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해자가 법정에 출석하지 않고 그에 따라 반대신문이 이뤄지지 못했다 하더라도 진술조서에 기재된 내용이 구체적이고 상세하다면 그 증명력을 인정할 수 있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은 성매매 알선등 행위의 처벌에 관한 법률 위반(성매매 강요 등)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이모씨의 상고심에서 이씨에게 실형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지었다고 15일 밝혔다.

이씨는 2019년 안마사 자격 없이 안마시술소를 운영하면서 피해자인 태국인 여성에게 성매매를 강요했다. 피해자가 이를 거부하자 이씨는 피해자를 수차례 폭행한 혐의도 받는다. 불법체류자였던 피해자는 이씨가 체포된 뒤 경찰조사를 받았는데 이후 재판 과정에서 모습을 감췄다. 이에 이씨 측은 형사소송법 제 314조에 따라 재판 당사자가 재판에 나오지 않았을 땐 진술서가 신빙성이 있다고 판단될때만 증거로 인정될 수 있다며 피해자 진술의 증거능력을 인정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1심은 경찰조사 당시 진술내용 등에 허위가 개입할 여지가 없다며 증거능력을 인정했고 이씨에게 징역 1년에 벌금 1000만원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피해자는 불법체류자였기 때문에 강제추방을 우려해 지인을 통해 피해사실을 알리고 신고를 부탁했다"며 "피해자의 진술내용이나 메신저 내용 등에 신빙성을 담보할 구체적인 정황이 있다"고 설명했다. 2심 재판부 역시 "피해자의 법정출석 등이 이뤄지지 못했더라도 조서에 기재된 내용이 직접 경험한 사실을 세세한 부분까지 정확하게 묘사하고 있다면 그 취지를 명확히 인식할 수 있다"며 항소를 기각했다.

대법원은 이런 원심을 확정지었다. 대법원은 "원심의 판단은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자유심증주의란 증거의 증명력을 법관의 자유 판단에 맡기는 것을 뜻한다.

남정민 기자 peux@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