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동구 외곽순환도로 상일나들목(IC) 인근에 7만8000㎡ 규모의 엔지니어링 복합 산업단지(조감도)가 들어선다.서울시는 지난 2일 열린 산업단지계획심의위원회에서 강동일반산업단지계획안을 조건부 가결했다고 3일 밝혔다. 대상지는 서울외곽순환도로와 천호대로가 교차하는 상일IC 서남측 상일동 404 일원이다. 면적은 약 7만8000㎡, 총사업비는 1945억원 규모다.서울에서 서울디지털국가산업단지(G밸리), 서울온수일반산업단지, 마곡일반산업단지에 이은 네 번째 산업단지다. 서울시는 2014년 조성 계획을 수립한 이후 다섯 차례의 중앙도시계획위원회 심의를 거쳐 해당 지역을 개발제한구역에서 해제했다. 시행은 서울주택도시공사(SH공사)가 공영개발(전면수용) 방식으로 진행한다.강동일반산업단지는 엔지니어링 복합단지를 목표로 한다. 건설, 플랜트 중심의 엔지니어링 산업을 넘어 빅데이터, 인공지능(AI) 기술이 접목된 고부가 엔지니어링 산업단지로 조성된다는 얘기다. 서울시 관계자는 “엔지니어링 산업이 모여 있는 맞은편 강일첨단업무단지와 연계해 엔지니어링 산업의 집적효과를 높이고 미래 엔지니어링 산업의 구심점으로 성장시킬 방침”이라고 설명했다.영세 기업 입주 공간을 15% 이상 확보하는 등 공공성도 강화한다. 일부 구역은 중소기업 전용 단지로 조성해 중소업체 간 협업을 강화하고 시너지를 높일 계획이다. 산업단지를 활성화하기 위해 공공지원시설도 유치한다. 복합시설용지에 엔지니어링협회 해외진출지원센터, 엔지니어링공제조합 교류금융지원, 창업보육센터, 공공형지식산업센터 등이 들어서도록 할 예정이다.지역 주민을 위해 친환경 공간도 마련한다. 산업단지 내 공원 및 녹지 1만2550㎡를 고덕천과 연계해 근로자와 주민의 휴식 공간으로 조성한다. 용적률은 기존 400%에서 330∼350%로 낮춰 저밀도 개발을 추진한다.서울시는 하반기 산업단지 조성을 위한 토지 보상 절차를 시작해 2023년 하반기 준공할 예정이다. 김의승 서울시 경제정책실장은 “그동안 서남권에 편중됐던 산업 기반이 분산돼 균형 발전을 추진할 수 있게 됐다”며 “주거 위주인 강동구 지역경제를 활성화하는 효과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이유정 기자 yjlee@hankyung.com
폴리프로필렌(PP) 밴드는 플라스틱 소재를 적용한 상품 결속용 끈이다. 상품을 안전하게 보관·운반하기 위해 강한 내구성을 갖춰야 하는 데다 크기와 모양이 다양한 상품에 사용할 수 있도록 탄성 또한 우수해야 한다. PP 밴드 제품 중 상품을 포장기계에 넣어 자동으로 포장하는 데 쓰이는 자동 PP 밴드는 생산 속도와 효율이 중요한 산업 현장의 필수적인 포장 재료이기도 하다.경기 화성시 반월시화국가산업단지에 있는 대은산업은 국내 1위 자동 PP 밴드 제조업체다. 1970년대 말 국내 최초로 자동 PP 밴드 생산 설비를 도입해 양질의 자동 PP 밴드를 일정한 품질로 대량 생산하는 자동화 설비를 구축했다. 이 업체는 40년간 축적한 자동 PP 밴드 제조기술과 노하우를 바탕으로 미국, 일본 등 글로벌 시장에 진출해 지난해 수출 700만달러를 돌파한 글로벌 강소기업으로 발돋움했다.“국내 최초 자동 PP 밴드 생산”대은산업 창업자인 김종웅 회장은 1968년 서울의 한 비닐 끈 제조 중소기업에서 직장 생활을 시작했다. 수동으로 제품을 포장하는 데 쓰이는 비닐 끈을 생산하는 업체였다. 김 회장은 약 10년의 직장생활 끝에 자신만의 사업을 꾸리고자 1979년 4월 서울 양천구(당시 강서구)에서 ‘대은화학’을 설립했다.사업 초기 김 회장은 전량 수입에 의존하던 자동 PP 밴드를 국산화하기로 결심했다. 산업 전 분야에서 생산성이 비약적으로 발전하면서 수동 PP 밴드에 비해 품을 덜 들이고도 상품 포장이 가능한 포장 재료 수요가 늘어날 것으로 판단했다. 당시 한일합섬, 국제상사 등 일부 대기업들이 일본에서 들여온 자동포장기계와 함께 수입 자동 PP 밴드를 산업 현장에 막 적용하기 시작한 시기였다.김 회장은 회사 설립 3개월이 지나서 직접 일본으로 건너갔다. 국내에 없던 자동 PP 밴드 생산설비를 구입하기 위해서다. 당시 그가 손에 쥔 사업자금은 1억2000만원이었다. 자동 PP 밴드 생산설비 제조 기술을 보유한 일본 회사는 설비납품 가격으로 20억원을 불렀다. 자금이 턱없이 부족했던 김 회장은 처음 구상했던 사업을 포기해야 할 상황에 부닥쳤다.김 회장은 끈질기게 일본인 사장을 설득했다. 일곱 번에 걸쳐 일본인 사장을 찾아간 끝에 생산설비 납품을 약속받았다. 그마저도 전체 생산설비가 아니라 재료를 가공하는 와인더, 무늬를 찍는 엠보스롤러, 금형 등 세 가지 핵심설비의 설계도만 제공받기로 했다. 일본인 사장은 나머지 설비는 김 회장이 공장을 직접 방문해 ‘눈동냥’으로 익혀가라고 했다. 우여곡절 끝에 김 회장은 자동 PP 밴드 생산설비를 보유한 국내 1호 기업인이 됐다.김 회장은 “생산설비가 이 자동 PP 밴드 제조업의 핵심 역량이었기 때문에 일본에서 가져온 3개 설비 제작을 각각 다른 업체에 맡길 정도로 신중히 사업에 착수했다”며 “칠전팔기의 정신으로 끈질기게 일본인 사장을 설득했던 노력이 지금의 글로벌 기업 대은산업을 일군 첫 발걸음이었다”고 말했다.수출 비중 70% ‘글로벌 강소기업’으로 성장1985년 경기 김포로 공장을 옮긴 대은화학은 경쟁 업체들보다 우수한 생산성을 바탕으로 빠르게 기업 규모를 키워나갔다. 생산 전 과정을 자동화해 원가를 절감하고 균일한 품질의 자동 PP 밴드 제품을 국내 산업계에 공급했다. 이 업체는 1989년 대전공장을 신설한 데 이어 이듬해 부산공장을 새로 지으며 빠르게 증가하는 내수시장 수요에 대응했다. 회사 이름을 대은산업으로 바꾼 것은 이 무렵이다.김 회장은 자동포장기계 제조사업에도 뛰어들었다. 자동 PP 밴드와 자동 포장기계를 함께 공급하면 부가가치를 높일 수 있다고 판단해서다. 평소 알고 지내던 부산의 한 자동 포장기계 제조업체가 경영난을 이기지 못하고 폐업할 위기에 처했다는 소식을 듣고 김 회장은 이 회사를 인수하기로 했다. 이렇게 대은산업의 관계사로 1990년 설립된 대은엠비코는 국내 시장을 중심으로 자동 포장기계를 비롯한 포장산업 관련 기계장비를 공급하고 있다.대은산업은 일본을 시작으로 1990년부터 본격적인 글로벌 시장 공략에 나섰다. 높은 생산성과 가격 경쟁력을 무기로 글로벌 업체들과 경쟁하며 국산 자동 PP 밴드 제품을 세계에 알려나갔다. 글로벌 시장 진출 약 10년 만인 1999년 수출 유망 중소기업으로 선정된 데 이어 같은 해 제36회 무역의날 한국무역협회장상을 수상하는 등 국내 중소 제조업계를 대표하는 강소기업으로서 두각을 드러냈다.대은산업은 2000년 자동 PP 밴드 제품에 대한 ISO9001 인증을 획득했다. 국산 자동 PP 밴드의 우수한 품질을 세계적으로 공인받은 계기였다. 2005년 이 업체의 수출 실적은 500만달러를 돌파했다.대은산업은 미국과 일본, 호주를 포함한 세계 15개 국가로 수출국을 확대했다. 소비자의 안목이 비교적 까다로운 일본과 미국의 수출 비중이 각각 35%, 25%를 차지한다. 이 업체의 수출 실적은 지난해 768만달러까지 늘었다. 김 회장은 “제조업체가 40년간 지속해서 성장해온 비결은 특별하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끊임없는 품질 제고 노력과 생산성 향상이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한 배경”이라고 했다.대은산업은 1995년 반월시화국가산단에 입주해 26년째 국가산단 한 자리를 지키고 있다. 이 업체는 국가 산업 발전과 제조업 기반의 국가산단 성장에 이바지한 공로를 인정받아 한국산업단지공단(KICOX) 경기본부의 메카트로닉스미니클러스터(MC) 우수 회원사로도 활동하고 있다. 대은산업은 지난해 플라스틱 밴드 제품 생산량을 늘리는 방향으로 제조설비 일부를 개편했다. 올해는 미국 내수시장을 중심으로 수출을 확대해나갈 계획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으로 글로벌 제조업 경기가 전반적으로 위축된 가운데 보다 적극적으로 해외판로 개척에 힘쓴다는 방침이다. 김 회장은 “전체 매출에서 70%를 차지하는 수출 비중을 올해 80%까지 늘릴 계획”이라며 “위기를 기회로 삼아 산업용 밴드 분야의 글로벌 강소기업으로서 입지를 다지겠다”고 강조했다.반월=민경진 기자 min@hankyung.com
스페인 바르셀로나의 포블레노우 지역은 2000년 이전만 해도 쇠락해가던 방직섬유 산업단지였다. 하지만 산단개조사업인 ‘22@바르셀로나’ 프로젝트가 성공하면서 첨단 스마트 산업단지로 변신했다. 500만㎡ 지역 중 400만㎡에 의료기술, 정보기술(IT), 디자인패션, 에너지, 미디어 등 5개 클러스터가 조성돼 있다. 여기에 주거 생산, 문화 교육이 복합된 250곳의 공간(모듈)이 더해지면서 입체적인 혁신 공간이 됐다. 스타트업 등 1만 개 기업을 유치했고 일자리 9만 개를 창출했다. 10개 대학 2만여 명의 학생, 12개의 기술이전센터가 기업과 협력하고 있다.대구의 경제 심장이나 다름없는 산단지역이 ‘22@바르셀로나’와 같은 산단개조사업으로 변신을 시도한다. 대구시는 성서산단을 거점으로 제3산단과 서대구산단을 연계산단으로, 경북도청 이전지와 종합유통단지, 엑스코를 연계지역으로 하는 대구 산업단지 대개조 계획을 수립하고 실행에 나섰다고 17일 발표했다. 내년부터 3년간 47개 사업에 9705억원을 투입한다.김희대 대구테크노파크 도시혁신융합기획센터장은 “22@바르셀로나의 성공 비결은 공업지역의 토지이용정책을 바꿔 공장만 모인 단지(zone) 개념이 아니라 주거 교육 문화 생산이 어우러진 모듈과 블록을 건설하도록 유도한 데 있다”고 설명했다.산단대개조에는 제조공정혁신을 통한 기업과 창업 지원으로 일자리를 창출하기 위한 28개 사업에 4742억원이 투입된다. 산단복합문화센터, 캠퍼스혁신파크, 스마트공장특화캠퍼스, 스마트가든볼·휴부스 등 새로운 개념의 시설을 7개 사업(925억원)으로 녹여내 기존 산단의 모습을 획기적으로 바꿀 계획이다. 산단 스마트물류공유서비스, 유휴공간 멀티스페이스 조성, 공장에너지관리시스템, 산업단지 상상허브 등 산업단지 인프라 조성 12개 사업에도 4036억원이 투입된다.21개 산업단지가 있는 대구에서 성서산단(1217만㎡)은 전국 673개 일반산업단지 가운데 생산 1위인 산단으로, 지난해 말 현재 2638개사에 5만3079명이 근무하고 있다. 대구 전체 생산액의 절반인 연간 16조원을 생산하는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지만 주거 교육 문화 기능이 없어 밤만 되면 근로자들이 빠져나가 유령 도시처럼 변한다.장기적 경기침체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휴폐업하는 공장이 늘어나면서 산단 대개조사업은 대구 경제의 미래를 좌우할 사업으로 떠올랐다.최운백 대구시 경제국장은 “성서산단은 자동차부품, 서대구는 산업용섬유, 제3산단은 기계로봇으로 특화한 맞춤형 스마트 산단 모델을 확산시켜 산업구조를 고도화할 계획”이라며 “대개조 사업이 성공한다면 대구의 고용과 새로운 도약을 이끄는 엔진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대구=오경묵 기자 okmoo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