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대선에서 민주당의 조 바이든 대통령 후보와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 후보의 당선이 확정되자 일본과 유럽 등 주요국 정상들은 일제히 축하인사를 보내며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집권기 동안 이어졌던 미국 일방주의의 개선을 기대했다. 반면 미국과 패권 경쟁을 벌이는 중국, 트럼프 대통령과 밀월관계를 과시했던 러시아 등 일부 국가들은 침묵을 지켜 대조를 이뤘다.

스가 요시히데 일본 총리는 바이든 후보의 승리 소식이 전해진 지 약 5시간 뒤인 8일 오전 6시30분께 영어와 일어로 트위터를 올려 "조 바이든과 카멀라 해리스 후보에게 진심으로 축하를 전한다"고 밝혔다. 또 "미일동맹을 더욱 견고히 하고, 인도양·태평양 지역과 전세계의 평화와 자유, 번영을 공고히 하기 위해 함께 일하기를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2017년 트럼프 대통령 취임 이후 지역안보, 통상, 기후변화 문제, 이란 핵 합의를 놓고 마찰을 빚어온 유럽 지도자들도 일제히 트위터를 통해 환영인사를 건냈다. 미국의 최우선 동맹국인 영국의 보리스 존슨 총리는 "바이든 및 해리스 후보의 당선은 '역사적인 성취'"라며 "기후변화와 통상, 안보 등 두 나라가 공유하는 우선적인 가치에 대해 긴밀히 협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오늘날의 도전 과제들을 극복하기 위해 함께 노력하자"며 축하를 건냈고,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도 "앞으로 바이든 대통령과 협력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중국은 각국 정상들이 SNS를 통해 당선을 축하한 것과 달리 공식적인 반응을 내놓지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의 불복 절차가 남아있다는 점을 고려한 것으로 분석된다. 다만 관영 매체인 글로벌타임스는 바이든의 당선을 전제로 초긴장 상태였던 양국 관계가 고위급 대화와 상호 전략적 신뢰 회복 등을 통해 호전될 수 있다며 "숨쉴 공간은 생겼다"고 평가했다. 2016년 트럼프 대통령이 당선됐을 때 가장 먼저 축전을 보내며 끈끈한 관계를 과시했던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도 즉각적인 언급을 패했다. 바이든 당선인은 푸틴 정권을 '약탈적 독재 체제'라고 비난해왔다. '브라질의 트럼프'를 자처하는 자이르 보우소나루 대통령과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 등도 침묵을 지켰다.

도쿄=정영효 특파원/베이징=강현우 특파원 hug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