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에 쫓겨 내놓은 졸속 발표다.”

정부가 3일 확정한 ‘긴급재난지원금(코로나지원금) 대상자 선정 기준’에 대한 전문가들의 평가는 이렇게 요약된다. 정부가 제시한 기준대로라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피해가 가장 큰 자영업자가 대거 탈락할 우려가 큰 데다 지급 시기도 오는 6월 이후로 밀릴 가능성이 높아서다.

불합리하게 설계됐다는 비판이 많은 건강보험료를 기반으로 선정 기준을 정한 것이 가장 큰 문제로 지적된다. 한국의 건보 제도는 자영업자, 은퇴자 등 지역가입자는 직장가입자와 달리 재산에 대해서도 보험료를 물린다. 이 때문에 소득은 적지만 부동산이 있다는 이유로 건보료를 꽤 내는 지역가입자가 적지 않다.

시가 2억원(공시가격 약 1억4000만원) 아파트를 보유하고 조그만 슈퍼마켓을 운영하는 자영업 1인 가구는 재산보험료만 한 달에 7만5570원이 나온다. 이 자영업자는 소득이 0원이어도 정부가 제시한 1인 지역가입자 기준(6만3778원)을 넘어선다. 앞으로 정할 재산 기준과 상관없이 코로나지원금을 못 받는다. 3~4인 가구(20만3127~25만4909원)에 비해 자격 기준이 낮은 1~2인 가구(6만3778~14만7928원)에서 지원금 탈락 사례가 속출할 전망이다.

지역가입자 건보료는 ‘기타소득’ 산정에서도 불리하다. 현재 직장가입자는 건보료를 산정할 때 근로소득 외 이자·배당·임대소득 등에 대해선 3400만원까지 공제해준다. 지역가입자는 이런 혜택이 없다. 가령 같은 금융소득 5000만원에 대한 건보료는 지역가입자는 28만원, 직장가입자는 8만9000원이다. 이런 차이로 코로나지원금 선정 여부가 갈리면 지역가입자는 이중 차별을 당하는 결과가 벌어진다.

김순호 한국퇴직자총연맹 정책본부장은 “한국의 건보료 부과체계 자체가 왜곡돼 있는데 이걸 기반으로 코로나지원금 기준을 만들면 어떻게 하느냐”며 “지원이 절실한 자영업자와 은퇴자들이 집 한 채 있다고 탈락하는 사례가 쏟아질 것”이라고 비판했다.

건보료만으로 자신이 지원금을 받을 수 있는지 정확히 알 수 없는 점도 문제다. 정부가 “고액자산가는 지원에서 제외할 것”이라면서도 “재산 기준은 아직 없다”고 했기 때문이다. 재산 요건에 부동산만 들어가는지, 금융재산도 보는지, 부채도 감안하는지, 종합부동산세 납부자는 선정 제외가 유력한지 등에 대해 정부는 아무런 설명을 하지 못했다. 건보료 기준만 보면 지원 대상인 줄 알았던 사람이 나중에 재산 요건에 걸려 제외되면 박탈감이 더 클 것이란 비판이 제기된다.

건보료는 최근 소득을 반영하지 못하는 맹점도 있다. 직장가입자의 올해 건보료는 작년 근로소득을 기준으로 산정됐다. 지역가입자 소득은 2018년 기준이다. 정부는 이런 점을 감안해 최근 소득이 급감한 사람은 별도 신청을 받아 구제해주기로 했다. 신청자가 제출하는 소득 자료를 점검해 소득 하위 70% 아래 들어온다고 판단될 경우 코로나지원금을 주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런 신청자가 접수 창구에 대거 몰리면 신청을 받고 자료를 검증하는 데 시간이 많이 걸릴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최현수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연구위원은 “하루빨리 선정 기준을 마련하라는 여론에 밀려 성급히 내놓은 대책이 악수(惡手)가 됐다”며 “차라리 전 국민에게 지원하고 고소득층은 연말정산 때 환급받는 방안 등으로 정하는 게 더 나았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서민준 기자 morand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