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정부가 중국 최대 통신장비업체인 화웨이를 더욱 촘촘하게 규제하겠다고 선언했다.

미국 상무부는 17일 화웨이 추가 제재안을 발표했다. 소프트웨어 등 미국산 기술과 장비를 활용해 개발한 반도체를 화웨이에 팔지 못하도록 제한하겠다는 선언이다.

지난 5월에 발표한 화웨이 제재안보다 강화한 조치다. 지난 5월 미 상무부는 외국 회사가 미국 기술을 활용해 만든 특정 반도체를 화웨이에 공급하려면 미 정부의 허가(라이선스)를 받아야 한다는 제재안을 내놓았다.

이 수준의 제재만으로도 화웨이는 대표 반도체 칩셋인 기린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 생산을 다음달부터 중단할 위기에 몰릴 정도였다. 미국의 규제 때문에 기린에 들어가는 주요 부품을 부품업체들로부터 조달할 길이 막혔기 때문이다.

기린은 중국 기업이 해외 기술에 의존하지 않고 100% 중국산 기술로 개발에 성공한 제품이라 화웨이에 각별한 의미가 있다. 세계 최대 파운드리업체인 대만 TSMC는 주요 고객사였던 화웨이로부터 주문을 받지 않고 있다.

하지만 윌버 로스 미 상무장관은 이날 폭스비즈니스와의 인터뷰에서 “지난 5월 제재로는 화웨이가 제3의 기업을 거쳐 우회적으로 반도체를 구하는 행위를 막을 수 없다”고 말했다. 로스 장관은 화웨이가 미국 기술에 접근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구멍’을 메운 것이라고 이번 제재안의 의미를 설명했다. 그야말로 물샐 틈 없이 화웨이의 숨통을 조이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도 16일 폭스뉴스의 폭스앤드프렌즈와의 인터뷰에서 화웨이를 ‘스파이웨이(Spy-Wei)’라고 부르며 “미국은 화웨이 장비를 사용하는 그 어떤 나라와도 주요 사안을 공유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미 정부는 화웨이가 중국 정부를 위해 정보를 유출하는 간첩이라고 비난해 왔다.

미 상무부는 21개국에 있는 화웨이 계열사 38곳도 블랙리스트에 추가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블랙리스트에 오른 화웨이 계열사는 152개가 됐다.

미국의 화웨이 때리기는 중국 바이트댄스의 짧은 동영상 플랫폼 틱톡, 텐센트의 위챗 등 중국 기업 제재로도 확대됐다. 알리바바가 다음 제재 대상이 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고운 기자 cca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