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와 함께 책 속으로] '푸름아빠' 최희수 "육아는 부모가 자아를 찾아가는 과정"
“이 책을 읽으면서 몸과 마음이 많이 아플 겁니다. 진정한 부모가 되려면 자신의 무의식 속 잠들어 있는 ‘못생긴 나’와 정면으로 만나야 한다는 내용이거든요. ‘아무리 빨리 읽어도 하루에 10페이지를 넘기기 힘들다’는 얘기를 많이 듣고 있습니다.”

《푸름아빠 거울육아》를 쓴 최희수 씨(59·사진)는 지난 24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이같이 말했다. 그는 ‘푸름아빠’란 애칭으로 유명하다. 1분에 50페이지를 읽는 독서 실력으로 김대중 정부 당시 ‘국가영재 1호’로 청와대에 보고된 푸름이의 아빠다. 첫 책 《푸름이 이렇게 영재로 키웠다》를 펴낸 후 24년간 41만 명의 부모를 코칭했다. 이번 신간도 주요 서점에서 가정·생활 부문 베스트셀러 1위에 오르며 인기를 끌고 있다.

그는 “결혼은 두 명이 아니라 네 명이 하는 것”이라고 했다. 남편과 남편의 내면자아, 아내와 아내의 내면자아가 서로 연결된다는 의미다. 아이를 낳고 키우면서 부모는 내면자아와 마주할 수밖에 없다. “아이를 낳고 키우다 보면 반드시 내면자아의 상처와 만나는 시간이 옵니다. 그 자아는 대부분 어린아이의 모습이죠. 어떤 방어기제를 동원해도 소용없어요.”

최씨는 “아이의 의식은 영롱하고 순수해서 부모의 억압돼 있는 감정과 상처를 거울처럼 비춘다”고 강조했다. 또 “아이가 스스로 사랑 자체임을 깨닫고 고유한 존재로 자라나게 하려면 부모는 성장해야만 한다”며 “상처를 자각하고 대면해 성장하지 않으면 엄마의 상처는 아이에게 대물림된다”고 설명했다.

[저자와 함께 책 속으로] '푸름아빠' 최희수 "육아는 부모가 자아를 찾아가는 과정"
그 예로 아이의 특정 행동에 유달리 강하게 반응하는 사례들을 꼽았다. 어떤 엄마는 아이가 울 때 화를 낸다. 어린 시절 아무리 울어도 대답해주는 어른이 없었기 때문이다. 어떤 아빠는 밥을 잘 안 먹는 아이에게 숟가락을 던지며 소리를 지른다. 어린 시절 가난 때문에 밥을 제대로 먹지 못한 기억이 떠올라서다. “아이는 투명한 거울입니다. 부모가 절대 보고 싶어 하지 않는 상처를 있는 그대로 건드립니다. 아이는 본능적으로 부모의 아픔을 알지만, 그 아픔이 왜 왔는진 모릅니다. 이 생각의 고리를 이해하는 과정이 진정한 육아입니다.”

그는 “부모와 아이는 공감을 주고받으며 함께 성장하는 관계”라고 강조했다. “육아란 아이를 기르는 일임과 동시에 진정한 자신을 찾아가는 과정”이라며 “아이는 끝없이 나를 시험하고 부모는 그 시험에 응전하면서 조금씩 성장하고 변화한다”고 말했다. “자녀와 감정적으로 소통하기 힘들어하는 부모들이 있습니다. 자신들의 부모로부터 공감받지 못했기 때문이죠. 이런 경우 몸은 어른이지만 마음속엔 울고 있는 어린아이가 숨어 있어요.”

최씨는 “울어야 할 때 울고, 웃어야 할 때 웃어야 건강한 육아를 할 수 있다”며 “아이에게 ‘네 잘못이 아니다’라고 말하며 부모 스스로 자기 감정에 솔직해져야 한다”고 했다. 감정을 숨겨야만 살아갈 수 있는 가정과 사회 분위기가 점점 비틀어진 육아 환경을 낳는다는 것이다. 그는 “아이에게 뭔가 물질적으로 많이 주거나 공부를 엄청 시키면 부모의 역할을 다 했다고 착각하는 사람이 너무도 많다”고 지적했다. 또 “아이와 부모 모두 고립된 채 그저 같이 살기만 하는 존재로 흩어져버리는 사례를 볼 때마다 가슴이 아프다”고 했다.

훌륭한 교육과 육아가 무엇이냐는 질문엔 “아이들이 가지고 태어난 위대한 힘을 손상시키지 않고 발현하도록 돕는 것”이라고 답했다. “아이가 잉태되는 순간부터 두려움을 주지 않고, 배려 깊은 사랑으로 자신을 있는 그대로 비추는 부모에게서 자란 아이에겐 그늘이 없습니다. 아이가 스스로 고귀하고 장엄하며 빛이 나는 존재라고 생각한다면 훌륭한 교육을 받은 거죠. 사랑을 주고받은 것이죠.”

이미아 기자 mi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