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 국토교통부가 더불어민주당 소병훈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2018년부터 올해 8월까지 서울에서 9억원 이상 고가주택을 구입한 5만9591명 중 14.9%인 8877명은 은행 등 금융기관의 도움이나 증여없이 집을 산 것으로 조사됐다. 대출없이 집을 산 현금부자들은 2018년 2496명이었지만, 작년 3276명, 올해에는 8월까지 3105명을 등으로 늘었다.
순수하게 자신이 보유하고 있던 예금이나 현금 등 기타자금을 비롯한 현금성 자산만으로 주택을 구입한 이는 1055명에 달했다. 주식이나 채권, 상속·증여, 부동산 처분대금 등을 제외한 자금이다. 연령별로는 60대 이상이 432명으로 가장 많았고 50대 293명, 40대 216명, 30대 87명, 20대 27명 등 순이었다
정 부회장은 2018년 이명희 신세계그룹 회장으로부터 용산구 한남동 주택을 사면서 대금 161억2700만원 전액을 은행 예금으로 조달했다. 정 부회장은 최근 이 회장으로부터 이마트 지분 8.22%를 증여받았다. 정 부회장은 매입과 증여 등을 통해 어머니의 부동산과 주식을 물려받게 됐다. 현금부자들의 초고가주택 매입은 30~40대들이 주를 차지했다. A(44)씨는 올해 강남구 삼성동의 한 주택을 130억원에 매입했다. B씨(49)는 2018년 용산구 한남동 주택을 110억원에 사들였고, C(38)씨도 성북구 성북동 주택을 96억6800만원에 매수했다.
부자들이 가장 많이 매입한 주택은 용산구 한남동 한남더힐이었다. 총 41명이 평균 33억7317만원의 주택을 대출이나 증여, 주식·채권·부동산 처분 없이 오직 예금 등 현금성 자산으로만 한남더힐을 매입했다.
강남구 도곡동 타워팰리스와 송파구 위례 리슈빌 퍼스트클래스(각 14명), 강동구 상일동 고덕 아르테온(13명), 강남구 역삼동 옥산하우스(12명), 송파구 잠실동 리센츠와 강남구 개포동 개포주공아파트, 일원동 디에이치 자이 개포(각각 10명) 등도 현금성 자산만을 활용해 집을 산 사람들이 몰렸다.
소병훈 의원은 "정부의 대출규제 강화로 청년과 무주택자들이 서울에서 내 집을 마련하는 것은 어려워졌지만 소수의 현금 부자들은 아랑곳하지 않고 고가주택을 구입하고 있다"며 "청년과 서민층에 대한 금융지원을 확대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하나 한경닷컴 기자 han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