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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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른바 조국백서와 조국흑서가 경쟁하듯 발간되면서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을 둘러싼 광화문과 서초동간 이념의 간극이 더욱 두드러지고 있다.

'조국흑서'라 불리는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나라(천년의상상)' 공동저자 중 한 명인 강양구 기자는 2일 페이스북 글을 통해 "나에게 ‘흑화(근본마저 사악해져 완전히 성격 자체가 변했다는 뜻)’되었다고 지적하는 분들이 많은데 조국 전 장관을 신주단지처럼 모시면서 ‘조국 백서’를 높이 평가하는 분들이 정작 그 책의 필진이 이런 식으로 써놓은 사실은 알고 있는지 궁금하다"고 입시비리 의혹과 관련한 발언들을 소개했다.

강양구 기자가 소개한 '검찰개혁과 촛불시민 - 조국백서(오마이북)'의 공동 필자인 전우용 씨가 쓴 대목은 아래와 같다.
"조국 전 장관의 딸이 다닌 한영외고는 학생들로부터 취득한 ‘학부모 개인 정보’를 이용해 재학생 스펙 쌓기 프로그램을 만들어 운영했다. 학부모와 학생들은 학교가 만들어준 시스템과 관행 안에서 움직였다.”, “문제는 계층 간 상하 연결은 끊어지고 계층 내 수평 연결만 유지되는 ‘연줄 사회’를 어떻게 개혁할 것인가에 있다.”
“자녀 입시와 관련한 이 사건은 조국이 평소 지향해온 ‘가치’와 비교하면 부도덕하다는 비난을 받을 만하지만, 사회적 연줄망 안에서 작동하는 우리 사회의 ‘평균적 욕망 실현 방식’과 비교하면 특별히 부도덕하다고 할 수도 없을 것.” “불공평한 상황은 조국 후보자가 아니라 한국 사회의 계층 구조와 입시 제도가 만든 것.”

강양구 기자는 "요약하자면, 조국 전 장관은 '부도덕하다는 비난'을 받을 만한 행동을 했지만, 기득권 집단이 그간 한국 사회에서 해오던 평균적인 관행에 비춰보면 특별히 비난받을 만한 일은 아니라는 것이다"라며 "놀랍게도, 전우용 씨는 조국 전 장관을 기득권 집단의 일원으로 지목하고, 그 일가가 했던 자녀를 둘러싼 의혹을 놓고서 '부도덕하다'고 지적하고 있다"고 썼다.
조국 전 장관 지지자들 조국백서 '검찰개혁과 촛불시민 출간' (사진=뉴스1)
조국 전 장관 지지자들 조국백서 '검찰개혁과 촛불시민 출간' (사진=뉴스1)
강양구 기자는 또 다른 ‘조국 백서’ 공저자인 최민희 전 의원의 발언도 "마찬가지"라며 소개했다.
“애초 조국 전 장관이 대한민국의 초엘리트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 초엘리트로서 불법은 아니지만, 일반 서민이 갖지 못한 특혜 같은 게 있을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 이게 법의 문제로 치환될 사안은 아니다. (…) 서민들이 보기에는 상대적 박탈감을 느낄 수 있겠다, 이 점은 처음부터 인정했다.”

강양구 기자는 "최민희 전 의원은 조국 전 장관을 '초엘리트' 기득권 집단의 일원으로 규정하는 것도 모자라, 한 걸음 더 나아가 그런 기득권 집단은 '일반 서민이 갖지 못한 특혜 같은 게 있을 수 있다'고 인정한다"고 지적하며 "또 그런 특혜를 활용하는 일이 '서민이 보기에 박탈감을 느낄 수는 있겠지만' 어쩌겠느냐고 반문하는 것이다"라고 했다.

이어 "최민희 전 의원도 전우용 씨와 마찬가지로 조국 전 장관과 그 일가의 여러 행태가 감히 서민으로서는 상상도 하지 못할 기득권 집단의 특혜에 의존한 것이라고 인정하고 있는 것 아닌가"라고 반문하며 "이쯤되면 ‘조국 백서’의 저자야말로 조국 전 장관이 ‘흑화’되었다고 저격하고 있는 꼴인데, 이런 책을 내라고 3억 원이나 모아준 조국 팬덤은 어쩌란 말인가"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자신과 자신의 가족은 ‘도덕적으로든’ ‘법적으로든’ 죄가 없고 억울하다고 법정 투쟁을 하는 조국 전 장관은 어쩌란 말인가"라며 "내가 조국 전 장관이라면 ‘조국 백서’를 읽고서 정말로 화가 많이 났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왼쪽부터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 김경율 경제민주주의21 공동대표, 서민 단국대 의대 교수, 강양구 미디어 전문 재단 TBS 과학 전문 기자, 권경애 법무법인 해미르 변호사 (사진=연합뉴스)
왼쪽부터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 김경율 경제민주주의21 공동대표, 서민 단국대 의대 교수, 강양구 미디어 전문 재단 TBS 과학 전문 기자, 권경애 법무법인 해미르 변호사 (사진=연합뉴스)
강양구 기자는 "도대체 누가 누구를 ‘흑화’되었다고 말하는가"라며 "기득권 집단의 특혜를 당연시하는 집단이야말로 ‘흑화’된 것 아닌가"라고 강조했다.

'조국흑서' 공동저자인 서민 단국대 교수는 책을 통해 "좀 웃긴 게, 수십 억대 자산가가 법과 도덕을 어기면서까지 자기 자식을 의대 보내고 사모펀드로 재산을 불리려다 검찰수사를 받는데. 특권과는 거리가 먼 소위 가재, 붕어, 개구리들이 특권층 걱정을 해주고 앉았으니 얼마나 어이가 없나"라며 "그런데 이건 제 착각이었다. 그 지지자들도 조국이 저지르는 범죄쯤은 이미 다 저릴렀거나 저지르고 있는 사람들이더라. 그러니 지지자들이 조국의 죄를 아무것도 아닌 양 취급하는 게 이해가 된다"고 했다.

현재 재판 중인 조국 전 장관의 부인 정경심 동양대학교 교수는 딸의 대학 표창장 발급 내역을 위조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미나 한경닷컴 기자 help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