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서 서울 향해 쏜 데뷔골…데얀의 축구는 끝나지 않았다
"모두가 기다렸고, 나 또한 기다렸던 골이 오늘 터져 기쁘게 생각합니다.

"
14일 대구 DGB대구은행파크에서 열린 대구FC와 FC서울의 하나원큐 K리그1 2020 6라운드 맞대결은 한국 축구사에 길이 남을 경기였다.

명문을 자처하는 서울을 상대로 돌풍의 시민구단 대구가 무려 6골을 맹폭하며 압도적인 승리를 거뒀다.

이중 서울 팬들에게 가장 뼈아팠을 실점은 가장 마지막에 나온, 대구의 베테랑 공격수 데얀이 넣은 골일 터다.

데얀은 후반 26분 세징야가 올린 프리킥을 머리로 마무리해 6-0 대승에 마침표를 찍었다.

국내 무대에서 10년 넘게 뛰면서 361경기, 190골을 넣은 데얀은 명실상부 'K리그의 전설'이다.

전성기를 포함해 선수 생활 대부분을 서울에서 보냈다.

무려 8시즌 동안 상암벌을 누볐다.

데얀이 2017시즌을 끝으로 서울을 떠나 라이벌 팀인 수원 삼성으로 이적할 때 서울 구단과 적잖은 불화를 겪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서울전 뒤 데얀은 "서울을 상대할 때는 언제나 이상한 기분이 든다"고 말했다.

이어 "한때 일부 직원과 약간의 갈등이 있었다"면서도 "지금은 전혀 나쁜 감정이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서울전을 앞두고 정강이 보호대를 착용하던 데얀의 표정은 평소보다 확실히 결연해 보였다"고 그라운드에서 그를 지켜 본 대구 관계자는 전했다.

서울 팬들에게는 '비수'나 마찬가지였으나, 데얀에게는 마지막 팀이 될지 모를 대구에서의 데뷔골이었다.

대구서 서울 향해 쏜 데뷔골…데얀의 축구는 끝나지 않았다
늘 최고의 골잡이였던 데얀은, 욕심이 많은 선수다.

그렇지만 대구에서 할 수 있는 역할이 한정적이라는 점을 알고 있다.

대구의 트레이드마크는 폭풍처럼 빠른 역습이다.

데얀의 골 결정력은 여전히 리그 최고 수준이지만, 한국 나이로 마흔인 그의 스피드는 대구의 공격 템포를 따라가기 힘들다.

결국 데얀에게 주어질 기회의 대부분은 후반 조커 투입이 될 가능성이 크다.

데얀이 시즌 초에는 자신이 벤치 멤버인 현실에 많이 답답해했지만, 최근 욕심을 많이 내려놓은 것 같다는 게 대구 관계자의 전언이다.

이번 골은 데얀에게 '끝의 시작'인지도 모른다.

데얀은 "나는 프로고, 대구 소속으로 내가 최선을 다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모두가 기다렸고, 나 또한 기다렸던 골이 오늘 터져 기쁘게 생각한다"고 데뷔골을 넣은 소감을 밝혔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