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조업 역대 최악 불황…매출 바닥으로 소상공인 벼랑 끝
주요 관광지 직격탄…농산물 판로 막히고 농촌 일손 부족도
대구, 경북 일부 특별재난지역 선포…긴급자금 우선 지원 기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대구·경북에 확산한 한 달 동안 지역경제는 동력을 잃은 듯 멈춰 섰다고 해도 지나침이 없다.

[대구 사투 한달] ④ 주저앉은 대구·경북 경제 탈출구는 어디에
지난달 18일 대구에서 첫 확진자가 나온 뒤 순식간에 확진자 수가 급증하자 지역사회는 만사를 제쳐두고 코로나19 확산 저지에 사활을 걸었다.

그 결과 지난 12일부터 확진자 수가 두 자릿수에 머무는 등 확산세는 다소 진정된 분위기다.

그러나 코로나19로 사실상 빈사 상태에 빠진 지역경제가 후폭풍으로 다가와 어느 때보다 인공호흡이 절실해졌다.

◇ 제조업 불황에 소비심리 얼어붙어…경제 지표 최악
한국은행 대구·경북본부가 지역 364개 업체를 대상으로 기업 경기를 조사한 결과 2월 제조업 업황 BSI는 53으로 전월보다 7포인트 하락하고 전국 평균보다 12포인트가 낮았다.

특히 대구 제조업 업황 BSI는 35로 전월보다 20포인트나 급락했다.

관련 조사가 시작된 이래 가장 낮은 수준이다.

제조업체들은 내수 부진, 불확실한 경제 상황, 자금 부족 등을 호소했다.

대구 한 중소기업 관계자는 "대구는 기계, 부품 등 전통적인 개념의 제조업체가 많은데 내수 부진으로 큰 타격을 입고 있다"고 말했다.

소비심리는 꽁꽁 얼어붙었다.

2월 지역 소비자심리지수(CCSI)는 92.8로 전월(97.6)보다 4.8포인트 떨어졌다.

경북도가 카드사 가맹점 매출 빅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3월 1주 차 대구 소비 금액은 전년 동기 대비 42% 감소했다.

경북도 27%가 줄었다.

[대구 사투 한달] ④ 주저앉은 대구·경북 경제 탈출구는 어디에
◇ 음식점 문 닫고 전통시장은 휴장…소상공인 벼랑 끝에
대구·경북 서민경제는 직격탄을 맞았다.

영남권 최대 전통시장인 대구 서문시장은 조선 중기 시장 개설 이후 처음으로 6일 동안 문을 닫았다.

지난 2일 다시 개점했지만, 열흘이 지나도록 절반이 조금 넘는 점포가 문을 여는 데 그친다.

경북에서도 확진자가 가장 많이 나온 경산에서 오일장을 3차례 휴점하는 등 대부분 시·군 오일장 운영이 차질을 빚었다.

유동인구가 수십만명에 달한다는 대구 동성로는 이런 분위기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조금 과장해서 '어깨를 부딪쳐야 걸을 수 있다'고 할 만큼 북적이던 인파는 사라지고, 많은 업소가 임시 휴업에 들어갔다.

대구 관공서 주변 한 음식점 주인은 "코로나19 사태가 끝나도 폐업하는 자영업자가 속출할 거라는 얘기가 들려 두렵다"고 말했다.

택시업계는 매출이 바닥 수준으로 떨어졌고 산업·건설 현장 일용직 근로자는 일터를 잃었다.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 등에는 코로나19 관련 대출을 받으려는 이들이 북새통을 이뤘다.

◇ 관광업도 혹한기…농산물 판로 막히고 농촌 일손까지 달려
유명 관광지에도 타격이 컸다.

경주시에 따르면 대구 첫 확진자가 나오기 전 주말(2.15∼16) '동궁과 월지'를 찾은 관광객이 9천200명이었으나 2주 뒤 주말(2.29∼3.1)에는 800명으로 급감했다.

비슷한 시기 보문단지 내 대표적인 한 호텔 투숙률은 90%에서 10%로 떨어졌다.

경주시 관계자는 "지역을 찾는 관광객이 평소보다 90% 이상 줄어든 것으로 본다"며 "외환위기 때에 버금가는 수준이다"고 말했다.

[대구 사투 한달] ④ 주저앉은 대구·경북 경제 탈출구는 어디에
확진자가 비교적 많이 나온 청도에서는 제철을 맞은 미나리 판매량이 평년보다 80%가량 감소했다.

'대구사과'는 한때 공판장에 들어가지도 못한 채 창고에 쌓이는 수난을 겪었다.

개학 연기로 학교 급식용 친환경 농산물도 판로가 막혀 경북 친환경 농작물 재배 농가 3천가구가 약 23억원에 이르는 피해를 본 것으로 추정된다.

본격적인 농사철을 앞두고 외국인 계절근로자에 의존하는 농가에서는 일손 부족으로 영농에 차질을 빚었다.

베트남 등지 외국인 계절근로자가 현지에서 출국하지 못해 올해 경북에 배정된 765명의 입국이 무기한 연기됐다.

◇ 대구, 경북 일부 특별재난지역 선포…경제 탈출구 찾을까
정부가 지난 15일 대구와 경북 경산·청도·봉화를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해 정부 지원에 대한 기대가 커지고 있다.

[대구 사투 한달] ④ 주저앉은 대구·경북 경제 탈출구는 어디에
특별재난지역이 되면 피해 복구비 50%를 국가가 지원하고 피해 주민에게 전기요금, 건강보험료, 통신비 등 공공요금 감면 혜택 등을 준다.

하지만 피해 규모를 산정하고 지원 기준을 마련해 정확한 복구·수습 비용 규모가 나오기까지 상당한 시일이 걸릴 것으로 보여 지역사회는 초조해하고 있다.

권영진 대구시장은 특별재난지역 선포를 정부에 건의하는 과정에서 1조원 규모 긴급 생계·생존 자금을 지원해달라고 정부에 요청하기도 했다.

일용직 근로자 등 취약계층 32만 가구에 긴급생계자금 4천992억원, 음식·관광·도소매업 등 생활밀착형 자영업 18만개 업소에 긴급 생존자금 5천404억원, 중소상공인 회생을 위한 이자 비용 지원 696억원 등이다.

권 시장은 "당장 하루 생계를 걱정해야 하는 이들과 신속한 지원이 없으면 무너질 수 있는 자영업자 등을 조속히 지원하는 방안을 정부와 협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대구시는 2천여억원 규모의 긴급생계자금과 자영업자, 중소상공인을 위한 생존자금 지원 계획도 마련했다.

경북도도 긴급 생계·생존 자금 지원을 정부에 지속해서 요청하는 한편 대형마트와 함께 농산물 판촉전을 열고 공공기관을 상대로 '농산물 품앗이 완판 운동'을 전개해 농가 지원에 팔을 걷어붙이기로 했다.

/연합뉴스