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들은 4분기 들어 원화 가치가 초강세를 이어가면서 ‘수출물류 대란’에 이어 이중고를 겪고 있다. 과감한 경기부양책을 공약한 조 바이든 미국 민주당 대통령선거 후보가 승리하면서 원·달러 환율이 더 떨어질 것(원화 가치 상승)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기업들은 달러당 1100원 선 밑으로 떨어질 경우 비상 시나리오를 가동할 계획이다.
지난 6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날보다 7원80전 내린 1120원40전에 마감했다. 종가 기준 연저점을 경신했으며, 작년 2월 27일(1119원10전) 이후 약 1년9개월 만의 최저치다. 시장에선 바이든 후보가 승리하면서 원·달러 환율이 1100원 선 밑으로 떨어질 수도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원화 가치 강세는 수출 기업의 실적을 갉아먹는다. 가격경쟁력이 떨어지고, 수익성이 악화하기 때문이다. 현대경제연구원은 원·달러 환율이 1% 하락하면 총수출은 0.51% 감소한다고 분석했다.
세계 시장에서 일본, 독일과의 경쟁이 치열한 자동차업계는 원화 가치 강세를 민감하게 보고 있다. 올 들어 3분기까지 원화 약세에 따라 분기별 영업이익에서 1000억~2000억원 수준의 이득을 봤던 현대자동차는 이대로라면 4분기에 고스란히 이익분을 반납해야 할 상황이다. 현대차는 원·달러 환율이 1100원 선을 밑돌았던 2018년 상반기에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37.1% 줄었다. 자동차업계 관계자는 “원·달러 환율이 1100원 밑으로 떨어질 경우 업체별로 비상 시나리오를 가동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3분기 기록적인 영업이익을 거둔 삼성전자와 LG전자도 4분기엔 원·달러 환율 하락에 따른 실적 악화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수입 원재료 비중이 높은 석유화학과 철강 역시 일부 혜택을 보겠지만 수출물량 감소가 불가피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