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대 은행의 중소기업과 자영업자(소호) 대출 잔액이 올 들어 4개월간 20조원 가까이 불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매출에 타격을 받은 중소기업과 자영업자들이 ‘급전’을 빌려간 것으로 분석된다. 코로나19로 줄어든 수입을 메우려는 개인도 은행에서 주택담보대출을 더 받고, 적금을 깨 자금을 확보한 것으로 나타났다.
현금 다급한 中企·자영업자…올 20조원 대출
중기·자영업자 자금 확보 ‘비상’

7일 은행권에 따르면 지난 4월 말 신한 국민 하나 우리 농협 등 5대 은행의 중소기업(소호 포함) 대출 잔액은 463조9291억원으로 집계됐다. 4개월 전인 지난해 12월 말 442조4247억원에서 19조7044억원 불어났다. 코로나19 확산세가 심화한 3월과 4월에만 각각 5조3619억원과 8조4379억원 증가했다. 중소기업 상당수가 시중은행 대출이 거절된 뒤 금리가 높은 2금융 대출을 이용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들이 느끼는 자금 압박은 더욱 심각할 것으로 예상된다. 경기도 한 공단의 농협은행 지점장은 “최근 운전자금을 확보하려는 중소기업 대출 문의가 코로나19 이전에 비해 두세 배 늘었다”며 “중소기업은 채권 발행을 통한 직접 조달이 거의 불가능해 금융권 대출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자영업자 대출 증가세는 더욱 가팔랐다. 5대 은행 자영업자 대출 잔액은 4월에만 5조4034억원 늘어 월간 증가액으로는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시중은행들이 영세 소상공인을 대상으로 한 코로나19 특별 대출을 실행한 여파다. 3, 4월에만 8조3766억원 늘어 지난 한 해 증가액의 절반을 넘겼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코로나19가 진정된 이후에도 매출을 정상화하지 못하면 그다음이 더 큰 문제”라며 “자영업자 연체율이 올라가면 은행 건전성도 악화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가계도 ‘주담대’ 받고, 적금 깼다

가계는 주택담보대출을 더욱 늘리고, 적금을 깨 ‘비상 자금’을 마련했다. 5대 은행 주담대 잔액은 3월 4조6088억원, 4월 4조5905억원 늘어 각각 전월 대비 증가율이 1%를 넘어섰다. 통상 5대 은행 주담대 잔액은 매달 1조~3조원(0.2~0.7%)가량 불어난다. 부동산 경기가 좋지 않은 점을 감안하면 코로나19 여파로 사업자금에 보태거나 생활비 용도로 주담대를 받아간 사람이 많았던 것으로 분석된다.

개인들은 보유 적금을 깨기도 했다. 5대 은행 정기적금 잔액은 1월부터 이례적으로 ‘마이너스 행진’을 기록하고 있다. 1월 4525억원, 2월 657억원 줄다가 코로나19 확산세가 최고조에 달한 3월에는 1조600억원이 빠졌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적금 잔액이 마이너스가 될 땐 금리 등락으로 개인이 투자 포트폴리오를 바꿀 때 말곤 거의 없다”고 설명했다.

5대 은행 정기예금 잔액도 4월에만 2조7079억원 줄었다. 4월 요구불예금 잔액도 2조81억원 감소했다. 은행 관계자는 “코로나 사태 이후 급여 삭감과 반납, 해고 등으로 수입이 감소한 급여생활자가 전체의 30% 정도인 것으로 추산된다”며 “당분간 적금, 예금을 해약하는 사람이 줄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김대훈/정소람 기자 daep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