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자치단체들이 지역경제 위기를 명분 삼아 앞다퉈 현금 살포에 나서고 있다. 전북 전주시가 지난 13일 취약계층 5만여 가구에 가구당 52만여원 지급안을 내놓은 이래 서울·대구·경북·경남·광주·전남 등 광역 지자체와 경북 포항시·울산 울주군 등 기초 지자체까지 가세했다. 특히 울주군이 22만여 군민 전원에게 1인당 10만원 지급 계획을 내놨고, 어제는 인구 최다(1326만여 명)인 경기도가 나이·소득 불문하고 1인당 10만원씩 주겠다고 발표했다. 재난지원금 경쟁은 더 확산될 조짐이다.

코로나 사태가 길어지면서 하루 1만원도 못 파는 자영업자, 일거리가 사라진 노동약자 등 힘든 이웃이 너무 많다. 하지만 재난지원금을 주더라도 원칙과 재원, 효과 등 따져볼 문제가 한둘이 아니다. 정부도 부작용을 우려해 선뜻 못 나서는 이유다.

지자체들의 재난지원금을 보면 명칭부터 지원대상, 금액, 방식 등에서 중구난방이다. 대상을 취약계층으로 국한한 곳부터 고소득층·미성년자까지 다 주겠다는 곳까지 제각각이고, 10만원부터 100만원까지 천차만별이다. 재원도 큰 문제다. 경기도의 경우 총 1조3642억원이 드는데 재난관리기금·재해구호기금을 탈탈 털어도 7000억원 넘게 모자라 지역개발기금까지 당겨쓰기로 했다. 한 번 주고나면 끝인데, 코로나 사태가 장기화할 경우 중앙정부에 손 벌리는 것 외에 달리 대안도 없다. 지자체 재정자립도가 평균 51.4%, 군은 18.3%에 불과하다.

재정이 화수분이 아닌 이상 한정된 재원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불특정 다수에게 현금을 뿌리는 방식은 효과가 없고 재정만 망가뜨린 일본 선례도 있다. 진짜 절실한 이들을 실질적으로 도울 방법을 모색해야지 앞뒤 안 가리고 선심 경쟁을 벌이는 식이면 곤란하다. 정부와 국회도 문제를 인식하는 만큼 지자체들은 국가차원의 논의를 지켜보는 게 올바른 자세다. 지역 내 철저한 방역, 기업 애로 해소 등 할 일이 많지 않은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