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5대 은행의 가계·기업 대출 연체율이 전달보다 일제히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상승폭이 크지는 않지만 긴장감이 높아지고 있다. 대출 만기·이자 연장 조치가 이어지면서 잠재적인 부실이 아직 반영되지 않아서다.
은행 연체율 상승…건전성 관리 '발등의 불'

5대 은행 연체율 일제히 꿈틀

23일 은행권에 따르면 신한 국민 하나 우리 농협 등 5대 은행의 7월 말 전체 대출 연체율은 0.23~0.36%로 집계됐다. 지난 6월 말(0.21~0.33%)에 비해 전반적으로 올랐다. 기업 대출은 0.18~0.38%에서 0.20~0.48%로 올랐다. 5대 은행 중 두 곳은 올 들어 처음으로 0.4% 이상을 기록했다. A은행은 2018년 11월 이후 내부 기준 가장 높은 연체율(0.40%)을 나타냈다.

가계 대출은 지난달 말 0.22~0.28%로 집계됐다. 6월 말(0.13~0.29%)과 비교할 때 최고 연체율 수준은 비슷했지만 최저 연체율이 크게 상승했다. 올 들어 가계 연체율을 0.1%대로 관리해온 B은행은 0.2%대 연체율을 기록했다. 은행권 관계자는 “분기 말에 부실채권을 매각·상각하기 때문에 6월에는 연체율이 보통 전달보다 낮아진다”며 “연체가 급증했다고 볼 수는 없지만 대외 환경을 고려하면 걱정스러운 수준”이라고 말했다.

이자 유예 조치 중지하면 어쩌나

은행권의 우려가 커지는 것은 아직 부실이 본격적으로 반영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정부는 코로나19 피해를 지원하기 위해 한시적으로 대출 만기 연장 및 이자 유예 조치를 해오고 있다. 5대 은행이 2월 이후 이달 중순까지 만기·이자 납부를 미뤄준 대출 규모는 약 40조원에 달한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연체율을 계산할 때 분모가 되는 대출 규모가 급증했기 때문에 당분간은 연체율이 떨어지는 ‘착시’가 나타날 것으로 예상했지만 오히려 증가세를 탔다”며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부실이 수면 위로 드러나기 시작하면 연체율이 급등할 우려가 있다”고 했다.

은행들은 하반기 건전성 관리에 집중할 전망이다. 가계·기업 대출 차주별로 부실 위험을 재점검하고 상품별 리스크를 평가하는 등 조치도 이어지고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은행들이 업종이나 상품별로 금리를 조정하거나 대출 한도를 줄이는 식으로 속도 조절을 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금융당국은 코로나19 장기화를 고려해 대출 만기·이자 유예 조치를 한 차례 더 연장하는 방안을 사실상 확정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은행은 물론 2금융권에서도 금융위원회가 내놓은 대출 만기 추가 연장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며 “이달 말쯤 공식적인 발표가 있을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내달 말까지인 유동성 커버리지 비율(LCR) 규제 완화 조치도 연장될 가능성이 거론된다. LCR은 향후 30일간 예상되는 순현금 유출액 대비 고(高)유동성 자산의 비율이다. 금융위는 은행권의 금융 지원 여력을 높이기 위해 LCR 하한을 기존 100% 이상에서 85% 이상으로 한시적으로 낮춰줬다.

정소람 기자 ra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