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지인이 감히 우리동네로 와?"…차량테러하는 일본인들 [정영효의 인사이드 재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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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테레비아사히는 6일 다른 지역 번호판을 단 차량의 차창과 사이드미러, 범퍼 등이 훼손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고 전했다. 네티즌들이 '외지차량사냥'이라고 이름 붙인 훼손 사례는 전국적으로 발생하고 있다. 긴급사태 이후 일본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장이 대도시 지역에서 시골로 여행하는 것을 자제해달라고 요청한 이후 일어나는 범죄다.
!["외지인이 감히 우리동네로 와?"…차량테러하는 일본인들 [정영효의 인사이드 재팬]](https://img.hankyung.com/photo/202005/01.22537894.1.jpg)
급기야 차량용 스티커 제조사인 히라코는 지난달 30일부터 '타지역 번호판을 단 차량 훼손방지를 위한 스티커'를 판매하고 있다. 실제로는 지역에 거주하는 데 이런저런 사정 때문에 번호판만 다른 지역인 차주들이 애꿎은 피해를 당하는 걸 막기 위해서다.

단신 부임으로 야마구치현 시모노세키로 부임한 가고시마 번호판의 차량은 누군가가 발로 차서 범퍼가 훼손됐고 도쿠시마현의 대학에 다니는 여학생의 차량은 돌에 맞아 차창이 깨졌다. 지바현에 잠시 머무른 가나가와현의 출장 차량의 본네트를 막대기로 후려쳐 파손한 사례도 있다. 사냥방지용 차량 스티커를 붙인 차주는 "슈퍼마켓에 주차할 때나 신호대기 중에 받는 따가운 시선을 피하기 위해 스티커를 구매했다"고 말했다.

도쿄와 오사카에서도 '외출자제 기간인데 아이들이 놀이터에서 시끄럽게 뛰어놀고 있다'거나 '공원에서 고교생들이 축구를 하고 있다'는 신고가 급증하고 있다. 경찰에 ‘밖에 사람이 모여 있으니 자제시켜 달라’는 신고는 지난달 29일까지 1150건이 접수됐다. 192건이었던 3월보다 6배 늘었다.
일본 네티즌들은 자신을 정부와 동일시해 다른 사람들의 행동을 제어하려 드는 극성 신고자들을 '자숙(자제)경찰', '자숙폴리스'라고 조롱하고 있다. 자숙경찰들은 영업 중인 가게에 '정부 방침에 따라 휴업해 주시오'라고 쓴 메모를 붙이거나 가게의 사진을 상호와 함께 찍어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리기도 한다.
도쿄=정영효 특파원 hug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