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택근무 기업들 "의외로 잘 돌아가네"
재택근무에 대한 기업들의 호평이 확산되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부득이하게 실시한 근무제지만, 사내 소통과 업무생산성이 기대 이상이라는 반응이다.

카카오는 오는 9일부터 직원들이 1주일에 하루 출근하는 순환출근제를 시행할 예정이다. 지난 2월 26일부터 전 직원을 대상으로 재택·원격 근무제를 시행하고 있는데, 출근자를 약간 늘리는 쪽으로 바꾼다. 회사 관계자는 “지금보다는 출근하는 직원이 조금 많아지겠지만 재택근무의 골격은 유지하는 것”이라며 “재택근무로도 높은 생산성이 유지됐다”고 전했다.

한 달 넘게 재택근무를 한 SK텔레콤도 6일 출근과 재택근무를 선택할 수 있는 ‘상시 디지털 워크’를 도입했다. 네이버와 넷마블은 최근 재택근무 기간을 연장했다.

당초 기업들이 재택근무 시스템을 도입한 가장 큰 이유는 셧다운에 따른 업무 마비를 막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IT(정보기술)기기의 발달과 새로운 근무방식에 대한 직장인들의 적응이 빨라지면서 재택근무의 효용성에 주목하는 기업들이 늘고있다. 김정민 소프트웨어정책연구소 연구원은 “원격근무의 바탕이 되는 클라우드 기술이 보편화하면서 인터넷이 되면 어디서든 일할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

당초 우려됐던 생산성 저하 등 부작용이 별로 없다는 것도 재택근무가 계속 유지되는 바탕이 되고 있다. 대다수 직원이 재택근무를 하고 있는 카카오는 터널에서도 끊김 없이 길 안내를 하는 기능을 카카오내비에 이날 추가했다.
서재로 출근, 소파로 퇴근…인터넷 연결되는 모든 곳이 직장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는 집의 개념을 바꿔놓고 있다. 이제까지 집은 가족과 함께하는 휴식의 공간이었다. 하지만 ‘코로나 시대’에 집은 사무실의 기능도 함께한다. 사무실이 일시적으로 문을 닫거나 기업들이 조를 짜 재택근무에 들어가면서 기능도 바뀌고 있다. 이른바 ‘홈오피스(home+office)’다. 재택근무가 확산하면서 직장인은 노트북과 스마트폰으로 집에서 업무를 처리한다. 학생들은 집에서 노트북, 태블릿PC로 학교 선생님과 학원 교사의 수업을 듣는다.

코로나19로 확산된 재택근무

 재택근무 기업들 "의외로 잘 돌아가네"
재택근무는 코로나19 사태로 새롭게 생겨난 근무 방식은 아니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8월 기준 재택·원격근무를 경험한 근로자는 9만5000명으로 집계됐다. 전체 유연근무제 임금근로자의 4.3%에 해당한다. 미국과 유럽에선 근로자 네 명 중 한 명이 회사 사무실 밖에서 업무를 처리하고 있다.

하지만 코로나19 사태는 재택근무를 빠르고 넓게 확산시키고 있다. 직장인 익명 게시판 앱인 ‘블라인드’와 온라인 취미 플랫폼 마이비스킷이 지난달 20일부터 25일까지 직장인 8827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절반이 넘는 57.6%가 ‘재택근무 경험이 있다’고 응답했다. SK텔레콤 직원 4000여 명, 네이버 직원 3000여 명 등은 코로나19 사태 이후 처음으로 한 달 정도 재택 또는 원격으로 업무를 처리했다.

재택근무가 정보기술(IT) 업체에 국한된 것은 아니다. 은행 등 금융회사도 조를 짜 재택근무를 하고 있다. 재택근무를 준비하는 공무원도 급증하고 있다. 행정안전부 산하 국가정보관리원에 따르면 공무원 재택근무를 위해 필요한 정부원격근무서비스(GVPN) 가입자가 지난해 말 1만9425명에서 최근 8만 명 이상으로 약 네 배로 증가했다.

재택근무를 가능케 한 것은 IT다. 특히 IT 협업 도구들의 성능이 크게 개선되고 있다. 그룹 메신저, 원격회의시스템, 업무 관리, 원격 PC 제어 등이 대표적이다. 이를 사용하면 출근한 것과 크게 다르지 않은 업무 환경이 마련된다. 예를 들어 직원 수가 15명인 온라인 교육 스타트업 스터디파이는 전원이 2년째 재택근무를 하고 있다. 직원끼리 소통은 메신저 ‘슬랙’을 이용한다. 화상회의 때는 화상회의 소프트웨어 구글의 미트와 줌을 활용한다. 직원들의 업무 관리를 위해서는 업무 관리 프로그램 아사나가 동원된다.

“재택근무는 일상이 될 것”

 재택근무 기업들 "의외로 잘 돌아가네"
많은 기업은 재택근무의 상시 운영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코로나19가 아니더라도 언제든 사무실이 셧다운(업무정지)될 수 있기 때문이다. 업무가 끊기지 않도록 하기 위해선 회사 외부 근무조를 어느 정도 유지해야 한다고 보고 있다.

재택근무를 먼저 도입한 기업은 대체로 만족스럽다는 반응을 내놨다. SK텔레콤이 최근 직원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재택근무에 대해 ‘평소와 비슷하거나 더 효율적’이라는 답변이 63.7%였다. 불필요한 회의를 줄이고 업무에 집중할 수 있어 오히려 생산성 향상에 도움이 된다는 의견도 많다.

기업 역시 재택근무에 따른 이득을 챙길 수 있다. 전기요금, 사무용품과 탕비용품 비용 등이 줄어든다. 출근자가 크게 줄면 큰 사옥을 유지할 필요도 없다. 스터디파이는 연간 1억원 정도의 비용을 절감하고 있다. 근로자는 출퇴근 스트레스도 없어진다. 문병순 KT경제연구소 연구위원은 “재택근무 확산으로 보상 체계가 크게 바뀔 것”이라며 “기존의 호봉제는 사람을 모아 놓고 관리하는 시스템에서만 가능하기 때문에 기업은 성과 중심의 연봉제를 택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인력 확보에도 도움이 된다. 육아와 일을 병행해야 하는 우수 인력을 고용할 수 있다. 최근 일부 통신사, 인터넷기업, 게임업체 등이 재택근무를 연장 내지 계속 활용할 수 있도록 내부 방침을 정한 것은 직원 자녀들이 온라인 개학을 앞두고 있어서다. 인력 확보가 어려운 스타트업에서는 재택근무가 이미 필수 근무 방식으로 자리잡았다. ‘코니 아기띠’로 유명한 스타트업 코니바이에린은 육아 때문에 전업주부가 된 전직 워킹맘, 해외에 거주하고 있는 디자이너 등으로 회사를 꾸려 창업 2년 만인 지난해 매출 150억원을 올렸다.

해킹 등 해결과제도 있어

일각에선 홈오피스산업이 더 크려면 해결해야 할 과제도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우선 해킹 등 사이버 공격이 늘어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기존에는 직장인들이 사옥에서 근무하면서 안전한 사내 전산망의 보호를 받았다. 하지만 직원들이 집에서 PC 및 노트북으로 보안이 떨어진 인터넷망을 사용하면서 대량의 기업 관련 데이터가 기업 밖에 흘러 다니고 있다. 마이크 로저스 전 미 국가안보국(NSA) 국장은 “지금은 악당들이 사이버 공격을 시도해 성공할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라고 경고했다. 최근 사용자가 급증한 화상회의 서비스 줌의 보안이 취약하다는 지적을 받으며 논란이 되기도 했다.

인터넷망의 안정성도 확보돼야 한다. 인터넷망이 잠시만 끊겨도 업무 공백이 클 수밖에 없다. 2018년 11월에는 세계 1위 클라우드 서비스 업체인 아마존웹서비스(AWS)에 장애가 생겨 국내 주요 온라인 서비스가 약 두 시간 동안 중단되는 사고가 발생하기도 했다.

재택근무가 업무 효율성을 오히려 떨어뜨릴 수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비대면으로는 직원 간 협업 속도가 떨어질 수밖에 없다는 의견이다. 한곳에 모일 때 직원의 창의성이 극대화된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런 이유로 IBM은 2017년 재택근무를 폐지하기도 했다. 비슷한 이유로 야후도 2012년 재택근무를 폐지했다.

김주완/황정수/안재광 기자 kjw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