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투표 개헌을 통해 장기 집권을 추진하고 있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사진)이 부유세를 도입하고 법인세는 파격적으로 낮춰 기업하기 좋은 나라를 만들겠다고 공언했다.

23일(현지시간) 모스크바타임스에 따르면 푸틴은 이날 TV로 중계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관련 대국민 담화에서 내년부터 연간 500만루블(약 8700만원) 넘게 버는 국민의 소득세율을 현행 13%에서 15%로 올리자고 제안했다. 러시아는 2001년부터 소득을 따지지 않고 일률적으로 13%의 소득세율을 적용하고 있다. 푸틴은 “차등적 소득세제를 도입하면 600억루블의 추가 세수를 확보할 수 있다”며 “이를 희귀병 아동 환자를 위한 고가 약품 및 재활장비 구매, 수술비 지원 등에 쓸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코로나19로 어려움을 겪는 가정을 지원하기 위해 다음달부터 1~16세의 모든 청소년을 대상으로 1인당 1만루블(약 17만원)씩 추가 지급할 것이라고 밝혔다. 수혜자는 총 2800만여 명에 달할 것으로 추산된다. 러시아 정부는 이달 초 재난지원금 명목으로 3~16세에게 이미 1만루블씩 지급했다.

푸틴은 “전염병의 가장 위험한 국면을 성공적으로 헤쳐 나왔다”며 “우리는 어려운 임무를 완수할 능력이 있다는 걸 증명했다”고 자평했다. 다만 러시아의 코로나19 확진자 수는 이날 기준 59만9700여 명(누적)으로 세계에서 세 번째로 많다는 게 신문의 설명이다. 하루 신규 환자도 7000명 선을 유지하고 있다.

푸틴은 기업 활동을 독려하기 위해 파격적인 세제 혜택을 제시했다. 현재 20% 수준인 정보기술(IT) 기업의 법인세율을 3%로 낮추겠다고 약속했다. 세계 최저 수준의 세율이다. 푸틴은 “세계에서 가장 좋은 기업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첨단산업을 적극 지원하겠다”고 강조했다.

푸틴 담화는 다음달 1일로 예정된 헌법 개정 국민투표를 1주일 앞두고 이뤄졌다. 이번 투표엔 2024년 임기를 마치는 푸틴 대통령이 재집권할 수 있도록 종전 임기를 백지화하는 조항이 포함됐다. 개헌안이 통과되면 푸틴은 84세가 되는 2036년까지 집권할 수 있다. 총 36년간 러시아 최고 권력자 지위를 누리는 셈이다.

김정은 기자 likesmil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