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단체 "미얀마군 2명, 미얀마군 '로힝야 학살' 증언"

"미얀마군 첫 증언…'보이고 들리는 것 모두 죽여' 명령"
미얀마군이 2017년 무슬림계 소수 로힝야족 집단 학살을 자행했다는 미얀마군 사병 2명의 증언이 나왔다고 인권단체가 주장했다.

9일 AP 통신에 따르면 미얀마 관련 사안을 다뤄 온 '포티파이 라이츠'라는 인권단체는 미얀마군 사병 2명이 자신들도 참여한 미얀마군의 2017년 로힝야족 집단 학살을 증언했다고 밝혔다.

이 단체의 주장이 맞는다면 미얀마군이 학살 행위를 증언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통신은 전했다.

포티파이 라이츠측은 국제형사재판소(ICC)의 로힝야족 학살 행위 조사에 중요한 증거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단체에 따르면 미얀마군 경보병 대대 소속이었던 사병 두 명은 미얀마 서부 라카인주에서 반군 아라칸군(AA)에 붙잡힌 뒤 '로힝야족 집단 학살'을 증언하는 동영상을 찍은 것으로 알려졌다.

동영상이 찍힌 시점과 왜 이들이 이 동영상을 찍었는지는 정확히 알려지지 않았다.

이들은 동영상에서 자신들을 포함해 학살에 가담한 가해자 19명은 물론, 잔학 행위를 지시했거나 이에 관여한 6명의 고위 지휘관들에 대해서도 이름과 계급을 털어놓았다고 통신은 전했다.

이 중 한 명은 로힝야족 마을을 습격할 당시 제15 군사작전센터 지휘관으로, 이 지휘관은 당시 "보이고 들리는 모든 것을 쏴 죽여라"고 지시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한 작전에서는 로힝야족 30명을 죽인 뒤 땅에 묻었다면서 이 중 7명은 아이들, 8명은 여성이었고 나머지 15명은 남성들과 노인들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이 지휘관이 "모든 칼라(로힝야족을 낮춰 부르는 말)를 몰살시키라"고 명령했다고도 주장했다.

이에 따라 자신들은 남성들의 머리에 총을 쏜 뒤 시신을 구덩이 속으로 밀어 넣었고, 여성들은 죽이기 전에 강간했으며 자신도 그중 한 여성을 성폭행했다고도 언급했다.

다른 사병은 자신이 속한 부대가 어떻게 20여개 로힝야족 마을을 쓸어버렸는지를 증언했다.

그는 이 과정에서 남녀노소를 막론하고 로힝야족 80여명이 죽었다면서, 몰살 작전은 자신이 속한 대대 지휘관이 승인했다고 주장했다.

한 작전에서는 로힝야족 반군인 '아라칸 로힝야 구원군'(ARSA) 의심을 받은 마을 주민 10명이 묶인 채 대위의 지시에 따라 사살당했으며, 이 사병은 자신도 총을 쏜 한 명이라고 말했다.

그는 병장과 상병 한 명이 가옥 수색 과정에서 로힝야족 여성 3명을 강간했다고도 증언했다.

포티파이 라이츠측은 이들 사병 2명이 지난달 중순 미얀마-방글라데시 국경에 도착, 방글라데시 측에 보호를 요청했으며, 이후 방글라데시 당국이 ICC에 이 사실을 알렸다고 설명했다.

이들은 현재 네덜란드 헤이그로 옮겨졌다면서, 이들이 ICC 보호 아래 있을 수 있다고 밝혔다.

다만 ICC는 이들을 보호하고 있지 않다고 부인했다고 로이터 통신은 전했다.

매튜 스미스 포티파이 라이츠 회장은 성명에서 "미얀마군 지휘관들이 부하들에게 명령해 집단 학살을 저지르게 했음을 이번 증언은 입증한다"고 말했다.

포티파이 라이츠측은 이들이 언급한 내용은 자신들은 물론 유엔 등이 조사해 밝혀진 증거들과 일치한다는 점에서 이들의 '영상 자백'은 신뢰할 만한 것으로 보인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두 탈영병에 대해 ICC가 증인보호 프로그램도 가동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미얀마군은 2017년 8월 미얀마 서부 라카인주에서 로힝야족 반군 ARSA가 항전을 선포하고 경찰초소를 공격하자, ARSA를 테러 단체로 규정하고 토벌에 나섰다.

이 과정에서 로힝야족 마을들이 초토화되고 수천 명이 사망했다.

사태의 여파로 로힝야족 74만명 이상이 국경을 넘어 방글라데시 난민촌에 거주하고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