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에서 유입되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환자가 늘어나자 정부는 유럽발(發) 입국자를 2주간 자가격리시키겠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코로나19가 세계적으로 확산하는 만큼 2주 자가격리 조치를 북미 등 전 입국자로 확대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유학생 확진자' 증가세…"모든 국가 입국자 격리해야"
질병관리본부는 22일부터 모든 유럽 입국자에 대해 코로나19 진단검사를 하고 검사 결과가 ‘음성’이 나와도 격리 조치에 들어갔다. 지난 17일 프랑스 대학에서 교환학생 프로그램을 마치고 돌아온 대학생이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는 등 확진자의 해외 유입 사례가 증가하면서다.

질본에 따르면 22일 0시 기준 3월 셋째주 해외 입국자 중 코로나19 확진자는 74명이다. 전주(18명) 대비 4배 이상이다. 유럽이 54명으로 가장 많았고, 미국 캐나다 등 미주에서도 12명이 나왔다. 일부 확진자는 해외에서 돌아온 뒤 헬스장과 노래방, 음식점 등을 방문하며 지역사회를 활보한 사실이 공개됐다.

유럽 입국자만 격리해서는 해외 입국자의 지역감염을 막을 수 없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지난해 기준 해외 대학에 다니거나 어학연수를 받는 한국인 유학생은 북미 지역이 7만1108명으로 유럽(3만6539명)의 두 배가량이었다. 나라별로 보면 미국 유학생이 5만4555명으로 중국(5만600명) 등을 제치고 가장 많았다.

유학생과 그 가족들 사이에서는 “국가를 불문하고 귀국 후 2주간 자발적으로 자가격리하자”는 목소리도 나온다. 한 미국 유학생 커뮤니티에서는 “무증상 확진자도 많다는데 젊은 유학생들이 입국한 뒤 증상이 없다고 친구들을 만나며 돌아다닐까봐 걱정”이라며 “부모들이 힘써 ‘사회적 거리두기’에 동참하자”는 게시글이 올라왔다. 한 유학생 학부모 A씨는 “코로나19 검사 대상이 아니더라도 아이가 귀국하면 검사를 받게 할 것”이라고 했다.

엄중식 가천대 길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매일 수천 명이 한국으로 입국하는 상황에서 정부가 입국자 개개인을 관리하기 쉽지 않은 만큼 입국자들이 자발적으로 자가격리할 필요가 있다”고 당부했다.

노유정 기자 yjro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