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비규제지역인 김포 아파트 전경(사진=연합뉴스)
경기도 비규제지역인 김포 아파트 전경(사진=연합뉴스)
임대차법 이후 급등한 전셋값으로 서울 외곽과 수도권의 중저가 아파트를 구매하는 수요가 늘어났다. 전세난에 시달리느니 집을 사겠다는 수요다. 집값이 상대적으로 낮은 서울 외곽인 '노도강'(노원·도봉·강북구)과 경기도 김포·파주 등의 아파트 매매가 지난달 늘어났다.

17일 서울부동산광장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의 아파트 거래는 3457건으로 9월 거래량 3770건에 육박했다. 종로구가 9월 34건에서 10월 67건으로 33건(97.1%) 증가한 것을 제외하면 대부분 외곽에서 거래량이 늘었다. 강북구의 아파트 거래가 9월 78건에서 10월 106건으로 38건(35.9%) 증가했고 다음으로 ▲도봉구는 140건→178건 ▲중랑구는 103건→124건 ▲영등포구 152건→168건 ▲중구 51건→55건 ▲은평구 149건→155건 등의 순이었다.

노원구의 경우 증가율은 5.4%(312건→329건)에 그쳤지만, 거래 건수로 보면 서울에서 가장 많은 거래가 이뤄졌다. 지난달 노원구 아파트 거래는 서울 전체 거래의 10분의 1에 육박한다. 아직 신고기한(30일)이 남아있는 것을 고려하면 10월 거래량은 9월을 뛰어넘을 가능성이 크다.

서울의 아파트 거래는 작년 12·16대책과 올해 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영향 등으로 올해 5월까지 주춤했다. 그러다가 정부가 6·17대책과 7·13대책으로 수요를 묶고, 8·4공급대책으로 공급 신호를 보내면서 8~9월들어 급격히 떨어졌다. 하지만 7월말 시행된 임대차법으로 전세매물을 구하기 어렵게 되면서 외곽을 중심으로 매매수요가 다시 늘어난 모습이다.

경기도는 이미 10월 아파트 거래 건수가 9월을 넘어섰다. 경기부동산포털에 따르면 경기도의 아파트 거래는 지난달 1231건으로 9월(1006건)보다 22.4% 증가했다. 거래량이 급증한 곳은 김포시다. 김포시의 아파트 매매 건수가 지난달 2332건으로 9월(1468건)보다 58.9% 늘면서 압도적인 증가세를 나타냈다. 김포의 아파트 거래 건수는 경기도에서 가장 많은 지역이 됐다. 김포는 6·17대책에서 파주 등과 함께 비규제지역이 됐다.

김포는 전세를 피해 내집을 마련하려는 수요와 갭투자자까지 몰리면서 거래량과 집값이 급등하고 있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6·17대책 이후 지난 9일까지 김포시 아파트 매매가 상승률은 10.53%에 달한다. 최근들어 규제지역으로 지정될 수 있다는 얘기가 돌면서 늦기 전에 매수하려는 수요까지 더 몰리고 있다.

지난달 도내에서 거래 건수가 1000건이 넘는 곳은 김포를 비롯해 고양시(1299건), 파주시(1014건), 용인시(1322건), 수원시(1231건), 화성시(1066건) 등 6곳이었다. 이들 지역 모두 서울과 인접했고 교통이 편리해 서울 출퇴근이 가능한 지역이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새 임대차법 등의 영향으로 전세 품귀가 심해지면서 전세난 회피 수요가 서울 외곽의 중저가 아파트나 수도권 아파트 매매로 돌아서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김하나 한경닷컴 기자 han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