줌에 '상석·말석 설계기능' 생겼다?…일본서 논쟁
화상회의 앱인 줌에 회의 주최자가 참가자의 표시순서를 마음대로 바꿀 수 있는 기능이 추가된 것을 두고 일본에서는 '높은 사람을 상단에 배치하는 기능', '일본 특유의 손타쿠(忖度·알아서 기는 문화) 기능'이라는 불만이 확산되고 있다.

18일 아사히신문에 따르면 화상회의의 '상석·말석' 논쟁이 확산한 것은 이달 1일부터 줌이 회의 참가자 전원의 얼굴을 표시하는 '갤러리뷰'의 화면 배치를 주최자가 자유롭게 바꿀 수 있는 기능을 추가하면서다. 줌의 일본법인은 "최대 5만명이 줌의 화상통화에 참가할 수 있는 반면 한 화면에 표시할 수 있는 참가인원은 49명까지여서 회의 진행자와 발표자를 고정할 수 있도록 추가한 기능"이라고 설명하고 있지만 일본인들은 '상석·말석 설계기능'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과 재택근무 정착으로 화상회의가 빈번해지고 있지만 기업 문화가 보수적인 일본에서는 스트레스가 만만찮다. 인공지능(AI) 벤처기업 라이트블루테크놀로지가 최근 2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 응답자의 53%가 "상대의 반응을 파악하기 어려운 화상회의가 대면회의보다 더 신경 쓰인다"고 답했다.

스트레스의 주된 요인은 화상회의라는 새로운 업무형태에 과거의 비즈니스 매너를 주입하려는데서 나온다는 분석이다. 매너 컨설턴트 니시데 히로코 대표는 "지난 4월부터 고객회사로부터 '화상회의에도 상석·말석이 있습니까?"라는 질문을 자주 받는다"고 말했다.

상사가 나중에 입장하면 상사의 얼굴이 화면의 상단이나 앞 순서에 나오도록 먼저 입장했던 부하직원이 한번 퇴장했다가 재입장하는 불문율까지 생겨나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 온라인 상에서는 '화상회의가 끝나면 윗사람 순으로 퇴장', '무표정 금지', '화장은 평소보다 20% 두텁게' 등의 화상회의 메뉴가 활발히 공유되고 있다.

니시데 대표는 "매너의 본래 목적은 상대의 마음을 편안하게 해주는 것인데 일본에서는 형식을 표현하는 데만 치중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도쿄=정영효 특파원 hug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