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과 친숙한 설정 덕분"…'구미호뎐', 토종신까지 이야기 확장
한혜숙부터 이동욱까지…40년 끊임없이 진화해온 구미호
KBS 2TV 고전 공포극 '전설의 고향'에서 빼놓을 수 없는 귀신을 하나 꼽으라면 역시 구미호다.

특수분장 기술도 없던 시절 소복에 짙은 화장만으로 구미호로 변신했던 배우 한혜숙(69)이 '전설의 고향' 초대 구미호였다.

지금으로부터 41년 전인 1979년이다.

이후로 40년간 박상아, 임경옥, 송윤아, 노현희, 김지영, 박민영, 전혜빈에 이르기까지 구미호의 모습은 조금씩 현대적으로 변했고, 더 슬프고 아름다워졌다.

고소영 출연작 중 빼놓을 수 없는 영화 '구미호'(1994)와 애니메이션 '천년여우 여우비'(2007) 등 스크린에서도 구미호는 친숙한 존재다.

또 김태희가 주연을 맡은 '구미호 외전'(2004), 한은정의 '구미호: 여우누이뎐'(2010), 이승기-신민아의 '내 여자친구는 구미호'(2010) 등 꼭 '전설의 고향'의 타이틀을 달지 않더라도 드라마 속 단골 소재다.

한혜숙부터 이동욱까지…40년 끊임없이 진화해온 구미호
단순한 공포극에서 멜로로, 멜로에서 로맨틱코미디로, 다양한 장르와 캐릭터로 변주돼온 구미호는 급기야 최근에는 성별도 바뀌었다.

tvN에서 방영 중인 '구미호뎐'의 주인공 구미호 이연은 배우 이동욱(39)이 연기하고 있다.

펜트하우스에 틀어박혀 스마트폰으로 미드(미국 드라마)를 보면서 민트초코 아이스크림을 퍼먹는 미색의 남자 구미호는 지금까지 어떤 구미호보다도 신선한 충격을 준다.

그러면서도 이동욱 특유의 하얀 얼굴과 붉은 입술이 캐릭터에 딱 들어맞는다.

'구미호뎐'의 강신효 PD는 "남자 구미호도 인간을 사랑할 수 있었을 것 같지만 잘 됐을 리는 없고, 그렇다면 기다리고 있을 것 같았다.

현대에 사는 구미호는 어떤 모습일지도 상상해봤다.

성별이 달라 차별점이 생겼다"고 말했다.

한혜숙부터 이동욱까지…40년 끊임없이 진화해온 구미호
'구미호뎐'은 한국 토착신과 토종귀신에 관련된 이야기를 광범위하면서도 디테일하게 다루고, 구미호와 자연스럽게 연결 지어 주목받기도 한다.

토종 반달곰이었던 사또(이규형 분), 이랑(김범)에게 호랑이 눈썹을 넘겨주고 남지아(조보아)의 여우 구슬을 빼앗아간 점쟁이(임기홍), 사특함의 결정체인 이무기왕(선우재덕), 등장하자마자 화제 몰이를 한 어둑시니 녹즙아줌마(심소영) 등은 구미호 못지않은 존재감을 자랑한다.

이렇듯 구미호의 캐릭터와 이야기가 오랜 세월 진화하며 사랑받은 것은 사람과 친숙한 구미호의 특성에 있다.

'구미호뎐' 관계자는 7일 "예전에는 구전이나 동화, 요즘에는 여러 콘텐츠에서 구미호가 자주 등장하다 보니 세대를 불문하고 친숙하게 공감할 수 있는 것 같다"며 "또 구미호는 사람을 홀리거나, 사람이 되고 싶어하는 등 인간과 관련된 부분이 많아 세대에 맞게 변화하는 캐릭터로서 잘 소비되는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