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인 비대위원장' 추대론 힘 얻어…세 불린 유승민 역할에도 관심
4·15 총선에서 참패를 당한 미래통합당이 지도부 공백 사태까지 겹치면서 향후 진로를 놓고 후폭풍에 휩싸였다.
황교안 대표는 총선 당일인 전날 밤 선거 결과에 책임을 지고 사퇴했고, 전반적인 선거를 이끈 김종인 총괄 선거대책위원장도 "일상의 생활로 돌아간다"며 작별을 고했다.
이번 총선에서 통합당 최고위 구성원 중 조경태(부산 사하을) 최고위원을 제외하고는 모두 낙선했다.
당장 수습이 시급한 상황에서 리더십 실종까지 맞닥뜨린 것이다.
당헌 당규상 당 대표 유고 시에는 원내대표가 당 대표 대행을 맡는다.
통합당은 새누리당 시절인 2016년 총선 패배 직후 김무성 대표가 사퇴하자 원유철 원내대표가 대표 권한대행을 맡아 당선인 신분이던 정진석 의원을 원내대표로 선출한 바 있다.
이후 정 원내대표 주도로 비상대책위원회를 꾸리고 8월에 전당대회를 통해 대표를 선출하며 그나마 당 지도부의 모양새를 갖췄다.
그러나 이번에는 심재철 원내대표를 포함한 지도부가 무더기로 낙선한 데다 황 대표에 이어 지도부의 동반 사퇴가 이어질 가능성이 큰 상황이다.
4년 전 당 재건 방식이 이번에 그대로 적용되기 어려운 셈이다.
이에 따라 현 지도부의 일괄 사퇴와 함께 당 내외의 신망 있는 인사를 내세워 곧바로 비대위로 전환하거나, 유일하게 당선된 조경태 최고위원이 당 대표 대행을 맡는 방법, 미리 당선인 가운데 원내대표를 선출해 비대위원장이나 당 대표 대행을 맡기는 방법 등이 거론된다.
이중에서는 선거운동 과정에서 여러 차례 '당의 변화'를 강조했던 김종인 전 총괄선대위원장이 비대위원장을 맡을 가능성이 유력하게 거론된다.
김 전 위원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비대위원장 요청이 오면 어떻게 할 생각인가'라는 질문에 "그런 것은 아직 생각하지 않고 있다"고 답했다.
'아직'이라는 표현을 쓰면서 여지를 남겼다는 해석이 나온다.
충격적인 선거 결과에도 불구하고 당 안팎에서는 김 전 위원장에 대한 원망보다는 오히려 '러브콜'이 나오는 상황이다.
대구 수성갑에서 여권 잠룡인 김부겸 의원을 꺾고 당선된 주호영 의원은 이날 오전 라디오에 출연, 김 전 위원장에 대해 "그분이 가진 경륜과 정치흐름을 읽는 안목 등을 봤을 때 여전히 우리 당에 큰 도움이 될 분이라고 생각한다.
당을 다시 회생시키는 데 많은 도움을 주시면 좋겠다"며 "당이 정비되기까지 그 분의 역할을 있을 수 있다고 본다"고 언급했다.
박형준 전 공동선대위원장도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다른 적합한 사람이 있나.
김 전 위원장이 역할을 맡아주시면 좋겠다"며 "지금 당장 전당대회를 하는 것은 권력 투쟁으로 이어질 수 있다.
혁신을 해놓은 다음 전당대회를 하는 게 맞다는 생각"이라고 밝혔다.
급하게 당을 수습하려다 더 큰 혼란을 가져올 수 있는 만큼 경륜이 많은 김 전 위원장 체제로 당을 탈바꿈시킨 다음 전열을 가다듬는 것이 좋겠다는 것이다.
김 전 위원장 측 관계자는 통화에서 "김 전 위원장은 통합당에 변화가 필요하고, 또 '참패'가 오히려 당을 새롭게 만들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서도 "변화를 이끌어내기 위해 누가, 어떤 역할을 하는 것이 좋을지에 대해서는 고민이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다만 김 전 위원장에게 비대위를 맡길 경우 당에 큰 폭의 변화가 예상되는 만큼 이에 대한 저항이 거셀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이렇다 할 '대표 주자'가 보이지 않는 가운데 향후 당권을 놓고 춘추전국시대가 벌어질 가능성도 점쳐진다.
통합당 소속 당선인 중 최다선은 21대 기준 5선으로, 주 의원과 서병수·정진석·조경태 등 4명이다.
주 의원은 라디오에서 새 원내대표 자격으로 "지금도 의원직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라고 범위를 좁혔다.
그는 '당원의 뜻'을 전제로 "어려운 상황이지만 소임이 주어지면 감내할 것"이라고 당권 도전을 시사하기도 했다.
향후 지도부 구성에는 무소속으로 출마한 홍준표·김태호·윤상현·권성동 등 당선인 4인방의 복당 여부도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선거 직전 당 지도부는 '복당 불허'를 선언한 바 있으나 한 석이 아쉬운 상황에서 결국 이들의 복당을 받아들일 것이라는 예상이 나온다.
권성동 의원은 당선 직후인 이날 오후 복당을 신청했다.
이들은 탄탄한 개인기와 지역 기반을 통해 승리를 거머쥐며 능력을 입증한 데다 중량감도 만만치 않은 인사들이어서 당권 레이스에도 뛰어들 가능성이 있다.
또 유승민 의원의 경우 이번 총선에 직접 출마하지는 않았지만, 조해진·유의동·하태경·김희국 등 이른바 '유승민계' 10여명이 원내 진입에 성공하면서 세를 불린 상황이어서 당 재건 과정에서의 역할에 관심이 쏠린다.
유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에 "저희들이 크게 부족했음을 뼈저리게 깨달았다.
백지 위에 새로운 정신, 새로운 가치를 찾아 보수를 재건하겠다"며 일정 역할을 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일각에서는 대권 의지가 있는 유 의원이 '혁신 비대위'를 맡고 측근 의원들을 요직에 배치하면서 존재감을 드러낼 수도 있다는 예상도 있다.
4선에 오른 권영세(서울 용산)·박진(서울 강남을) 등도 당권 레이스에 뛰어들 가능성이 있는 인물로 분류된다.
이밖에도 4선 김기현(울산 남구을), 3선 고지를 밟으면서 '중진' 대열에 합류한 김도읍(부산 북강서을)·장제원(부산 사상)·하태경(부산 해운대갑)·유의동(경기 평택을)·김태흠(충남 보령·서천)·성일종(충남 서산·태안)·조해진(경남 밀양·의령·함안·창녕) 등도 핵심 당직을 맡을 후보로 꼽힌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