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문찬 기자  sweat@hankyung.com
허문찬 기자 sweat@hankyung.com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는 공정경제를 담당하는 공정거래위원회의 활동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대기업부터 중소기업까지 규모에 상관없이 매출 감소에 따른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어서다. 공정위는 안전 문제 등을 고려해 기업 제재 여부를 결정하는 전원회의와 소회의를 이달 들어 열지 않다가 지난 18일부터 세종청사가 아니라 과천청사에서 하고 있다. 조성욱 위원장을 19일 서울 남대문로 한국공정거래조정원에서 만났다.

▷코로나19 사태가 터지자 정부 전 부처가 기업 지원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기업들이 유동성 얘기를 많이 한다. 대기업도 어렵다고 하니 중소기업이 어려운 건 당연하다. 대기업이 하청업체에 어려움을 떠넘기지 않는지 살피는 게 지금 상황에서 공정위가 할 일이다.”

▷국세청은 세무조사를 한시 유예하고 있는데 공정위는 기업에 이런 식의 지원을 할 계획이 없나.

“안전 문제 등을 고려해 기업 현장조사를 나가고 있지 않다. 대기업의 어려움을 충분히 인지하고 있다. 다만 이런 때일수록 심판으로서 공정위 역할을 제대로 해야 한다. 특정 선수(기업)가 반칙하지 않는지 등을 유심히 보겠다.”

▷마스크 담합 등에 어떻게 대응하고 있나.

“부처 합동점검을 위해 하루에 최소 30명의 직원이 참여하고 있다. 일부 온라인 판매업체가 마스크 재고가 12만 장이나 있었음에도 이미 체결한 주문계약을 일방적으로 파기한 사례를 디지털포렌식으로 적발했다. 소비자 보호도 공정위 소관이다.”

▷현 정부 들어 공정위가 경쟁 주창자로서의 역할이 줄어든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시장 경쟁을 제한하는 진입 규제와 사업활동 규제 개선을 위한 목소리를 적극적으로 내겠다. 지방자치단체의 경쟁제한적 자치법규도 찾아내 개선할 계획이다.”

▷미래에셋, 한화, 금호아시아나 등이 일감몰아주기 혐의로 위원회에 상정(검찰 기소에 해당)됐지만 전원회의(재판에 해당)가 열리지 않고 있다. 해당 기업들은 불확실성이 길어지고 있다고 불만을 제기한다.

“현재 7개 대기업에 대한 일감 몰아주기 사건이 위원회에 상정돼 있다. 이달이나 다음달 중 한 곳에 대한 전원회의가 열릴 것이다. 일감몰아주기 등 부당 내부거래 사건은 정상가격 산정 등 추가적인 경제 분석이 요구된다. 다른 불공정거래 사건의 처리 속도와 동일 선상에서 비교하는 것은 곤란하다.”

▷취임 이후 4차 산업혁명과 정보통신기술(ICT) 산업에 관심을 여러 번 나타냈다.

“지난해 ICT 전담팀을 조직했다. ICT팀에는 기업의 불공정 행위를 들여다보는 감시 기능도 있지만 이들 기업에 기존 경쟁법을 적용할 수 있는지 정책을 연구하는 기능도 있다. 신산업은 퍼스트무버가 다른 사업자의 시장 진입을 막는 경우가 많다. 경쟁당국이 제대로 개입하지 않으면 소비자에게 피해가 갈 수 있다.”

▷디지털 경제가 발전하면서 새로운 유형의 소비자 피해가 발생하고 있다.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사용자가 동영상을 한 번도 시청하지 않고 해지 신청을 해도 돈을 다 내도록 하는 게 대표적이다. 이 같은 불공정 약관을 시정하도록 사업자에 권고하고 있고, 이를 받아들이지 않으면 시정명령까지 내리도록 하고 있다.”

▷최근 유튜버(유튜브 방송인)들이 일부 기획사와 맺은 불공정 계약이 문제가 됐다.

“기획사들이 유튜버들을 지원한다고 해놓고 약속은 지키지 않은 채 수익만 가져가는 식의 계약이 많다. 유튜버 중에는 계약 해지 시 콘텐츠의 모든 권리를 기획사에 넘기는 내용의 계약을 맺은 경우도 있다. 대표적인 유튜버 기획사 몇 곳을 조사해 불공정 계약 내용을 시정하도록 할 예정이다.”

이태훈 기자 bej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