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법 개정안 2위, 상법 개정안 3위.’

민간 경제전문가 66명을 대상으로 지난달 27일부터 나흘간 이뤄진 한국경제신문 설문조사에서 ‘21대 국회에서 반드시 통과를 막아야 할 규제법안’으로 꼽힌 순위다. 그만큼 기업과 학계 등에서 우려가 컸던 법안들을 정부는 10일 한꺼번에 입법예고했다. 지난 총선을 통해 더불어민주당이 국회에서 절대 우위를 점한 만큼 더 이상 법안 처리를 미룰 이유가 없다고 판단한 것이다. 김태년 민주당 원내대표는 “기업 지배구조 개선은 반드시 필요하고 해결해야 할 과제”라고 말했다.
공정위 '전속고발권' 폐지…檢도 가격·입찰담합 자체수사
정부와 여당이 이처럼 의지를 나타내는 것은 이번 법 개정안 내용이 문재인 대통령의 핵심 대선 공약이기 때문이다. 문 대통령은 3대 정책기조로 소득주도성장, 혁신성장과 함께 공정경제를 내걸고 공정거래위원회 전속고발권 폐지 등을 약속했다. 문재인 정부 출범 이전부터 관련 제도 도입을 주장해왔던 김상조 청와대 정책실장은 공정거래법 전면 개정안이 처음 선보인 2018년 8월 공정거래위원장을 맡으며 이례적으로 직접 기자 브리핑에 나서기도 했다.

이번 개정안에서 기업들이 가장 걱정하는 것은 공정위의 전속고발권 폐지다. 공정거래법 위반 사항과 관련해 현재는 공정위만 검찰에 고발할 수 있지만 법 개정이 이뤄지면 가격·입찰 담합 등에 한해 누구든 고발할 수 있다. 검찰 역시 공정위 판단과 관계없이 자체적으로 수사 착수 여부를 결정할 수 있게 된다. 산업계에서는 “공정위도 기업들엔 저승사자인데 더 무서운 검찰까지 달려들게 생겼다”고 우려하고 있다.

공정거래법 자체의 복잡성 등으로 공정위 내에서도 우려하고 있는 사안이다. 김재신 공정위 사무처장은 “공정위와 검찰이 중복조사하는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절차를 조율하고 있다”고 했다.

기업 경영활동 관련 규제도 강화된다. 새롭게 상호출자집단으로 지정되면 이전 순환출자에 대한 의결권도 제한된다. 새롭게 지주회사로 지정되기 위한 요건도 자·손자회사에 대한 지분율이 상장사는 20%에서 30%, 비상장사는 40%에서 50%로 강화된다. 공익법인이 보유한 계열사 지분으로 의결권 행사를 하는 것도 금지하기로 했다.

과징금 상한도 두 배로 높아진다. 관련 매출 대비 10%이던 담합 과징금 상한은 20%로, 시장지배력 남용은 3%에서 6%로 상향된다.

다만 스타트업 등 혁신 성장과 관련해서는 규제가 완화되는 부분도 있다. 금융권 등이 출자해 벤처지주회사를 설립하려면 자산이 5000억원 이상 있어야 하던 것을 300억원으로 크게 낮춘다. 산하 벤처기업들의 대기업집단 편입 유예도 7년에서 10년으로 늦추기로 했다. 정부가 하반기 경제정책방향에서 밝힌 대기업 벤처캐피털의 제한적 허용과 함께 벤처 및 스타트업의 투자와 인수합병 활성화에 도움이 될 전망이다.

노경목/성수영 기자 autonom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