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게해의 시대·독한 세계사

▲ 인문학으로 읽는 국악 이야기 = 하응백 지음.
민요를 비롯한 국악의 노랫말을 올바르게 이해할 수 있도록 그 배경과 의미를 설명한다.

고어 투거나 한문이 많이 섞여 있어 현대인으로서는 이해하기 어려운 국악 노랫말의 뜻을 찾기 위한 요령으로 우선 방언에 대한 이해를 꼽는다.

예를 들어 '상주 모심기 노래'에 나오는 "능청능청 저 비 끝에 시누올케 마주 앉아 / 나두야 죽어 후생 가면 낭군 먼저 섬길라네"라는 구절은 핵심 단어인 '비'가 경상도 방언으로 '절벽'이라는 것을 모르고 '하늘에서 내리는 비(雨)'라고 잘못 이해하면 도저히 뜻을 알 수 없게 된다.

시누이와 올케 사이인 두 여자가 아슬아슬한 절벽 위에 있다 강물에 빠지게 된 것을 보고 화자의 오빠가 자신의 아내, 즉 화자의 올케만 구한 것을 원망하면서 부르는 노래다.

또 전설과 지명에 대한 이해도 필요하다.

황해도 민요 '연평도 난봉가'에는 "긴작시 강변에 아가씨나무 바람만 불어도 다 쓰러진다네"라는 구절이 나온다.

'긴작시'는 연평도 북쪽 해안의 지명이며 '아가씨나무'는 가시나무가 변형된 말이다.

여기에 임경업 장군이 청나라에 볼모로 잡혀 있던 세자를 구하기 위해 항해하던 중 연평도에 기항했을 때 부식을 구하려고 바다에 가시나무를 꽂아두고 조기를 잡았다는 전설까지 알아야 이 구절이 나쁜 날씨를 우려하거나, 어떤 일이 잘 안될 것을 염려하는 뜻을 담았음을 이해할 수 있다.

평안도 민요 '간아리'에 나오는 "뒷문 밖에야 시라리 타레 / 바람만 불어도 날 속이누나"라는 구절에서 '시라리 타레'는 시라리(시래기)를 말리려고 걸어놓은 것을 의미한다.

저자는 평안도 출신인 김소월이 이 노래를 듣고 자랐을 것이며 그의 시 '엄마야 누나야 강변 살자'에 나오는 "뒷문 밖에는 갈잎의 노래"는 여기서 따온 것임을 단박에 알 수 있다고 주장한다.

저자는 이 밖에도 사당패 소리인 '놀량사거리'에는 시조와 한시, 18세기 한글 가사, 사당패들의 공간이동이 노랫말 속에 녹아 있다면서 이러한 요소들을 종합해야 실체적 내용에 다가갈 수 있다고 지적한다.

Human & Books. 300쪽. 1만5천원.
[신간] 인문학으로 읽는 국악 이야기
▲ 에게해의 시대 = 송동훈 지음.
'문명탐험가'를 자처하는 저자가 그리스와 에게해를 무대로 펼쳐진 500년간의 전쟁사를 정리했다.

페르시아 전쟁, 펠로폰네소스 전쟁, 알렉산드로스 전쟁, 헬레니즘 전쟁 등 고대 세계사의 흐름에 큰 영향을 미쳤던 전쟁들과 그 사이사이에 발생한 작은 전쟁들이 어떻게 전개되고 각각의 전쟁이 어떻게 맞물렸는지를 설명한다.

아테네, 스파르타, 페르시아, 마케도니아 등 도시·국가들과 크세르크세스, 레오니다스, 페리클레스, 알렉산드로스 등 한 시대를 수놓은 영웅들이 명멸하는 과정을 영화를 보여주듯 현장감 있게 서술한다.

또 소크라테스와 아리스토텔레스, 헤로도토스, 투키디데스 등 철학자와 역사가들이 세상을 어떻게 바라보았고 그들의 외침과 가르침이 그 시대와 이후에 어떤 울림을 주었는지를 탐구한다.

저자가 역사의 현장을 찾아 직접 찍은 사진과 전쟁 상황을 직관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 지도와 그래픽이 흥미를 더한다.

저자는 "기원전 6세기부터 기원전 1세기에 걸친 시대와 지중해 동부라는 장소가 멀고 낯설게 느껴질지 모르지만, 그 속에서 펼쳐지는 끊임없는 문명의 충돌과 제국의 투쟁은 오늘날 우리 주변에서 일어나는 일과 다르지 않다"고 썼다.

시공사. 432쪽. 1만9천원.
[신간] 인문학으로 읽는 국악 이야기
▲ 독한 세계사 = 이선필 지음.
고대 메소포타미아의 신격화한 개에서부터 한국 전래동화와 설화에 등장하는 개에 이르기까지 역사에 등장하는 개 이야기들을 모았다.

사후 세계가 중요했던 고대 이집트에서는 망자의 삶을 심판하는 죽음의 신 아누비스는 검은색 개의 머리와 인간의 몸을 지녔다.

장례사도 아누비스 형상, 즉 검은색 개 모양의 가면을 썼다.

저승에서 죽은 자를 인도하는 역할을 개가 맡는다는 이야기는 동서양에서 공통되는데 저자는 무서움과 친근함을 동시에 지니고 특출한 능력으로 집이나 재산을 지켜주는 개의 속성 때문이라고 풀이한다.

인간 중심의 문화가 팽배하던 중세에는 개가 부엌의 불을 때기 위해 쳇바퀴를 굴리기도 하고 인간들의 발을 데우기 위해 강제로 식탁 아래서 생활하기도 했다.

이후 도시화가 진행되고 계급이 발생하면서 개는 귀족과 엘리트들의 소유물이 됐고 그 덕분에 본격적으로 연구되고 사육되면서 '동반자'의 위치까지 이르게 됐다.

동양에서는 개가 과거와 현재 따질 것 없이 꾸준히 둘도 없는 '친구' 사이였다고 지적한다.

저자는 고대 한국의 주류였던 북방 민족들은 전통적으로 늑대 숭배 문화를 가졌고 불교가 숭상하던 시대에도 살생을 억제했으므로 한국에서 조선 시대 이전까지 개고기를 먹는 것이 일반적이지 않았다는 주장도 한다.

은행나무. 212쪽. 1만4천원.
[신간] 인문학으로 읽는 국악 이야기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