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이 2016년 미국 대사관 앞 사드(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 배치 반대 1인 시위를 금지한 것은 위법해 국가가 손해배상을 해야 한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7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민사항소2-1부(부장판사 노태헌)는 하주희 변호사 등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 소속 10명이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에서 1심과 마찬가지로 "원고 1인당 20만원씩 지급하라"고 원고 일부 승소 판결했다.

민변 미군문제 연구위원회 소속 변호사들은 2016년 2월 광화문 광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같은 달 29일까지 미국 대사관 앞에서 사드반대 1인 시위를 하겠다고 밝혔다. 기자회견 직후 민변 변호사들은 미 대사관 앞으로 이동하려 했으나 경찰이 막아섰고, 시위는 대사관으로부터 20m 가량 떨어진 인도에서 진행됐다.

경찰은 비엔나협약 22조 2호에 근거해 시위를 막았다고 밝혔다. 비엔나협약 22조 2호는 '접수국(외교관 등을 받아들이는 나라)은 어떤 침입이나 손해에 대해서도 공관 지역을 보호하며, 공관의 안녕을 교란하거나 품위 손상을 방지하기 위해 모든 적절한 조치를 할 특별한 의무가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법원은 1심에 이어 2심에서도 민변 측의 손을 들어줬다. 항소심 재판부는 "원고들(민변)은 경찰의 위법한 직무 집행에 표현의 자유를 침해당했고 이에 국가가 위자료를 지급할 의무가 있다"고 판단했다. 이어 "미 대사관 앞에서 1인 시위가 있다는 것만으로 공관의 안녕이나 외교관의 신체에 침해가 발생할 것이라고 보기 어렵다"며 "다만 미 대사관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서 1인 시위를 할 수 있었던 점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손해배상금은 1인당 20만원으로 정했다"고 설명했다.

남정민 기자 peux@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