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상업용 모기지 채권시장이 조만간 대규모 부도 사태를 맞을 것이란 경고가 나오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임차료를 제때 내지 못하는 영세업자가 급증한 탓이다. 당장 다음달부터 미국 전역에서 ‘월세 대란’이 일어날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이 경우 상가를 담보로 대출받은 임대인들은 연이어 파산할 우려가 있다.

美 상업용 모기지 연쇄 부도 조짐…금융위기 공포
29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미국 부동산 투자사 콜로니캐피털의 톰 배럭 회장은 자신의 블로그를 통해 “미국 중앙은행(Fed) 등이 상업용 모기지 채권시장에 개입해 연쇄 부도를 막아야 한다”고 촉구했다. 그는 “코로나19 사태로 미국 전역에서 다음달부터 임차료를 내지 못하는 상가가 급증할 것”이라며 “이 경우 상업용 모기지 채권시장에도 타격이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 등에 따르면 미국에서는 최근 세입자가 임대인을 상대로 “다음달 임차료를 낼 수 없다”고 선언하는 사례가 급증하고 있다. 세입자들은 최근 들어 건물주의 임대료 독촉에도 이를 무시한 채 영업을 이어가기도 한다. 코로나19 사태로 시장 상황이 최악으로 치달으면서 임대인들이 새로운 세입자를 구하는 일마저 어려워지고 있어서다.

프랜차이즈 본사 차원에서 대응에 나서는 사례도 있다. 외식업체 치즈케이크팩토리와 서브웨이, 매트리스 판매업체 매트리스펌 등은 모두 최근 자사 매장의 임대인들에게 다음달 임차료를 감면해줄 것을 요청했다. 글로벌 패션업체 H&M 미국 지사도 임대인들과 미국 내 매장의 임차료 유예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시장에서는 미국의 상업용 모기지 채권시장이 조만간 붕괴될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행동주의 투자자로 유명한 칼 아이칸 아이칸엔터프라이즈 회장은 지난 14일 CNBC와의 인터뷰에서 “상업용 모기지 채권시장을 상대로 공매도에 나서고 있다”고 말했다. 공매도란 주식과 채권 가격 하락이 예상될 때 주식 등을 빌려 매도 주문을 내는 투자 전략이다. 아이칸 회장은 “최근 몇 년간 미국에서 상업용 부동산 대출이 급증했다”며 “이는 2008년 이전 주택시장의 거품을 연상시킨다”고 말했다.

미국 세인트루이스연방은행에 따르면 미국의 상업용 모기지 시장은 지난 8년간 33%가량 커져 현재 규모가 3조달러(약 3670조원)에 달한다.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가 벌어진 2008년 10월의 2조5500억달러(약 3120조원)를 넘어섰다.

정연일 기자 nei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