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S리테일과 GS홈쇼핑은 지난 10일 각각 이사회를 열고 합병을 결의했다. 사진은 2018년 GS뮤직&비어 페스티벌. 사진=한국경제신문 DB.
GS리테일과 GS홈쇼핑은 지난 10일 각각 이사회를 열고 합병을 결의했다. 사진은 2018년 GS뮤직&비어 페스티벌. 사진=한국경제신문 DB.
"자산 9조원, 연간 매출 15조원 규모 대형 유통사 출범."

국내 편의점(오프라인)과 홈쇼핑(오프라인)업계 1위인 GS리테일과 GS홈쇼핑의 합병 후 통합법인 모습이다. 양사는 유통업계의 '판'이 바뀌는 상황에서 물류·고객·채널을 통합하고 온라인 쇼핑과 오프라인 매장을 통합한 ‘옴니채널’ 전략으로 2025년 매출을 25조원까지 끌어올리겠다는 청사진을 제시했다.

11일 금융투자업계에서는 이번 합병에 대해 유통업태 간 구분이 허물어지고 있는 상황이란 점에서 중장기 경쟁력 확보를 위해 필요한 결정이었다는 게 중론이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시너지 효과 구현을 위한 보다 구체적인 전략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홈쇼핑 품에 안은 GS리테일…"2025년 매출 25조"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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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S리테일과 GS홈쇼핑은 지난 10일 각각 이사회를 열고 합병을 결의했다. 합병 후 존속법인은 GS리테일이며, GS홈쇼핑 주식 1주당 GS리테일 신주 4.22주가 배정되는 방식이다. 통합법인은 기업결합 심사와 내년 5월께 열리는 양사 주주총회 등을 거쳐 7월께 출범할 계획이다. 양사는 플랫폼 결합·확장을 통해 '온·오프라인 통합 커머스 플랫폼'이 되겠다는 청사진을 내놨다. 취급액(매출)을 2020년 15조원에서 2025년 25조원으로 키우겠다는 목표다.

그러나 쿠팡, 네이버쇼핑 등 공세를 고려하면 통합을 통한 '규모의 경제' 이상의 전략이 필요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모바일·온라인 채널 중심으로 유통시장이 급변하고 있는 상황에서 홈쇼핑과 오프라인 중심의 GS리테일 간 합병에 대한 시너지를 낼 수 있는 구체적인 묘안이 필요하다는 분석이다.

김명주 미래에셋대우 연구원은 "플랫폼 간 통합과 시너지 창출을 위한 세부적인 전략이 미비하다"며 "아직까지 국내에 이종 유통 플랫폼간 통합을 통해 이상적인 시너지를 내는 뚜렷한 예시가 없고, 양사 합병은 단기적으로 (주가에) 불확실성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주영훈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2018년 유사한 방식으로 합병이 이뤄진 CJ ENM(CJ오쇼핑과 합병)의 경우 뚜렷한 시너지를 보이지 못하며 현재 기업가치가 합병 당시를 하회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목표 달성을 위한 세부 계획 없이는 중장기적 관점에서 불확실성이 남을 수 밖에 없어 보인다"고 지적했다.

다만 전문가들은 홈쇼핑의 저성장과 온라인 경쟁 심화를 감안할 때 합병을 위한 당위성은 갖췄다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박종대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유동성 부채가 6000억원이 넘는 GS리테일 입장에서 GS홈쇼핑의 막대한 현금성자산으로 재무구조 안정화를 도모할 수 있고, GS홈쇼핑은 성장성 있는 신규 사업 투자 기회를 모색할 수 있게 됐다"고 평가했다.

GS리테일 관계자는 "국내 유통업계에서 자산 규모로는 롯데쇼핑(33조원)이, 연간 매출액은 이마트(19조원), 거래액은 네이버쇼핑, 쿠팡이 17조~20조원 등이 등이 선두권으로 거론되는 상황에서 합병법인이 수년 내 모든 지표에서 유통업계 최강자를 노릴 수 있는 잠재력을 갖췄다"고 자평했다.

판이 바뀐 유통업…경쟁은 지금부터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사진=게티이미지뱅크
GS리테일은 합병 이유로 "치열한 생존 경쟁에서 우위를 확보하기 위한 선제적 조치"를 언급했다. 실제 유통업계의 중심축이 전자상거래(e커머스)로 넘어가면서 기존 사업자들이 생존을 위한 변화에 돌입하는 수순이다.

'유통공룡'인 롯데와 신세계는 모두 온라인이 약점으로 지목되는 상황에서 빅데이터 관련 조직을 신설하고 대응에 나섰다. CJ오쇼핑(CJ ENM 오쇼핑 부문)과 CJ대한통운을 거느린 CJ그룹은 지난달 네이버와 주식 맞교환을 통해 전략적 제휴 관계를 맺었다. e커머스 강자로 입지를 확고히 한 네이버쇼핑의 공세 속 쿠팡은 물류센터 확장 기조를 이어가고 있다.

유통업계에서는 기존의 최저가 경쟁이 이어지는 와중에 향후 '물류'와 '배송'이 관건이 될 것으로 예상한다.

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B마트'로 분 단위 배송 경쟁을 촉발한 배달의민족 등 배달 앱(운영프로그램)의 공세까지 나오면서 유통업계 내 배송 경쟁이 가열 되고 있다"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를 맞아 생존을 위한 경쟁과 '합종연횡'이 한층 거세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 같은 흐름에서 GS리테일과 GS홈쇼핑은 합병 후 우선 온라인전용물류센터 투자에 나설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이진협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양사 합병으로 신선식품 모바일 플랫폼에 대한 투자가 본격화될 전망이고, 필수적으로 요구되는 사안은 온라인전용물류센터 투자"라며 "투자 재원을 홈쇼핑 사업의 현금창출력을 통해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오정민 한경닷컴 기자 bloomi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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