도 비용이 많이 들고 임상 단계가 복잡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메디포스트는 플랫폼 기술 ‘스멉셀(SMUP-Cell)’을 통해 2세대 줄기세포 치료제도 개발하고 있다. 스멉셀은 크기가 작고 좋은 세포(SMall Cell)를 선별하고, 줄기세포능을 강력하게 유지(Ultra Potent)하며 상용화를 위한 대량 생산(Scale Up)이 가능하게 하는 기술이다.

스멉셀이 적용된 주사형 무릎골관절염 치료제 ‘SMUP-IA-01’은 지난달 국내 임상 1상을 종료했다. SMUP-IA-01은 카티스템과 적응증은 같지만 완전히 다른 성분을 활용한 차세대 줄기세포 치료제다. 작은 크기의 고효능 줄기세포로 관절강 내에서 치료 유효물질을 강력하게 분비해 항염증 작용이 뛰어나다는 게 회사 측의 설명이다. 수술을 통해 치료 부위에 부착해야 일정한 효능을 발휘할 수 있는 카티스템과 달리 주사 투여만으로 효과를 발휘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메디포스트는 차세대 고효율 줄기세포를 주성분으로 개발 중인 첫 번째 후보물질이란 점에서 성과에 기대를 걸고 있다.

줄기세포 관련 플랫폼 기술을 활용한 개방형 혁신(오픈 이노베이션)도 적극적으로 추진할 계획이다. 효능 좋은 세포를 만들 수 있는 기술이 있는만큼 다른 영역에서 전문 기술을 가진 제약회사들과 협업해 새로운 후보물질을 도출하겠다는 전략이다.

양 대표는 “카티스템이 연매출 100억원을 넘어 더 큰 실적을 낼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며 “스멉셀 기술을 적용한 차세대 줄기세포 치료제는 진정한 블록버스터로서의 가능성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애널 평가
카티스템 일본 임상 개시에 주목
by 허혜민 키움증권 연구원

일본의 무릎골관절염 환자는 약 3000만 명으로 미국과 비슷하다. 퇴행성 질환에 대한 의료보험체계도 잘 갖춰져 있고, 세포치료제에 대한 인식도 긍정적인 편이다. 일본 임상을 위해서 설립한 합작법인 에바스템(지분 50%)으로부터 약 300만 달러의 단계별 기술료(마일스톤) 수령이 가능하다.

박인혁 기자 hyuk@hankyung.com

*이 기사는 <한경바이오인사이트> 매거진 12월호에 실렸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