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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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정부가 '직장 내에서도 아프면 쉬어야 한다'를 강조하고 있지만 현실적으로는 힘들다는 지적이다.

23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직장인이 산업재해도 아니고 업무와 연관 없는 질병이나 부상으로 병가를 내고 장기간 쉬기란 노동 현실에서 쉽지 않은 일이다. 기업별로 단체협약 등을 통해 상병 휴가를 쓰도록 하지만 대체로 기간이 짧다. 장기간 휴직이 필요한 경우에는 퇴직할 수밖에 없는 게 현실이다.

아플 때 쉬는 것은 고사하고 코로나19 확산으로 기업들이 어려워지면서 아프지도 않은데 연차 소진, 무급휴직, 사직을 강요당하는 직장인이 늘고 있다. 실정법으로 보장된 휴업수당도 못받는 경우도 허다하다.

시민단체 직장갑질119가 이달 15일부터 일주일간 받은 제보 857건을 분석한 결과를 보면, 315건(36.8%)이 코로나19로 인한 무급휴가·해고·권고사직 등과 관련한 제보였다.

직장갑질119는 "임금 삭감과 무급휴직, 권고사직, 해고 등으로 직장인들의 소득이 급격히 줄어들고 있다"며 정부에 노동자 생계 보장을 촉구했다.

이 같은 상황에서 '상병수당'이 코로나19 사태 와중에 '아프면 쉬는 문화' 정착을 앞당길 수 있는 방안으로 주목받고 있다.

상병수당은 건강보험공단에서 보전해주는 급여를 말하는데, 건강보험 가입자가 업무상 질병 외에 일반적인 질병과 부상으로 치료받는 동안에 상실되는 소득이나 임금을 현금으로 지급한다.

의료보험제도를 운영하는 대부분 선진국은 상병수당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에서 독일, 일본, 프랑스, 영국, 스웨덴 등이 의료보험이나 다른 공적 사회보장 형태로 상병수당을 준다.

우리나라에서는 상병수당에 대한 법적 근거는 있다. 건강보험법 제50조는 '공단은 이 법에서 정한 요양급여 외에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임신·출산 진료비, 장제비, 상병수당, 그 밖의 급여를 실시할 수 있다'고 규정해 놓았다.

하지만 시행령에서 구체적 임의급여를 장제비와 본인부담금 두 종류로만 한정해 사실상 상병수당은 제외돼 있다. 정부는 아직 적극적인 도입 의지를 보이지는 않고 있다. 보건복지부는 상병수당 기초연구 결과를 토대로 중장기적으로 검토한다는 입장이다.

한경닷컴 뉴스룸 op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