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 관련 주요 전문가 단체가 해양수산부의 해역이용영향평가법 제정을 반대하고 나섰다. 개발사업 부처인 해수부가 환경보전 업무인 환경평가를 맡는 것은 모순이라는 주장이다.

사단법인 한국환경영향평가사회, 한국환경기술사회, 한국환경영향평가협회는 29일 “해수부는 해역이용영향평가법 제정을 즉각 중단하라”는 내용의 공동성명을 발표했다. 이들은 “해수부가 해역이용영향평가를 한다는 것은 개발당사자가 자신을 평가하겠다는 것”이라며 “환경영향평가제도 전반의 공정성과 신뢰성이 훼손될 수밖에 없다”고 했다. 이어 “환경파괴에 대한 감시나 견제가 무력화되고 개발과 보전의 균형이 담보되지 않는 것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해수부와 국회는 해양환경 보전 및 어민 보호를 위해 해양개발과 이용에 따른 계획과 개발사업에 대한 평가를 하겠다며 해역이용영향평가법 제정을 추진하고 있다. 해양에서의 개발사업뿐 아니라 해양 환경에 영향을 주는 해상풍력발전 사업, 연안 준설사업, 매립사업, 항만개발사업 등에 대한 환경영향평가를 해수부가 실시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이들은 “이대로 법안이 제정되는 것은 환경영향평가 제도의 근본 취지를 훼손하는 것”이라며 “사업자에게는 이중규제 부담이 커진다”고 했다. 국제 규범은 대부분 사업개발 기관과 환경영향평가 기관을 분리한다는 설명이 뒤따랐다. 미국, 독일, 일본 등은 환경영향평가를 EPA, 연방환경부, 환경성 등 환경 관련 부처가 전담하고 있다. 개발과 환경 보전이 조화를 이루도록 운영하려는 취지다.

이들은 “환경부가 평가제도를 운영해도 충분한데 별도로 해양영향평가를 위한 조직을 만드는 것은 해수부 공무원 자리를 늘리려는 꼼수로 보인다”고도 주장했다.

정지은 기자 je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