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가 자체 개발해 세계 최초로 등록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스푸트니크 V'가 임상 1·2상 시험에서 긍정적인 결과를 냈다고 로이터통신 등이 국제 의학 저널 랜싯을 인용해 보도했다. 러시아산 코로나19 백신의 임상시험 결과가 국제 학술지를 통해 검토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4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과 블룸버그통신 등에 따르면 랜싯은 이날 스푸트니크V가 임상시험 참여자 전원에 대해 심각한 부작용을 일으키지 않고 항체 반응을 이끌어냈다고 밝혔다. 임상시험은 러시아 병원 두 곳에서 18~60세 성인 지원자 총 76명을 대상으로 지난 6~7월 실시됐다.

랜싯은 "임상 시험은 한번에 38명에 대해 42일간 이뤄졌으며, 총 두 차례 진행됐다"며 "각 참여자들에게 처음 백신을 접종한 뒤 21일 후에 두 번째 백신을 접종했으며, 모든 참여자에게서 3주 내에 항체가 형성된 것으로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랜싯은 이번 임상시험 대상자가 수십명 수준으로 적은 규모인데다, 시험기간이 짧다고 지적했다. 시험 참여자를 무작위로 선정하지 않았고, 백신 효능을 비교하기 위해 플라시보(가짜 약)를 받은 그룹도 없다는 점도 한계로 꼽혔다.

랜싯은 "코로나19 백신의 장기적인 안전성과 효능을 확신하기 위해선 플라시보 그룹 비교를 포함해 더 큰 규모로 장기적인 임상 시험이 이뤄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스푸트니크V는 러시아 보건부 산하 가말레야 국립 전염병·미생물학 연구소가 개발해 지난달 15일 러시아가 생산에 돌입한 코로나19 백신이다.

이 백신을 놓고 세계 각국 전문가들은 효과와 안전성 등에 의혹을 제기했다. 러시아 당국이 3상 임상 시험을 건너뛴 채 2차 임상시험만 마친 후보물질에 대해 국가 승인을 내줘서다. 오히드 야쿱 영국 서식스대 과학정책연구단 박사는 앞서 "러시아 백신은 반쪽짜리"라며 "맹물보다 딱히 나을 게 없는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반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자신의 두 딸 중 한 명도 스푸트니크V를 접종 받았고, 현재 건강하다고 주장했다.

러시아는 약 4만명을 대상으로 사실상 3상 격인 '등록 후 임상시험'을 벌이고 있다. 백신 개발을 지원한 러시아 국부펀드 RDIF의 키릴 드미트리예프 대표는 "러시아는 10월 말께 3상시험 결과를 발표하는게 목표"라며 "오는 11월에는 백신 수출에 나설 것"이라고 주장했다.

선한결 기자 alwa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