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기준금리 또 내릴 수도…"코로나19 우려 확대"
한국은행이 오는 28일 기준금리를 또 내릴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경기가 조기에 회복될 것이라는 기대가 줄어들어서다.

17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국내 채권시장에서 장단기 국고채 금리가 최근 하락하고 있다. 지난 15일 기준 3년 만기 국고채 금리는 연 0.87%, 10년 만기 국고채 금리는 연 1.38%로 지난달 말보다 각각 0.13%포인트, 0.14%포인트 하락했다.

한은의 기준금리 인하 기대감, 코로나19 사태에 따른 경기 침체가 당초 예상보다 오래갈 수 있다는 전망 등이 금리에 반영된 것이다.

경기 불확실성에 대한 우려는 제롬 파월 미 중앙은행(Fed) 의장의 최근 발언에서도 나타난다. 파월 의장은 지난 14일(현지시간) "이번 경기 하강의 규모와 속도는 현대 역사에서 전례를 찾을 수 없고, 2차 세계대전 이후 어떤 침체보다 훨씬 나쁘다"고 강조했다.

채권시장 전문가들은 경기여건 악화를 고려하면 오는 28일 개최되는 금융통화위원회에서 한은이 기준금리를 기존 0.75%에서 0.50%로 낮출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 3월 한은은 코로나19가 대유행하면서 세계경제가 침체할 우려가 크다는 이유에서 기준금리를 0.50% 내려서다.

구혜영 미래에셋대우 연구원은 "이달 금통위에서는 금리를 내릴 가능성이 높다"며 "4월 금통위에선 2분기 코로나19 확산이 진정되고 3분기 경제활동이 개선될 경우 올해 0%대 성장이 가능할 것으로 전망했는데, 글로벌 경기의 불확실성과 저물가 장기화 위험은 당시보다 더욱 높아진 상황"이라고 내다봤다.

인하 시기가 꼭 5월은 아니더라도 3분기 중에는 추가로 인하할 가능성이 높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다만 일각에서는 기준금리 수준이 현실적으로 내릴 수 있는 최저 수준에 다다른 만큼 추가로 금리를 내리기 보다는 유동성을 공급하는 데 주력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박성욱 한국금융연구원 거시경제연구실장은 "Fed이 금리를 더 내리지 않는 이상 한은이 당장 이달 금리를 내리기는 쉽지 않다고 본다"며 "한은으로선 정책 초점을 유동성 공급에 둘 것"이라고 판단했다.

금리 인하와 별개로 한은이 대규모 국채 매입과 같은 추가 정책 카드를 꺼낼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부진한 경기에 대응하고 시장을 안정시키기 위해서다.

이미선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장기금리를 인위적으로 낮췄던 양적완화(QE)의 목적이 아니라 채권시장 안정을 위한 보다 과감한 국고채 매입 조치가 필요한 상황"이라며 "호주나 뉴질랜드, 미국 등의 국채 매입 정책 행보는 한은에도 직간접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

이송렬 한경닷컴 기자 yisr020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