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깨를 무리하게 경사면에 맞추면(사진 1) 실수 확률이 높아진다. 사진 2처럼 안정적인 느낌이 드는 범위 내에서 적당히 기울이는 게 좋다. 낮고 긴 백스윙(사진 3)도 금물. 어얼리 코킹(사진 4)으로 가파르게 백스윙하는 게 유리하다.  포천힐스=신경훈  기자  khshin@hankyung.com
어깨를 무리하게 경사면에 맞추면(사진 1) 실수 확률이 높아진다. 사진 2처럼 안정적인 느낌이 드는 범위 내에서 적당히 기울이는 게 좋다. 낮고 긴 백스윙(사진 3)도 금물. 어얼리 코킹(사진 4)으로 가파르게 백스윙하는 게 유리하다. 포천힐스=신경훈 기자 khshin@hankyung.com
“차라리 벙커에 들어가지….”

요즘 필드에서 이런 생각이 들 때가 꽤 있을 겁니다. 바로 벙커 주변이나 카트 도로 근처 급경사면에 공이 아슬아슬 걸려 있을 때죠. ‘아마추어는 걱정한 곳으로 공이 날아가고, 프로는 생각한 대로 공이 간다’더니, 딱 그런 상황입니다. 산악형 골프장이 대다수인 한국에서 골프를 치려면 감수해야 할 일임을 상기하면서도 “그 넓은 페어웨이를 두고 하필 나는 왜 이런 위험지대만 골라 다닐까?”라는 생각이 먼저 드는 게 인지상정입니다. 골프장 설계자들은 사실 그런 곳에 많은 ‘트랩’을 숨겨둔다고도 합니다. 그게 골프를 박진감 있게 만드는 재미 요소이기도 하죠.

그린에서 가까운 곳이든, 먼 곳이든 이런 트러블 상황에서 가장 중요한 건 안정된 셋업입니다. 경사도가 30도를 넘어서는 급경사면(왼쪽 오르막)이라면 공을 제대로 때리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기 때문이죠.

웬만한 구력의 골퍼라면 “경사면 스윙은 어깨선을 경사에 평행하게 맞춰야 한다”는 기본 수칙을 잘 알고 있을 겁니다. 맞는 얘깁니다. 하지만 20도 이내의 완만한 경사면인 경우에 한해서입니다. 절벽과도 같은 급경사면이라면 ‘평행 셋업’이 오히려 리스크를 키울 수 있어서입니다. 스윙을 끝내지도 못하고 내리막으로 굴러떨어질 수도 있고, 이를 막아보려다 중심축이 흔들려 뒤땅을 때리거나 토핑을 내기도 하죠.

이럴 땐 좀 더 현실적인 셋업이 필요합니다. 우선 평행 개념은 지우고 ‘생존 셋업’에 들어갑니다. 먼저 오른발에 체중의 90%를 싣고 내리막 쪽으로 몸이 밀리지 않게 기반을 다집니다. 그립은 평소보다 약간 짧게 내려 잡습니다. 클럽을 좀 더 쉽게 컨트롤하기 위해서죠. 공 위치는 평소보다 약간 더 내리막 쪽으로 놓는 느낌이 좋습니다. 이렇게 하면 상체 중심의 간결한 스윙에 유리한 기초가 만들어집니다. 백스윙을 가파르게 드는 것이 그다음 중요한 포인트입니다. 손목 코킹을 곧바로 하는 느낌으로 들어야 합니다. 평지에서 하듯 오른쪽으로 길게 큰 아크를 그리며 빼면 균형이 무너지기 쉬워서죠. 세 번째 포인트는 임팩트 이후에도 꺾인 손목을 푸는 릴리스와 폴로스루를 최소화하라는 겁니다. 그냥 경사면을 따라 긁어 올리듯 헤드를 보내긴 하되, 폴로스루를 아주 짧게 끊는 식인 거죠. 다만 그린 바로 근처라면 지나치게 찍어 버리고 마는 샷은 거리가 들쭉날쭉해 삼가야 한다는 걸 염두에 두기 바랍니다.

급경사 샷 등 트러블 해법 제1법칙은 트러블 상황을 애초 만들지 않는 겁니다. 벙커나 해저드, 급경사면이라는 장애물에 들어갈 확률이 있다면 피해가는 것이 상지상책이라는 얘깁니다. 거리를 좀 더 내기 위해서, 또는 타수를 한꺼번에 줄여볼 요량으로 욕심을 낸다면 그만한 대가를 치를 각오가 필요합니다.

이런 일련의 트러블 탈출 과정은 늘 차분히 해야 합니다. 마음이 급해지면 리듬, 템포가 다 깨지니까요. 미국 항공우주국(NASA) 출신 교습가인 데이브 펠츠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실수한 직후가 실수할 확률이 가장 높다. 실수 이후 골퍼가 해야 할 최고의 샷은 안전한 샷이다.”

트러블을 막는 것보다 어찌 보면 트러블 이후가 더 중요한지도 모르겠습니다.

김영 < 골프 인스트럭터·방송해설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