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대응을 위해 내년에도 재정 지출을 확대하겠다는 방침을 확정했다. 내년 총예산은 550조원을 넘길 전망이다. 2017년 400조원을 넘어선 데 이어 문재인 정부 4년 만에 150조원이 불어나는 ‘초슈퍼 팽창예산’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세수 펑크'에도 더 푼다…내년 예산 550兆 넘어설 듯
정부는 24일 국무회의에서 이 같은 재정 확대 방향을 담은 ‘2021년 예산안 편성 지침’을 확정했다. 지침에는 내년 예산을 △코로나19 사태로 타격을 입은 업종·계층을 지원하고 경기를 부양하며 △바이오헬스·수소차 등에 대한 투자를 늘리며 △기초생활보장제도 보장성을 강화하는 등 복지제도를 확충하고 △감염병·미세먼지 대응 예산을 늘리겠다는 내용이 담겼다. 안일환 기획재정부 예산실장은 “코로나19로 경제 근간이 타격을 입은 상황”이라며 “세금 수입이 줄어들긴 하겠지만 침체된 경기를 살리기 위해 재정의 적극적 역할이 불가피하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구체적인 액수를 밝히지는 않았지만, 내년 예산 규모는 550조원 돌파가 확실시된다. 정부는 지난해 8월 국회에 제출한 ‘2019∼2023년 국가재정운용 계획’에서 내년도 총지출 규모를 올해 512조3000억원(본예산 기준)보다 6.7% 증가한 546조8000억원으로 예상했다. 여기에 코로나19 사태 대응 예산이 추가되면 당초 예상보다 총지출 규모가 커질 것이라는 관측이다. 올해 지출 규모(512조2505억원)에 지난 2년(지난해 9.7%, 올해 9.3%) 평균 증가율을 대입하면 560조원에 이른다.

문제는 늘어나는 지출을 뒷받침해야 할 세수가 올해부터 감소세로 돌아선다는 점이다. 정부가 이날 발표한 ‘2020년도 조세지출 기본계획’을 보면 올해 국세수입은 291조2000억원으로 지난해 293조5000억원보다 2조3000억원 줄어들 것으로 예상됐다. 기재부 관계자는 “코로나19로 기업들이 올해 입은 타격을 감안하면 내년 세수 여건도 좋지 않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 같은 재정건전성 악화에 대응하기 위해 정부가 꺼내든 카드는 ‘고강도 지출 구조조정’이다. 각 부처 재량지출을 10% 감축하고, 관행적으로 지급하던 보조금은 폐지하거나 통폐합해 재정 누수를 막는다는 계획이다. 기재부 고위 관계자는 “정부도 국가채무 증가 속도가 너무 빠르다는 위기감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지출 구조조정은 꼭 필요한 정책 방향이지만 ‘10% 재량지출 감축’은 매년 예산안 편성지침 발표 때마다 들어가는 내용”이라며 “각 부처 지출 구조조정 실적을 인건비 등에 반영하는 등 특단의 대책이 있어야 실효성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성수영 기자 syo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