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속으로 떠나는 기묘한 여행…영화 '후쿠오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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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률 감독의 '후쿠오카'는 마치 꿈으로 찾아온 기억을 되짚는, 판타지와도 같은 영화다.
영화 '후쿠오카' 안에서는 꿈과 현실, 내가 재구성한 기억과 실제 일어났던 일, 나와 타인, 한국과 일본 그 모든 상반된 지점에 있는 것들의 경계가 뒤흔들린다.
대학가에서 헌책방을 운영하는 제문(윤제문 분)은 교복을 입은(그러나 스물 한살이라고 주장하는) 단골 소담(박소담)의 제안으로 불쑥 일본 후쿠오카로 여행을 떠난다.
두 사람은 후쿠오카에 도착해 제문의 대학 선배 해효(권해효)가 운영하는 작은 술집을 찾는다.
해효와 제문은 28년 전 대학 동아리 후배 순이를 동시에 사랑한 악연으로 얽혀있고 이 첫사랑의 추억에 갇혀 사는 두 남자는 만나자마자 으르렁댄다.
이 두 사람과 4차원의 소담이 3일 동안 후쿠오카를 여행하면서 기묘한 일들이 벌어진다.
이들이 겪는 일들엔 일관성이나 개연성이 없다.
소담이 제문에게 맥락 없이 후쿠오카 여행을 제안하고, 두 사람은 바로 다음 장면에서 후쿠오카에 도착해있다.
그뿐이 아니다.
소담은 일본어를 전혀 못 하지만 일본어를 알아듣고 그와 대화를 하는 일본인도 소담의 말을 통역 없이 이해한다.
일본인뿐만 아니라 우연히 만난 중국인도 마찬가지다.
10년 동안 말을 않던 해효 술집의 단골이 갑자기 한국어로 말하기 시작하는데도, 이 모든 것에는 납득할만한 이유가 제시되지 않는다.
그러나 현실에서는 불가능하지만, 꿈속이라면 얼마든지 가능한 일들이다.
영화 안에서는 꿈과 현실의 경계뿐 아니라 등장인물 간의 경계도 허물어진다.
가끔 알아들을 수 없는 말과 행동을 하는 소담은 순이 같기도 하고 아니기도 하다.
해효와 제문이 함께 있는 모습이 무대 같다며 자신이 순이 역할을 맡기도 할 때는 실제 존재하는 인물이 아니라 두 사람의 기억 속에 존재하는 한 여성의 모습이 된다.
한국과 일본의 경계가 무너지는 결말 부분에서는 "둘이 똑같다"라는 소담의 말처럼 해효와 제문의 경계도 함께 사라진다.
등장인물들은 모두 각각의 인물을 연기한 실제 배우들과 이름이 똑같다.
등장인물은 배우 본인이면서 또 아닌, 기묘한 위치에 놓이게 되며 관객은 이 무너지는 경계에서 독특한 즐거움을 느낀다.
두 남자의 정신을 아직도 지배하는 순이는 누구인가.
그는 윤동주 시인의 시 '사랑의 전당', '소년', '눈오는 지도' 등에 등장하는, 그 순이이다.
장률 감독은 경계인의 정체성을 설명하기 위해 윤동주 시인을 데려온다.
이는 전작 '군산: 거위를 노래하다'(2018)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중국 북간도에서 태어나 서울과 평양에서 학교에 다니고 일본 후쿠오카 형무소에서 옥사한 윤동주 시인은 한·중·일의 경계를 모두 아우르기 때문이다.
전작들에서와 마찬가지로 경계인으로 산 장 감독의 시선이 역시 담겼다.
장 감독은 중국 옌볜에서 나고 자란 재중동포 2세다.
촛불 장면과 소담이 갖고 다니는 일본 인형은 이른바 '도시 3부작'이라고 불리는 장률 감독의 전작 '경주'와 '군산: 거위를 노래하다'와 연결된다.
오는 27일 개봉. 지난 3월 개봉 예정이었으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여파로 개봉이 미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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