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대기업들은 공공부문의 소프트웨어 시장에 진출하는 것도 제한돼 있다. 하드웨어뿐 아니라 소프트웨어 시장도 미국 중국 등 외국계 기업의 먹잇감이 될 가능성이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2013년 개정된 소프트웨어산업진흥법에 따르면 대기업들은 공공 정보기술(IT) 사업 입찰에 원칙적으로 참여할 수 없다. 공공 시장에서 대기업의 독점을 막아 중소·중견기업의 성장을 돕겠다는 명분으로 법이 바뀌었다.

물론 ‘국가 안보’와 ‘신기술 활용’ 등 일부 예외 사유를 두고 대기업에 문호를 열어놨지만 형식적인 조항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교육부의 차세대 교육행정정보시스템(NEIS·나이스) 구축 사업이 대표적인 예다. 교육부는 올 7월 주무부처인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대기업 참여 제한 예외를 인정해달라고 요청했지만 지난 20일 최종적으로 반려됐다. 소프트웨어의 신기술 적용에서도 대기업 참여를 예외로 인정할 만한 사안이 아니라는 게 그 이유였다.

교육부가 과기정통부에 퇴짜를 맞은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그동안 네 차례에 걸쳐 차세대 나이스 사업에 대기업 참여를 허용해달라는 심의를 요청했지만 번번이 거절당했다. 앞서 세 차례 신청에서는 국가 안보를, 이번에는 신기술 적용을 들어 예외적 이유로 인정해달라고 읍소했지만 모두 반려됐다.

IT업계에서는 소프트웨어 분야에서 대기업 참여를 무조건 제한하기보다 융통성을 발휘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대기업 참여 제한을 시행한 지 이미 7년이 지난 데다 시장 상황도 급변한 만큼 새로운 해법을 찾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확산되고 있다. 게다가 그동안 한국보다 한 수 아래로 평가돼온 중국의 소프트웨어 기술도 무서운 속도로 발전하고 있다. 중국의 메신저 앱인 ‘위챗’과 동영상 앱인 ‘틱톡’은 이미 글로벌 플랫폼으로 발전해 미국과 중국 간 무역분쟁의 핵심 사안이 됐을 정도다.

IT업계 관계자는 “아직은 외국 기업의 국내 공공 소프트웨어 시장 진출이 미미하지만 2011년 LED(발광다이오드) 조명을 중소기업적합업종으로 지정해 중국에 시장을 내준 것처럼 향후엔 하드웨어뿐 아니라 소프트웨어 분야도 중국을 비롯한 외국 기업이 차지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정인설 기자 surisur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