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서식품, 노란 커피잔의 위로…가슴 뛰는 음악까지…일상을 깨우는 '감동 패키지'
연예인이 아니라 이웃 같은 인물들이 등장한다. 직장으로 우리를 실어나르는 지하철, 평범해 보이는 노란 커피잔, 직장 내 일상을 함께 나누는 평범한 동료들, 조금 전 가족사진 촬영을 마치고 모니터 앞에서 서로의 미소를 확인하는 가족들, 오가다가 어느 직원 책상에 우연히 모여 커피를 나누는 모습, 밤의 등대를 지키는 등대지기, 도서관에서 밤샘 공부로 내일을 준비하는 수험생, 소파에 모여 담소를 나누는 가족, 내가 살고 있는 듯한 어느 도심 위로 지는 석양. 15초 분량의 영상에는 우리의 일상이 스치듯 흘러간다.

코로나 사태가 없었다면 이런 일상에 눈길이 가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사람들과 모이기도 힘들고, 설령 모였다 해도 마스크로 인해 잃어버린 표정과 얼굴을 들고 대화해야 하는 지금, 이런 시간이 너무나도 그리워진다. 화면에 흐르는 한 줄 카피는 그 일상에 대한 짙은 향수를 자극한다. “가장 평범했지만 가장 빛났던 순간들. 이 한 잔을 마시며 그 일상을 다시 기다려 봅니다.” 우리가 일부러 놓고 온 것도, 혹은 버린 것도 아닌데 그 일상이 다시 오지 않을 것만 같아 내심 얄밉게 느껴진다.
동서식품, 노란 커피잔의 위로…가슴 뛰는 음악까지…일상을 깨우는 '감동 패키지'
이럴 때 지나온 일상 속에서 마셨던 한 잔의 커피는 그때의 기억을 일깨우는 액체와도 같다. 일종의 ‘프루스트 효과’라고 해야 할까. 마르셀 프루스트의 소설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에 이런 장면이 등장한다.

“내가 찾는 진실이 음료 속에 있지 않고, 나 자신 속에 있다는 건 확실하다. 음료는 내 몸속에서 진실을 눈뜨게 했다. 그러한 모든 것이 형태를 갖추고 뿌리를 내려, 마을과 정원과 더불어 나의 찻잔에서 나왔다.”

프루스트 효과는 주인공이 홍차에 적신 마들렌 조각을 머금는 순간 유년의 기억을 환기하는 유명한 에피소드에서 나온 용어이다.

일상 풍경을 담은 화면이 프루스트에게 가닿게 한다면, CF에 삽입된 음악은 가슴을 뛰게 한다. 음악을 듣고 글 쓰는 게 직업이다보니 무엇을 보아도 귀로 들려오는 게 먼저다. 이 CF에서도 그렇다. “가장 평범했지만 가장 빛났던 순간들”의 일상과 함께 흘러나오는 음악은 영국 가수 애슐리 토마스의 ‘Everything Must Go’다.

노래가 쥐고 있는 흥겨움이 마음에 들어 정보를 찾아보았다. 수많은 정보가 집적된 인터넷 속에서도 이 곡에 관한 정보는 미비하다. 커피를 타고 이곳에 도착한 새로운 음악인 셈이다(기회가 된다면 CF 감독에게 이 음악을 어떻게 만났는지 묻고 싶다). 무엇보다 제목이 마음에 든다. 모든 것(Everything)은 반드시(Must) 나아간다(Go). 이 노래를 들으며, 우리는 지금으로부터 나아갈 것을, 반드시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나아갈 것을, 고로 지금의 일상보다 나아질 것임을 믿고 다짐하게 된다.

동서식품, 노란 커피잔의 위로…가슴 뛰는 음악까지…일상을 깨우는 '감동 패키지'
모든 광고에서 음악의 힘은 의외로 크게 작용한다. 올해 상반기에 나온 맥심 모카골드의 다른 CF에는 그룹 놀란스(The Nolans)의 ‘I’m in the mood for Dancing’이 삽입되었다. 1970년대 아일랜드 출신 영국 보컬 그룹이다. 한때 한국에 상륙했지만 이미 추억의 팝송이 된 지 오래다. “뭔가 좋은 일이 생길 듯한 기분이에요”라는 노랫말을 품은 흥겨운 곡이다. 이런 가사를 대변이라도 하듯 화면에는 “이 한 잔이 없다면 어떻게 아침을 열까요. 어떻게 월요일을 맞이할까요. 어떻게 다시 시작할까요”라는 문구가 뜬다. 모카골드 CF에는 공통적으로 새로운 시작을 다짐하게 하고 꿈꾸게 하는 힘이 담겨 있다.

‘Everything Must Go’도 제목만으로도 큰 힘을 준다. 다시 이 음악을 들으면서 CF의 화면을 보니 일상을 살아내고 있는 주인공들의 모습이 색다르게 다가온다. 한강을 가로지르는 다리 위를 힘차게 달리며 전진하는 지하철, 미소 띤 얼굴에는 일상 너머를 내다보는 듯한 희망찬 눈동자, 어두운 밤바다로 나아가는 사람들을 안내하는 등대와 등대지기, 내일을 향해 나아가는 수험생 등의 모습이 다르게 보인다. 일상, 즉 우리가 잃어버린 ‘어제의 내일’로 다시 나아가는 길목에는 달콤한 쉼표 모카골드가 있음을 CF는 보여준다.

송현민 < 음악평론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