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社 '수주 가뭄'…카타르 LNG船만 기다려
국내 조선사들이 다시 ‘수주절벽’에 내몰렸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선주들이 발주를 미루고 있는 탓이다. 최악의 실적을 냈던 2016년에 버금가는 위기다. 하반기 카타르 등에서 액화천연가스(LNG) 발주가 재개될 것으로 예상되지만 구멍난 상반기 실적을 만회하기에는 역부족이란 분석이 나온다.

2016년보다 더한 수주절벽

조선社 '수주 가뭄'…카타르 LNG船만 기다려
영국 조선해운시황 분석기관 클락슨리서치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세계 선박 발주량은 575만CGT(표준화물선환산톤수)로 작년 같은 기간보다 58.3% 급감했다. 이는 클락슨리서치가 자료 집계를 시작한 1996년 이래 가장 최저치다. 기존 역대 최저 기록은 외환위기 직후인 1999년 658만CGT였다. 호황기였던 2007년(4619만CGT)과 비교하면 8분의1 수준에 불과하다. 국가별 수주량도 한국은 118만CGT에 그쳐 중국(351만CGT)에 크게 뒤졌다.

올해 수주절벽은 코로나19로 선주들이 발주를 미룬 데 따른 것이다. 8월 말 기준 현대중공업 대우조선해양 삼성중공업 등 ‘조선 빅3’는 올해 목표 수주량의 20%밖에 채우지 못했다.

지난 6월 조선 3사가 카타르와 LNG선 23조6000억원 규모(192억달러)의 슬롯약정 계약을 체결했다는 소식에 달아올랐던 분위기도 다시 얼어붙었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최악의 수주절벽을 겪었던 2016년과 비슷한 분위기”라고 말했다.

올해 수주가뭄 여파는 2~3년 뒤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계약 후 선박 설계, 원자재 구매 등을 거쳐 실제 배 건조에 들어가는 데 통상 2년이 걸리기 때문이다. 향후 수년간 조선사 도크가 텅텅 비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클락슨리서치는 올해 초 연간 선박 발주 전망치를 1324척으로 제시했지만 지난 4월 756척으로 하향 조정했다. 이와 함께 올해 LNG선 발주 규모는 50척, 내년에는 60척에 그칠 것으로 내다봤다. 2027년까지 예정된 카타르 LNG선 100척 발주는 너무 먼 미래의 얘기라는 설명이다. 조선 3사의 실적 악화가 장기화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하반기 LNG선 발주에 숨통

하반기부터 한국 조선업계의 주력인 LNG선 발주가 재개되면서 다소 숨통이 틔었다. 해운 운임이 반등하면서 컨테이너선 발주도 기대된다. 코로나19로 얼어붙었던 선박 발주 시장은 조금씩 풀리는 분위기다. 이봉진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올해 선박발주는 지난해보다 35%가량 줄어들 것으로 보이지만 국내 조선소의 하반기 수주는 상반기보다 2배 이상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며 “하반기엔 모잠비크, 러시아 등에 이어 카타르에서 LNG선 추가 발주가 이어지면서 수주 가뭄을 다소 해소해 줄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현대중공업은 지난 7월 말 해외 선주사 두 곳과 LNG선 4척 건조계약을 맺었다. 올해 한국 조선업계의 마수걸이 수주였다. 이후 현대중공업그룹은 LNG선 6척을 비롯해 석유화학제품운반(PC)선, 여객선(RO-PAX) 등을 몰아치기 수주했다.

대우조선해양과 삼성중공업은 러시아 국영 에너지 기업 노바텍의 LNG선 발주를 기다리고 있다. 노바텍은 연내 대우조선해양, 삼성중공업 등과 쇄빙 LNG선의 건조계약을 진행할 예정이다. 프랑스 에너지기업 토탈이 추진하는 모잠비크 LNG 프로젝트에서는 현대중공업과 삼성중공업이 각각 8척 이상의 건조의향서를 받아놓은 상황이다. 연내 수주 소식이 전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하반기 국내 조선사들의 LNG선 수주가 잇따를 것으로 기대되지만, 경영난을 겪고 있는 조선업계의 위기감은 여전하다. 올해 상반기 조선업 시황이 워낙 부진했던 탓에 연간 수주 실적이 목표에 미치지 못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삼성중공업 관계자는 “2016년 수주절벽 수준을 넘어선 불황이 예상된다”며 “내년부터 일감이 떨어져 조선소를 중심으로 대규모 구조조정이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최만수 기자 bebo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