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차례 결정적 방어로 0-0 무승부에 기여…"해야 할 몫 했을 뿐"
'이래서 더블 주역'…김학범호서도 빛난 송범근 '선방쇼'(종합)
10개월 만에 해외 원정에 나선 김학범호에서 전북 현대의 '더블' 주역인 골키퍼 송범근(23)은 변함없이 빛났다.

김학범 감독이 이끄는 한국 23세 이하(U-23) 축구대표팀은 13일 오전(한국시간) 이집트 카이로의 알살람 스타디움에서 열린 U-23 친선대회 첫 경기에서 개최국 이집트와 0-0으로 비겼다.

아시아와 아프리카 챔피언 간 대결에서 고전을 면치 못한 김학범호가 그나마 무승부라도 거둘 수 있었던 데는 U-23 대표팀의 수문장인 송범근의 덕이 컸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세계적 대유행 탓에 올해 1월 태국에서 아시아축구연맹(AFC) U-23 챔피언십 우승 이후 10개월 만에 공식 경기에 나선 대표팀은 지난해 아프리카 U-23 네이션스컵 우승팀 이집트를 맞아 답답한 경기를 펼쳤다.

공격도 매끄럽지 못했을뿐더러 수비에서도 집중력이 떨어져 이집트에 여러 차례 결정적인 기회를 내줬고, 그때마다 송범근의 선방으로 위기를 모면했다.

송범근은 전반 27분 페널티아크 왼쪽에서 에맘 아슈르가 날린 오른발 슈팅을 몸을 던져 쳐냈고, 전반 39분에는 페널티지역 안 왼쪽에서 일대일로 맞선 살라흐 모흐센의 오른발 슈팅을 잡아냈다.

후반 11분에도 카림 알 에라키가 골 지역 오른쪽에서 날린 강력한 오른발슛을 송범근이 동물적인 감각으로 막아냈다.

경기 후 김학범 감독은 이날 수훈갑으로 송범근을 꼽는 데 주저하지 않았다.

김 감독은 "수비 조합이 사실 잘 안 맞으면서 일대일 찬스를 많이 줬다.

우리 팀에서는 잘 안 일어나는 일인데 몇 번 일어났다"면서 "그것을 송범근이 잘 막아줬다"고 밝혔다.

송범근은 "선수들이 모여서 발도 제대로 맞춰보지 않은 상황에서 첫 경기를 치렀는데 내 포지션에서 해야 할 몫을 했을 뿐이다"라고 자세를 낮추면서 "팀이 승리하지 못해 아쉽다"고 말했다.

그는 "선수들이 모여 발맞출 시간 많지 않은데 해외파도 와서 경기를 같이 뛰면서 잘 안 되는 부분은 보완하는 시간이 될 것"이라며 이번 대회의 의미를 설명했다.

이집트 취재진으로부터 이집트 출신의 세계적인 공격수인 무함마드 살라흐(리버풀)를 어떻게 생각하냐는 질문을 받고서는 "세계적인 선수이고, 두말할 것 없이 좋은 팀에서 뛰고 있다.

퍼포먼스를 보여주는 데 대해 높이 사고 칭찬할만한 선수다"라고 답했다.

송범근은 이번 대회에 참가하기 전 소속팀 전북에서 시즌 '더블'(2관왕)이라는 새 역사를 함께 했다.

송범근은 올 시즌 프로축구 K리그1 27경기를 모두 풀타임 뛰면서 21실점만 기록하고 전북이 리그 사상 최초로 4년 연속 우승을 차지하는 데 큰 힘이 됐다.

2018년 전북에 입단하자마자 주전 자리를 꿰찬 송범근도 3년 연속 K리그 우승을 경험했다.

비록 준우승에 머문 울산 현대의 국가대표 조현우에게 밀려 베스트11 골키퍼 부문 수상에는 실패했으나 경기당 실점에서는 송범근이 0.78골로 0.85골인 조현우를 앞섰다.

무실점 경기 수는 조현우와 11경기로 공동 1위를 차지했다.

송범근은 FA컵에서도 전북의 골문을 든든하게 지키며 우승을 이끌어 시즌 2관왕의 감격을 맛봤다.

송범근은 김학범 감독이 대표팀을 지휘했던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합작해 병역 특례혜택을 받았다.

이후 도쿄올림픽 준비에 나선 김 감독은 동기부여 측면에서 우려가 될 수 있다며 아시안게임 금메달 멤버들을 배제했으나 수비 불안으로 인한 고민이 커지자 송범근과 몇몇 수비수를 다시 대표팀에 불러들일 수밖에 없었다.

송범근은 김 감독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올해 AFC U-23 챔피언십에서도 주전 수문장으로서 올림픽 본선 진출 및 대회 우승에 기여했다.

김학범호의 도쿄 가는 길에 송범근의 존재감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대표팀은 14일 오후 10시 같은 장소에서 브라질과 맞붙는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