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전자상거래업체 알리바바그룹(이하 알리바바)이 매년 11월 11일 '광군제'(光棍節·독신자의 날)'를 맞아 여는 '11·11(쌍십일) 쇼핑 축제'가 올해도 막을 올렸다.

광군제는 중국의 소비 활력을 가늠하게 하는 지표로 간주되는 만큼 올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유행을 거친 후 반등 국면에서 중국 내수의 회복 정도를 보여줄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올해는 알리바바가 11월 11일 하루만 열던 방식을 바꿔 1~3일과 11일 두 차례에 걸쳐 진행하면서 최고 성적 재경신이 예고됐다. 다만 알리바바 계열사 앤트그룹 상장 무산 파장 속 행사가 다소 자제하는 분위기로 진행되며 본사 미디어센터에서는 실시간 거래액 현황판이 사라졌다.

알리바바, 본행사 시작…초당 거래 58만3000건 치솟아 '신기록'


11일 주요 외신에 따르면 이날 오전 0시 행사 시작과 동시에 타오바오·티몰(天猫·톈마오)·카오라·알리익스프레스 등 알리바바가 거느린 다수 플랫폼에서 수억명의 소비자가 한정 수량의 할인 상품 구매에 돌입했다.

초당 구매 상품량은 순간 58만3000건까지 치솟아 역대 최대 기록을 새로 썼다.

알리바바는 본사 소재지인 저장성 항저우 미디어센터에서 열린 언론 행사에서 11월 1일부터 11일 0시 30분(현지시간)까지 기간 거래액이 총 3723억위안(약 63조원)에 달했다고 밝혔다.

알리바바는 올해 행사기간 자사의 온·오프라인 판매 채널에서 약 8억명이 구매에 나설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알리바바에 따르면 이날 본행사에는 1600만가지 이상의 할인 상품이 판매된다. 중국 안팎의 25만개 브랜드가 참여했다.

올해 행사에서는 명품과 집이 대거 등장한다. 부동산 개발업체들이 80만채에 달하는 주택을 정가보다 최대 100만 위안(약 1억7000만원)까지 할인해 판매한다.

샤넬, 크리스챤 디오르, 프라다, 카르티에 등 유럽 패션 명품 브랜드들도 중국 내 마케팅 기회로 삼아 대거 참여하고 나섰다. 올해 처음으로 행사에 참여한 끌로에의 경우 지난달 21일 예약판매 기간부터 11월 1일 행사시작 직전까지 인기상품이 모두 동났다. 본행사를 위해 추가로 인기상품을 공수한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 '블프' 뛰어넘은 '광군제'…알리바바 경쟁사도 판매 호조

광군제는 중국에서 연중 가장 많은 인터넷 쇼핑이 벌어지는 날이 됐다.

알리바바가 2009년 처음으로 11·11 쇼핑 축제 행사를 시작해 원조 격인 미국의 '블랙프라이데이'를 이미 넘어서는 규모의 행사로 키운 결과다. 알리바바뿐 아니라 징둥, 핀둬둬 등 경쟁 전자상거래(e커머스) 업체와 오프라인 업계까지 대거 가세해 대륙 최고의 할인 판매 축제일로 자리잡았다. 지난해 알리바바 한 회사의 플랫폼에서 이뤄진 거래액만 2684억위안(약 45조7000억원)에 달했다.

징둥, 핀둬둬 등 중국의 경쟁 전자상거래 업체에서도 활발한 판매가 진행 중이다.

알리바바의 경쟁사인 징둥은 이달 1일부터 11일 오전 0시 0분 9초까지 거래액이 2000억위안(약 33조8000억원)을 넘었다고 밝혔다. 알리바바와 징둥 양대 플랫폼에서만 11월 1일 이후 거래액이 100조원에 육박한 것이다.

올해 광군제는 코로나19 사태로 큰 충격을 받은 후 회복 국면에 들어간 중국 내수의 활력도를 가늠할 수 있다는 점에서 관심이 쏠린다. 특히 중국 공산당은 지난달 열린 19기 5중전회(19기 중앙위원회 5차 전체회의)를 통해 국내대순환을 위주로 한 '쌍순환'(이중순환) 발전 전략을 전면에 내세운 바 있다.

또한 홍콩과 상하이에서 동반 상장을 추진하며 역사상 최대 규모가 될 것으로 기대된 알리바바의 핵심 핀테크 계열사 앤트그룹의 상장 무산으로 올해 행사는 한층 주목받고 있다.

중국 당국이 앤트그룹 상장 중단이라는 초강경 조처를 내린 데 대해 마윈 알리바바 창업자가 정부의 금융감독 기조를 비판하자, 경거망동하지 말라는 경고 메시지가 나온 바 있다. 알리바바는 올해 11·11 쇼핑 축제 행사를 조용히 진행하려는 분위기다.

대표적으로 예년과 달리 항저우 본사 미디어센터에서 24시간 운영되는 실시간 거래액 상황판을 치웠다. 이는 자사 거래액 동향에 관한 언론의 속보 양을 줄이려는 조처라는 분석이 나온다.

이에 알리바바는 예년과 달리 세계가 가장 주목하는 11일 초반 실시간 거래액 추이를 공개하지 않고 있다. 따라서 알리바바가 이날 공개한 11월 1일부터 이날 0시 30분까지 거래액인 3823억위안을 지난해 같은 기간 거래액과 직접 비교하기는 어려운 상태다.

작년 3위 굳힌 한국…올해는?

LG생활건강은 대표 브랜드 후의 경우 매출이 181% 뛰어 10억위안 브랜드 클럽에 입성했다고 밝혔다. 사진=LG생활건강 제공
LG생활건강은 대표 브랜드 후의 경우 매출이 181% 뛰어 10억위안 브랜드 클럽에 입성했다고 밝혔다. 사진=LG생활건강 제공
지난해 광군제 행사에서 한국 상품 매출이 호조를 보였던 흐름이 올해도 이어질지가 국내 유통가의 관심사다.

지난해 11·11 쇼핑 축제 당시 해외 직접 구매 순위에서 한국은 미국, 일본에 이어 3위를 차지하면서 전년에 이어 3위 자리를 굳힌 바 있다. 특히 한국 상품의 매출은 전년 대비 73% 급증한 것으로 전해졌다.

삼성전자, LG생활건강의 화장품 브랜드 후, 휠라 세 개 브랜드가 알리바바에서 1억 위안(약 169억원) 이상의 매출을 거둬 '1억 위안 클럽'에 들었다.

이날도 행사 초반 한국은 일본, 미국에 이어 3위를 달리고 있다. 특히 대표적인 인기 제품으로 꼽히는 한국 화장품 기업과 가전제품의 '특수'가 예고됐다.

이달 1~3일 1차 행사를 진행한 결과, 아모레퍼시픽, LG생활건강의 '더 히스토리 오브 후'(이하 후) 브랜드는 모두 지난해 행사 매출을 뛰어넘는 신기록을 세운 것으로 전해졌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장기화 속 면세점 채널이 타격을 입은 아모레퍼시픽을 비롯한 주요 화장품 기업들도 만반의 채비에 나섰다.

오정민 한경닷컴 기자 bloomi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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