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하반기 국내 기업들의 영업이익 전망치가 지나치게 낙관적으로 평가됐다는 분석이 증권업계에서 나왔다. 지난 1분기 실적 확정치가 발표된 이후에도 하반기 이익 추정치에 대한 조정이 이뤄지지 않은 종목이 상당수 있기 때문에 하반기 경제에 대해 기대감을 한꺼풀 벗겨내고 봐야 한다는 지적이다.

25일 유안타증권에 따르면 유가증권시장·코스닥시장 주요 200개 기업 중 올 3·4분기 실적 전망치가 한 건도 나오지 않은 곳은 16개 종목으로 집계됐다. 전망치가 1건에 그치는 종목도 22곳에 달한다. 지난달 15일 기업들의 1분기 영업이익 확정치가 발표된 이후 하반기 전망치가 업데이트 되지 않은 곳도 많다. 이들 200개 기업에 대해 증권사들이 내놓은 실정 전망치는 총 1000건에도 미치지 못해 지난달(1529건)보다 크게 줄었다.

하반기 실적에 대한 신뢰도가 크게 낮은 상황에서 주가만 최근 기대감을 업고 오르고 있다는 분석다. 이 증권사의 유니버스 200종목에 포함된 기업들의 3분기 영업이익 전망치는 39조5000억원으로 지난해보다 21.2% 증가가 예상되고 있다. 4분기 역시 36조원으로 컨센서스(증권사 추정치 평균)에 따르면 전년 동기 대비 56.8%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김광현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하반기 반도체 등에서 업황이 상반기보단 개선될 것으로 보이긴 하지만 그럼에도 현재 전망치는 지나치게 낙관적이라는 판단"이라고 말했다.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2분기 유가증권시장·코스닥시장 267개 기업들의 영업이익은 25조9368억원으로 추정되고 있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1.5% 감소했을 것으로 집계됐다. 코로나19로 인한 실물경기 충격 여파가 고스란히 반영됐을 것으로 보인다.

이익은 감소하는데도 국내 증시는 성장주를 중심으로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하루 평균 증시 거래대금이 사상 최대치인 30조원에 육박할 정도로 주식시장에 돈이 몰리고 있어서다. 유가증권시장의 12개월 선행 주가수익비율(PER)은 12.2배에 달한다. 이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한국 증시의 PER 최대치인 13배에 근접한 수준이다. 김 연구원은 "전망치 하향 조정과 향후 있을 어닝쇼크 등을 감안하면 실제 PER은 더 높을 것으로 추정된다"며 "성장성과 펀더멘털에 대한 냉정한 판단이 필요한 때"라고 말했다.

설지연 기자 sj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