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금개혁 등 난제 떠안은 김용진 신임 국민연금 이사장
국민연금공단 이사장에 김용진 전 기획재정부 제2차관(사진)이 31일 임명됐다. 김 이사장은 31일부터 만 3년의 국민연금공단 이사장 업무를 시작했다.

이날 보건복지부와 국민연금공단은 문재인 대통령의 재가를 받아 김 이사장이 공식 임명됐다고 발표했다. 국민연금 이사장은 내부 임원추천위원회에서 3~5명의 후보자를 보건복지부 장관에게 추천하고, 복지부 장관이 한 명으로 압축해 대통령에게 임명을 제청하면 대통령이 임명한다.

김성주 의원이 총선 출마를 위해 올해초 이사장직을 내놓으며 시작된 국민연금의 리더십 공백은 8개월만에 마무리됐다. 김 이사장도 지난 4월 총선에서 경기 이천에 출마했다 낙선한 바 있다.

김 이사장은 1961년생으로 기획재정부에서 대외경제국장, 공공혁신기획관, 사회예산심의관 등을 역임했다. 2017년 기획재정부 2차관에 임명되기 전에는 1년여간 동서발전 사장을 맡기도 했다. 사회기금과장 등으로 근무한 경력이 국민연금공단 경영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는 공단측의 설명이다.

김 이사장의 가장 큰 과제는 역시 국민연금 개혁이다. 문 대통령이 대선공약으로도 제시했던 국민연금 개혁은 2018년과 2019년 두 차례의 시도가 무산되며 관련 작업 중지됐다. 주무부처인 복지부의 박능후 장관도 지난 6월 기자간담회에서 "정부가 낼 안이 더는 없다"며 사실상 포기를 선언했다.

다만 김성주 의원이 "이사장 재임 시절과 마찬가지로 국민 연금 개혁을 위해 국회에서 힘쓸 것"이라고 밝히고 있는 점은 다행이다. 하지만 대통령과 여당의 지지율이 하락하는 가운데 인기가 없는 정책인 국민연금 개혁을 국민연금공단 단독으로 이뤄내기는 불가능하다. 복지부 사정에 밝은 한 정치권 관계자는 "정치적 부담을 감안할 때 기금 고갈이 임박해서나 실제 개혁 작업이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임기 내 유력한 주요 정책 목표 중 하나는 국민연금 기금의 분할이다. 4년후 1000조원을 돌파할 정도로 기금 규모가 비대해지면서 분할 및 경쟁을 통해 운용 효율성을 높여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는 까닭이다.

국회 입법조사처는 지난달 11일 내놓은 ‘2020 국정감사 이슈 분석’ 보고서를 통해 국민연금의 장기 운용 수익률을 높이기 위해 기금의 분할 운용을 논의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입법조사처는 “시장에서 국민연금에 주목하고 있기 때문에 전술적 자산배분(TAA)을 통한 성과 제고에 한계가 있다”며 “자산 비중을 조정할 때도 가격에 미치는 영향이 막대해 금융시장의 안정성을 해칠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기금을 100조~200조원 가량으로 운용하는 복수의 기금이 대안으로 제기된다. 해외에서는 스웨덴 공적연금(AP)이 1960년 처음 기금을 분할했고 2001년 6개 분할 체제를 구축한 사례가 있다.

지난해 통과된 스튜어드십 코드(기관투자가의 의결권 행사 지침) 안착 및 합리화도 과제다. 경영 간섭 논란을 빚고 있는 가운데 여전히 구체적인 기준이 부족하다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기금운용본부의 지방 이전으로 유출되고 있는 전문 운용인력의 발길을 돌려세우는 것도 과제다.

국민연금의 한 관계자는 “전임 이사장인 김성주 의원의 지역구가 국민연금공단이 있는 전주 덕진구이며 김 의원이 국회 보건복지위원회를 맡았다”며 “신임 이사장에게 김 의원의 영향력이 미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노경목/황정환 기자 autonom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