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풋살장에서 코로나 검사 대기 > 인천에서는 20일 고3 학생이 확진 판정을 받는 등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날 인천 미추홀구 풋살장에 검체 검사를 받으러 온 시민들이 간격을 벌린 채 대기하고 있다.  연합뉴스
< 풋살장에서 코로나 검사 대기 > 인천에서는 20일 고3 학생이 확진 판정을 받는 등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날 인천 미추홀구 풋살장에 검체 검사를 받으러 온 시민들이 간격을 벌린 채 대기하고 있다. 연합뉴스
80일 만에 이뤄진 전국 고3 등교개학이 첫날부터 삐걱거렸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 발생으로 인천과 경기 안성의 75개 학교에서는 첫날부터 등교 중지 명령이 내려졌다. 인천 지역 학생들은 등교 후 3시간 만에 귀가해야 했다. 안성 지역 학생들은 아예 등교하지 않았다. 학생과 학부모들 사이에서는 고3을 제외한 초·중·고생의 순차적인 등교개학을 늦춰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첫날부터 인천·안성 75개 교 ‘등교 중지’

'조심조심' 高3 첫 등교…인천 66개校 3시간 만에 집으로
20일 전국 고3 학생들이 등교수업에 들어갔다. 지난 3월 2일 시작했어야 할 등교개학이 미뤄진 지 80일 만이다. 이날 등교한 고3 학생은 약 44만 명으로 추산된다. 학교별로 차이는 있었으나 대부분 오전 7~9시 사이 등교를 마치고 대면수업에 들어갔다.

그러나 등교한 지 몇 시간도 지나지 않아 곳곳에서 등교 중지 사태가 발생했다. 이날 오전 인천교육청은 미추홀구에 거주하는 고3 학생 2명이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아 미추홀구·중구·동구·남동구·연수구 등 5개 구 내 고교 66곳의 고3 학생을 모두 귀가시켰다고 밝혔다. 등교개학을 시작한 인천 지역 고교(125개 교) 중 절반을 넘는다.

해당 고교생들은 학원 내 감염을 일으킨 인천 학원강사 A씨(25)와 관련한 3차 감염자로 추정되고 있다. 이들은 지난 6일 A씨로부터 감염된 학원 수강생들이 들렀던 미추홀구의 동전노래방을 방문했던 것으로 조사됐다.

교육부는 확진 판정을 받은 학생들의 동선이 불명확해 재학 중인 학교뿐만 아니라 인접 지역 학교에도 등교 중지 조치를 내렸다고 설명했다. 해당 학생 중 한 명은 지난 7일과 9일 수강생이 80~90명에 달하는 체대 입시 전문학원을 다녀간 것으로 파악됐다. 교육부 관계자는 “확진 학생들의 동선이 불명확하고 밀접 접촉자가 100명이 넘을 것으로 예상돼 질병관리본부와 협의해 선제 조치한 것”이라고 했다.

인천교육청은 등교 중지 조치한 66개 학교에서 22일까지 원격수업을 운영하겠다고 밝혔다. 21일 치를 예정이던 전국연합학력평가도 해당 학교들은 재택시험 방식으로 전환하기로 했다. 코로나19 확산세 추이를 살펴보고 22일 등교 재개 여부를 최종 결정한다는 방침이다. 인천 외 지역은 예정대로 등교해 시험을 치른다.

경기교육청도 전날 밤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은 20대 남성 B씨의 동선이 아직 완전히 파악되지 않아 안성 지역 9개 고교에 등교 중지 결정을 내렸다. 경기교육청 관계자는 “학생들의 안전을 위해 일단 20일만 등교 중지했다”고 설명했다.

정상 등교한 학교들도 바짝 긴장

정상 등교한 학교들도 바짝 긴장하고 있다. 1~2m 거리두기, 마스크 상시 착용 등의 방역수칙을 준수하느라 학생은 물론 교사들 모두 긴장한 기색이 역력했다.

이날 고3 학생 135명이 등교한 서울 이촌동 중경고에서는 오전 8시20분께부터 1교시 수업이 진행됐다. 학생과 교사 모두 마스크를 쓰고 대화를 삼가면서, 교실 내부에는 긴장감이 돌았다.

방역지침을 이행하기 위해 교실 내부는 물론 등교 절차도 바뀌면서 학생들은 불편을 겪어야 했다. 중경고는 책상 간격을 넓히기 위해 교실 내부 사물함을 모두 들어냈다. 학생들은 당분간 개인물품을 직접 챙겨야 한다. 등교하려면 교문부터 교실 입구까지 총 3회의 발열검사를 거쳐야 한다. ‘1m 거리두기’를 준수하면서 발열검사를 받느라 학교 현관부터 학생·교직원들의 대기줄이 30m가량 늘어서기도 했다.

일부 학생들은 불안한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 이날 서울 청운동에 있는 경복고는 고3 학생 256명이 등교했다. 한 학생은 코로나19 감염을 우려해 투명한 의료용 고글을 쓰고 등교했다. 체험학습을 신청하고 아예 등교하지 않은 학생도 있었다. 경복고 재학생인 신모군(19)은 “마스크를 상시 착용해야 하는데 등교하면서 벌써 숨이 찼다”며 “건강이 우선이라지만 대학수학능력시험을 앞두고 있어 학교에 올 수밖에 없다”고 했다.

고3 이외 학년에는 원격수업을 연장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는 이날 성명을 내고 “교육당국과 EBS는 29일까지 기한이 정해진 초등 1~2학년에 대한 EBS 방송 원격수업을 지속해야 한다”며 “당초 교육부 역시 초등생에게는 EBS 방송 원격수업을 권장한 만큼 방송을 중단하면 현장에 혼란이 올 것”이라고 주장했다.

배태웅/최다은 기자 btu104@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