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가계지출 통계 설명 못하는 통계청
“올해 통계를 지난해 통계와 비교하면 안 됩니다.”

통계청은 7일 ‘2019년 연간 지출 가계동향조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이 말을 수차례 강조했다. 이날 나온 가계동향조사에서 지난해 가계 월평균 소비지출액은 245만7000원으로 집계됐다. 2018년 253만8000원에 비해 3.1% 줄어든 수치였다. 경제 규모가 커졌는데도 가구 평균 소비지출이 줄었다는 건 국민의 소비 패턴이 바뀌었음을 뜻한다. 이런 흐름이 계속되면 일본처럼 장기 디플레이션이 벌어질 가능성도 있다. 하지만 통계청은 “통계의 연속성이 끊겼기 때문에 숫자를 직접 비교할 수 없다”는 말만 반복했다.

통계청이 이런 말을 되풀이한 것은 통계 조사 방식이 지난해 바뀌었기 때문이다. 통계청은 2017∼2018년에는 매달 1000가구씩 새로 뽑아 연간 1만2000가구를 조사했다. 하지만 작년부터는 7200가구를 선정해 이들을 대상으로 매달 조사하는 방식으로 바꿨다. 표본이 완전히 교체되면서 2019년 이후 자료는 과거 자료와 비교할 수 없게 됐다는 게 통계청의 설명이다.

하지만 과거와 비교할 수 없는 통계는 ‘반쪽짜리’라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현실이 어떻게 변했는지 알 수 없다면 통계의 의미가 퇴색되기 때문이다. 당장 이번 변경으로 지난해 초유의 저물가 현상이 가구별 지출 패턴에 어떤 변화를 초래했는지 정확히 짚어내기 어려워졌다. 2018년에 비해 어떤 소비를 늘리고 줄였는지 숫자로 확인할 수 없어서다.

통계청은 문재인 정부 들어 ‘통계의 연속성이 끊겼다’는 말을 유독 자주하고 있다. 지난해 10월 비정규직이 전년 대비 87만여 명 늘었다는 통계를 발표하면서도 “조사 방식이 바뀌었기 때문에 나타난 결과”라고 했다. 지난 2월 공공부문 일자리 통계를 발표할 때도 비슷한 설명을 했다. 결과적으로 현 정부 들어 공무원 수가 과거에 비해 얼마나 빨리 불어나는지 알 수 없는 상황이다.

이날 발표된 가계동향조사는 그중에서도 가장 많은 ‘수난’을 겪은 통계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2017년 폐지될 예정이었던 이 조사를 “소득주도성장의 성과를 봐야 한다”며 부활시켰다가 이듬해 양극화가 급격히 심해졌다는 결과가 나오자 “엉터리 통계”라고 입장을 바꿨다. 이 과정에서 황수경 전 통계청장이 갑자기 경질돼 논란이 일기도 했다. 이번 표본 변경은 후임자인 강신욱 청장이 취임 직후 결정한 것이다.

통계청은 이날 “과거 통계와 새로운 통계를 비교할 수 있도록 보정하는 작업을 조속히 진행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이 말은 충분한 준비 없이 기준을 바꿨다는 사실을 스스로 인정한 말일 수도 있다. 그만큼 국민의 통계 불신은 점점 더 커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